차가운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는 아들,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는 형을 보고 슬퍼하는 동생,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결혼을 남자. 다가올 전쟁을 예감하고 백성들을 걱정하며 이를 준비하려는 왕자. ‘왕의 얼굴’ 속 광해는 온갖 비극을 홀로 다 겪어내는, 겪어낼 수밖에 없는 가련한 주인공이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 윤수정 연출 윤성식 차영훈)에서는 다가올 임진왜란을 예감하고 이를 준비하도록 아버지 선조(이성재 분)에게 호소하는 광해(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광해는 애틋했던 형 임해(박주형 분)의 야심을 알면서도, 이에 대해 눈을 감으면서까지 세자로 책봉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임해는 이를 괘씸히 여기고 동생을 기습했다. 그리고 그의 칼로부터 광해를 구한 것은 김가희(조윤희 분)였다. 김가희는 임해의 무리에게 활을 쏴 형의 서슬 퍼런 칼 앞에 미동 없이 슬픈 표정만 짓고 있는 광해를 구했다.
한 어머니(공빈)으로부터 난 광해와 임해는 그간 정을 나누며 자라온, 애틋했던 형제였다. 그 때문에 광해의 충격은 큰 듯 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형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광해의 눈빛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전달됐다.
결국 광해는 자신의 마음을 가희에게 살짝 드러냈다. 자신을 걱정하는 가희에게 그는 “세자 자리, 너를 버리고 가는 길이다. 내가 그리 쉽게 무너질 성 싶으냐.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헌데 가희야, 나는 이제 오로지 혼자가 됐구나. 내 사지가 찢겨 나간 것처럼 너무 아프다”라고 말하며 오열해 비극적인 운명 앞에 슬퍼했다.
이후 광해는 달라졌다. 그는 자신을 찾아와 다시 위협하는 임해에게 “형님의 칼과 두 번이나 맞닥뜨리게 되니 이제야 자신이 생긴다. 내 사람을 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이건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사실상 형 임해의 선전포고를 받아들였다.
‘왕의 얼굴’ 속 광해는 유독 쓸쓸하고 슬픈 인물이다. 사랑하는 단 한명의 연인조차도 포기해야 하고, 아버지와 형제의 사랑과 격려를 못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오로지 권력 때문이다.
서인국은 이처럼 비극적인 운명 앞에 고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광해를 생기 넘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보통은 연기력 논란을 몰고 다니는 게 ‘아이돌 출신’ 스타지만, 그는 그런 시비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완성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눈빛 하나로 한 인물이 가진 복잡한 감정들을 표현할 뿐 아니라 마치 진짜 광해가 된 듯 진실함이 가득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유독 서인국의 광해를 보며 마음이 동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이유다.
한편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매주 수-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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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