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가요 축제인 MBC '가요대제전'이 풍성하고 화려한 무대와 함께 한해 가요계를 총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 41팀, 170여 명의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많은 무대가 이어졌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너무나 긴 시간과 민망하고 산만한 진행은 축제를 어수선하게 만들었고, 자막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특별한 시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긴 러닝타임이 지루함을 줬다.
# 혜리의 애교는 이제 그만…민망+어수선한 진행
'가요대제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섯 명의 MC들이 진행했다.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유리와 방송인 김성주, 전현무, 씨스타 소유, 걸스데이 혜리 등 올해 '대세' 소리를 들은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유리가 중심을 잡고, 혜리와 김성주, 소유와 전현무가 각각 백팀과 청팀을 지지했다.
하지만 MC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올해에도 여전히 진행이 어수선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오프닝은 다소 어수선했던 것이 사실. 초반부터 소개를 잘못하는 실수가 나오는가 하면, MC들의 합이 잘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간혹 어색한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가요대제전'이 청과 백 대결 구도로 그려지긴 했지만 MC들의 멘트가 지나치게 길게 늘어지면서 방송 시간만 늘리는 격이 됐다.
물론 어떤 질문도 재치 있게 받아치는 순발력이야 좋았지만 많은 MC들이 모여 너도 나도 주어진 멘트를 소화하는 모습이 다소 버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혜리에게 애교만을 강조하는 모습은 다소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무리 혜리가 애교로 화제를 모았다지만, 계속해서 보여 달라고 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프닝에서 MC들은 혜리에게 애교를 보려달라고 주문했고, 소유가 혜리의 애교를 배우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문제는 임진각 타종 행사가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 전현무는 새해라며 다시 한 번 혜리에게 애교를 보여줄 것으로 요청했다. 혜리는 수줍은 듯 머뭇거리다가 결국 애교를 보여줬고, 이내 이원 생중계 중이던 카메라가 돌아간 줄 알고 주저앉았다.
# 한 순간의 실수, 아쉬운 자막 사고
자막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걸그룹 씨스타가 무대의 막바지를 소화하던 중, 다음 무대를 소개하는 자막이 한 박자 빠르게 등장하는 실수가 일어났다.
씨스타는 '터치 마이 바디'를 색다른 편곡으로 무대에 올렸고, 화려한 칼군무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씨스타의 무대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다음 무대인 걸스 파워 보컬 자막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잘못된 자막은 금세 사라졌지만 역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 길고 긴 축제의 마무리
사실 이날 '가요대제전'은 지난해에 비해 약 30여 분 일찍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는 총 47팀의 가수들이 참가해 약 5시간 동안 길고 긴 축제가 이어진 바 있다. 올해 '가요대제전'은 약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지만 역시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보통 다른 가요 축제의 경우 시상식이 있기 때문에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시상과 수상소감 분량도 상당하기 때문. 하지만 시상식을 없앤 '가요대제전'은 매년 유독 길게 진행됐다. 이날 가수들은 적게는 한 곡에서 많게는 두 곡까지 소화했다. 콜라보레이션까지 포함에 여러 번 무대에 오른 가수들도 많다.
물론 많은 가수들이 '가요대제전' 무대를 위해 새롭게 편곡을 하거나 다른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지만, 대부분 음악방송에서 보던 무대였다. 특히 지난 21일부터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 축제가 진행됐기 때문에 100% 새로운 무대는 많지 않았다. 특별 무대의 진정한 특별함을 느끼기에는 여러 무대가 겹쳐 집중력을 흩트려놓았다.
특히 '가요대제전'을 마무리하는 시간. 전 출연자들의 마지막 무대를 남겨두고 MC들의 산만한 인터뷰가 진행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가수들의 소감을 듣고 새해 인사를 전하는 것은 좋지만 시간을 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마저도 어수선하게 진행돼 아쉽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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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