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은 아주 작은 불씨도 도화선이 되어 활활 타오르기 마련이다.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맞붙었고, 뜨거운 경기 내용 만큼이나 경기 후 감정 싸움으로 '벤치 클리어링'까지 일어났다.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 맞붙은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저스는 애리조나에 18경기 앞서며 일찌감치 서부지구 1위는 확정적, 애리조나는 와일드카드를 향한 희망을 키워야 하는 처지였다.
다저스는 8회까지 2-0으로 앞서 나갔으나, 9회초 마무리 켄리 잰슨이 투런 홈런을 맞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11회초 앞서 잰슨 상대로 동점 홈런을 친 카슨 켈리가 훌리오 유리아스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연장 11회말 애리조나 마무리 아치 브래들리는 무실점으로 막고, 애리조나가 3-2로 승리했다.
그런데 경기 후 양 팀은 경기보다 더 화끈한 벤치 클리어링을 선보였다. 화근은 11회말 다저스 공격 도중에 일어났다. 무사 1루에서 A.J. 폴락은 브래들리의 투구에 배트 손잡이와 손목 부위를 맞은 것으로 보였다. 폴락은 고통을 호소하며 사구라고 주장했으나, 심판은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선언했다. (공은 폴락의 몸 혹은 배트에 맞고 높이 떠올랐고, 애리조나 포수가 잡았다)
다저스의 사구 항의에 4심 합의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다저스는 사구를 확신했으나, 비디오 판복 결과는 아웃으로 나왔다. 폴락은 황당해 하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 브래들리는 폴락을 향해 손짓하며 한마디 했다. 몸에 맞지 않았는데, 사구라고 주장했다는 것. 다저스 팬들은 브래들리를 향해 야유를 보냈고, 애리조나 벤치는 마운드는 방문해 분위기를 끊었다.
이후 브래들리는 유격수 직선타, 삼진으로 경기를 끝내고는,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또 손짓하며 뭐라고 소리쳤다. 가뜩이나 아쉬운 판정, 역전패로 열받은 다저스 선수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러셀 마틴이 먼저 걸어나오자,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리기 시작했다. 벤치 클리어링. 저스틴 터너가 앞장 서서 애리조나 선수들과 대치했다.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옥신각신하다, 각자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런데 이 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갑자기 애리조나 선수를 향해 달려가며 흥분했다. 뒤늦게 유니폼 차림이 아닌 반바지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와 있던 이날 선발 로비 레이를 본 것. 로버츠 감독은 레이를 향해 소리질렀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처음에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유니폼이 아닌) 반바지를 입고서 그라운드에 나올 수 없다. 그걸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락의 파울 플라이 아웃에 대해서는 "명백한 오심이다. 폴락은 거짓말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보호대를 댄 손목에 맞았다"며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 무사 1,2루가 될 상황이 1사 1루가 됐다"며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폴락을 향해 야유를 보낸 브래들리는 경기 후 "폴락이 아웃된 이후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계속 재잘거렸다"며 경기 후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바지 차림으로 그라운드로 달려나간 레이는 로버츠 감독의 항의에 대해 "그는 가짜 터프 가이를 자신의 팀에 넣어둔 것 같다"며 폴락의 사구 주장을 비꼬았다. 이어 "어쨌든 우리가 경기를 이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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