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프로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한국선수가 있다. 바로 김동수(26, 호앙아인잘라이)다.
대한민국의 U23 대표팀을 거치며 각광받던 수비수 김동수는 지난해 FC안양에서 올해 초 베트남 호앙아인잘라이(이하 HAGL FC)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시즌 김동수가 이적한 HAGL FC는 김동수의 합류로 인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갖추며 전반기 12경기에서 9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1위를 기록하며 17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기 리그가 조기 종료된 후 8월 하반기 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김동수를 만나봤다.
Q1. 축구팬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한다.
1995년생으로 중앙수비수다. 성인이 된 이후 거의 해외 리그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이렇게 국내 축구팬들께 소개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영등포공고, 경희대를 거쳐 2014년 독일의 함부르크 U19팀에 입단했다. 1년 후에는 성인팀인 함부르크 B팀에서 2017년까지 뛰었다. 이후 J리그 오미야에서 약 1년 반 활약했고, 이후 다시 독일로 돌아가 4부리그 소속의 VFB 뤼벡 소속으로 지난해까지 활약했다. 지난 여름에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로 들어오면서 FC안양에서 반 시즌 정도를 뛰었다. 시즌 종료 후에는 현재 팀인 베트남 1부리그 HAGL FC에 입단하여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Q2.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오래했는데?
함부르크는 한국 분들에게도 익숙한 팀이고, 빅클럽이기 때문에 당시 어린 나이에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능력을 검증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함부르크 19세팀 이후 성인팀인 B팀과 계약하면서 계속 경쟁하여 A팀 콜업 후 분데스리가에 데뷔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실제로 이루지 못해 아쉽다.
이후 일본 오미야와 계약을 했지만 일본에서도 부상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 계약이 종료된 후 다시 독일 쪽에서 오퍼가 왔고, 4부리그 소속의 VFB 뤼벡이라는 팀에서 한 시즌 정도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
작년에는 해외 생활이 너무 길어지기도 했고, 독일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하부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아 한국 무대 복귀를 타진했는데 감사하게도 FC안양과 계약하며 한국 무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후 K리그에서 조금 더 적응하여 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시즌 종료 후 베트남 리그에서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아 고민 후 이적하게 됐다.
Q3. 유럽 최고의 독일과 K리그, J리그에서 활약하다 생소한 동남아 리그로 가기에는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동남아 리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오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많았다. 다만 베트남이라는 국가는 박항서 감독님 열풍으로 최근 한국에 많이 알려져 다른 동남아 국가보단 친숙하기도 했고, 현 소속팀인 HAGL FC는 과거에 K리그에서 활약했던 쯔엉과 콩푸엉의 소속팀이기도 했다. 조금 더 정보를 찾아보니 대표적인 친한((親韓) 구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팀이 나를 강력하게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경기를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구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다년 간의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선수는 본인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무대에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일본 오미야에서는 생활이나 소속팀의 지원은 좋았지만, 결국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선수로서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뛸 수 있고 나를 절실히 원하는 팀이 내가 팀을 고를 때 우선순위가 됐다. 이 생각은 다시 복귀했던 독일 뤼벡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을 3부로 승격시키며 더 확고해 진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이 하나의 커리어로 증명되어 나의 가치가 올라가고 덕분에 한국 무대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로 선수는 결국 결과값으로 보여주며 본인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베트남 리그가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결과값이 생기면 그 다음 길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Q4. 실제로 겪은 베트남 리그는 어떤지?
리그 스타일이 이전에 경험했던 리그들과는 굉장히 다르다. 한국과 유럽은 피지컬을 동반한 선이 굵은 축구라고 표현하자면, 베트남 리그는 공수 전환이 굉장히 빠른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베트남 선수들 대부분이 스피드와 발기술이 좋기 때문에 중앙수비수로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다.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한국과 같이 좋은 축구 인프라를 갖추진 못했지만 시스템은 크게 차이가 없이 잘 조직되어 있는 것 같다. 총 14개의 팀이 1부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베트남은 국가가 남북으로 긴 형태이고, 육상 교통 인프라가 취약하다 보니 비행기를 통해 원정경기를 가는 것도 색다른 점인 것 같다. 리그 우승팀은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하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 우승팀인 비엣텔FC가 출전했다. 아직 반 년 정도 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현재까지는 잘 적응하여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Q5. 팀이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김동수 선수를 포함한 수비진의 강화가 그 원동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팀은 베트남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명문팀이다. 이에 걸맞게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정말로 뛰어나다. 하지만 팀 창단 첫 해와 다음 연도였던 2003년과 2004년 우승 이후에는 현재까지 우승 트로피가 없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이전에는 시즌 중 국가대표팀 차출이 많다 보니 오히려 팀 입장에서는 훈련을 준비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고 한다. 스쿼드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매번 좋은 경기력을 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국가대표 경기가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팀의 레전드 출신 새 감독님 휘하에 모두가 의기투합해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전반기가 끝난 가운데 우리가 준비한 것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고, 원팀으로 팀이 조직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좋아진 것이지 단순 수비 강화로 인해서 팀이 살아났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Q6. 베트남 내에서는 K리그 출신의 같은 팀 동료이자 팀 주장인 쯔엉과 지난 4월 경기 종료 후 충돌한 것이 화제가 됐다.
사실 프로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계 화면에 그 상황이 그대로 송출되면서 베트남 내에서 화제가 됐다. 그날 경기는 초반 리그 대진으로 봤을 때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그런데 조금 맥없이 비겼다. 나는 경기 후에 이기지 못해 너무 아쉽고 분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내 눈에는 우리 팀 선수들이 경기 결과에 만족하는 듯이 보였다. 나중에 다시 중계 화면을 봤을 때는 전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왜 이 결과에 만족하냐고 쯔엉에게 뭐라고 했다.
충돌 후 쯔엉과는 그날 바로 풀었고, 다음 날에는 이례적으로 이날의 해프닝에 대해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기자회견 때문에 우리 팀이 베트남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팀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쯔엉은 평소에 팀에서 나를 가장 많이 도와주는 동료다. 주장으로서 배울 점이 많고, 타지에서 온 외국선수들을 정말 세심히 챙겨준다.
다만, 그 날을 회상하자면 나는 선수단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원팀이 되길 바랬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프로 선수는 언제나 ‘위닝 멘탈리티’를 가지고 모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목표를 선수단 전체가 공유하지 못한다면 17년만의 우승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선수단은 이해해줬고, 그날을 기점으로 팀이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HAGL FC는 이날 경기 이후 열린 8경기에서 7승 1무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리그 1위로 마쳤다).
Q7. 베트남 생활에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베트남에 와이프가 함께 들어오지 못했다.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예전과는 달리 양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족들을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현재 베트남 내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리그가 중단되고 재개 시점을 보고 있다고 들었다. 경기 없이 훈련만 길어지다 보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Q8. 목표가 있다면?
현재 아직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1년짜리 단기 여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는 조금 더 도전하고 싶지만, 아마 해외 리그 도전은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열망이 정말 강력하다. 아직 전반기만 종료가 된 상황이지만, 팀 분위기도 좋고 자신감도 있다. 꼭 우승 커리어를 달고 베트남에서의 도전을 마무리하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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