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안 되는지…추신수 선배 말이 맞다" 김하성이 느낀 KBO-MLB 차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6.01 04: 15

메이저리그 2년차가 된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덕아웃에서 태블릿PC를 끼고 산다. 경기 전에는 물론 경기 도중에도 덕아웃에서 태블릿PC를 통해 각종 영상 및 데이터 자료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김하성은 “태블릿으로 상대 투수 영상부터 내가 쳤던 타석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상대 투수 공이 어느 코스로 들어왔고, 내가 어떻게 쳤고, 무엇이 잘못 됐는지 알 수 있다”며 느낌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정확한 수치로 바로 확인 가능한 점을 만족스러워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16년부터 덕아웃에 태블릿PC 반입을 허용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수들이 경기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규정을 신설했다. 2019년 시즌 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과거 사인 훔치기 사건이 드러나 2020년에는 덕아웃에서 태블릿PC가 사라졌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부활했다. 

8회말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안타를 날리고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2022.05.30 /dreamer@osen.co.kr

그러면서 김하성은 “한국에선 아예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왜 안 되는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에 따르면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 사용을 금지한다. 단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선수단의 기량 향상 및 교육을 목적으로 투구 및 타격 세부 데이터를 확인하는 경우에 한해 노트북 및 태블릿PC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2회말 샌디에이고 공격 때 김하성이 더그아웃에서 기기를 통해 전력 분석 하고 있다. 2022.05.29 /dreamer@osen.co.kr
KBO는 지난 2010년부터 덕아웃에 전자기기 반입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09년 KIA와 SK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 논란이 벌어진 뒤 ‘클린 야구’를 표방하며 만든 규정이다. 그러나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일이고, 그 사이 시대는 크게 변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전자기기를 통한 데이터 활용은 이미 대세.
메이저리그에서 덕아웃 태블릿PC는 필수품이 됐고, 선수들은 덕아웃에 앉아 편하게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지만 아직도 KBO리그에선 선수들이 덕아웃 벽에 붙여놓은 경기 전 종이 자료에만 의지하고 있다.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KBO리그도 전자기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운 듯 말을 이어간 김하성은 “미국에서 뛰면서 느끼는 게 있다. 한국도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선수가 야구만 할 수 있게 여러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에서 뛸 때 몰랐던 것들이 많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3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주심의 삼진콜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더그아웃에서 동료 에릭 호스머와 태블릿으로 상황을 되돌려보는 김하성. 2022.05.30 /dreamer@osen.co.kr
이어 그는 “추신수(SSG) 선배 말이 맞다. 원정선수들을 위한 라커룸부터 배팅 케이지,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까지 갖춰진 곳은 한국에서 SSG(인천) 한 곳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선 원정에 가면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며 “한국에서 뛰다 미국에 오니 더 크게 와닿는다. 여긴 야구만 하면 되는데…그런 부분이 아쉽다”는 말로 한국 야구 선수들을 위한 인프라 및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랐다.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의 추신수는 지난해 KBO리그 야구장들의 시설과 환경을 보곤 작심 발언을 쏟았다. 추신수는 “한국 선수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원정팀을 위한 실내 베팅 케이지가 없고, 치료 공간도 부족하다. 왜 원정팀 선수들이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SSG 추신수 /OSEN DB
추신수의 발언 이후 시설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모아져 변화가 이뤄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 인천 랜더스필드는 40억원을 들여 메이저리그급 클럽하우스와 원정팀 선수들을 위한 편의 시설까지 다 갖춰 탈바꿈했다. 잠실구장도 원정 라커룸 개보수를 통해 공간을 두 배로 늘려 샤워실, 감독실을 리모델링하며 코치실, 치료실, 식당이 생겼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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