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15년차의 WBC 술판, 책임감은 기만이었나...“눈치 보는 게 일상”이라더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6.02 11: 00

“눈치 보는 게 일상이라서…”
2007년 KBO리그에 데뷔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까지, 15년을 국가대표에 헌신했던 김광현(35,SSG). 투수조 최고참으로 참가하면서 김광현은 과거 한국 야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주역이이었다. 이제는 한국 야구의 부활이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라스트 댄스’에 나서는 듯 했다.
다만, 그 책임감은 부담감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대회를 앞두고 일본 대표팀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중심으로 회식을 했고 원팀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의 회식 소식을 김광현에게 전하자 대답을 망설였다. 

SSG 김광현이 WBC 당시 음주 논란에 대해 덕아웃에서 사과하고 있다. 2023.06.01 /rumi@osen.co.kr

1회말 한국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WBC 중대 일전이었던 1차전 호주전(9일)을 앞두고 8일 도쿄돔 훈련 때 김광현은 “(일본은) 회식을 했나요?”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으면서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내야 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적이 나야 회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회 전에 하게 되면 말이 나올 수 있다. 늘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게 일상이다”라면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했다. ‘한국 야구의 부활’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가는, 앞만 보는 경주마와 같은 의지로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진심이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김광현은 팬들을 기만했다. 지난달 30일 한 매체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기반으로, WBC 대표팀의 투수 3명이 대회 기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인근에서 음주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A와 B는 3월8일부터 10일까지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C는 9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물론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유튜브 영상이 모두 진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진위여부 파악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대회 기간 아카사카의 스낵바에서 음주를 한 사실은 확인했다. KBO는 해당 보도 이후 대표 선수들에게 경위서와 사실 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KBO는 “3명을 제외한 선수들은 대회공식기간 3월 13일 중국전 전까지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없다고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밝혔다”라면서 “3명의 선수는 대회기간 동안 경기가 있는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날(7일)과 휴식일 전날(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라고 전했다.
NC 다이노스 이용찬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3차전 체코와의 경기를 가졌다.8회초 2사 만루에서 한국 이용찬이 역투하고 있다. 2023.03.12 /spjj@osen.co.kr
이 3명의 선수는 김광현과 정철원(두산), 이용찬(NC)으로 밝혀졌다. 김광현은 회식 발언은 3월 8일이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오사카 공식 평가전을 치르고 도쿄로 이동한 직후인 7일 밤 지인과, 그리고 한일전 선발 등판 직후인 10일 밤 정철원과 함께 스넥바에 다녀왔고 음주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대표 터줏대감이자 투수조 최고참은 단체 회식보다는 나홀로 회식을 한 셈이었다. 술을 어느정도 마셨고 술자리에 머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명감과 눈치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몰래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1일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광현은 “WBC 대회 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사과의 말씀을 전달드리고자 미디어 여러분들, 팬분들 앞에 서게 됐습니다라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대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들, 미디어 및 야구 선후배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많이 짧았고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계속해서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겠으며, 이번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여 다시는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다시 한번, 저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시는 팬분들과, 미디어분들, 그리고 야구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광현에 이어 이용찬도 우천취소된 1일 창원 두산전을 앞두고 “먼저 국가대표로서 많은 응원 보내주신 팬분들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저는 이번 대회 기간 중 휴식일 전날 지인과 함께 도쿄 소재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인근 주점으로 이동해 2시간 가량 머무른 후 곧바로 숙소에 귀가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유를 불문하고 국제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향후 KBO에서 이뤄지는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앞으로 프로선수로서 더욱 신중히 행동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팬 여러분들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역시 고개를 숙였다.
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3차전 체코와의 경기를 가졌다.7회초 무사 1,2루에서 한국 정철원이 역투하고 있다. 2023.03.12 /spjj@osen.co.kr
정철원 역시 창원 NC전에서 이용찬의 뒤를 이어 사과했다. 정철원은 “우선 프로야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고서, 야구 팬들과 모든 분들께 너무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며 “저는 WBC 대회 중인 3월 10일, 일본전이 끝나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는 태극마크라는 영광스러운 훈장을 달았던 만큼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고 말았습니다”라며 “앞으로는 저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모범이 되고, 팬들께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프로선수로서, 공인으로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행동하겠습니다. 또한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어떠한 처벌과 질책 모두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이번 WBC 대회에서 9일 호주전 충격패, 10일 한일전 대참사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모두 해당 선수들이 스넥바에 다녀온 시점과 관련이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야구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으면 다시금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 
그러나 이번 WBC에서 한국 야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국가대표 터줏대감이라고 불렸던 투수는 팬들을 기만했다. 그들이 말하던 태극마크의 사명감, 책임감이 진심이었는지를 되묻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향후 국제대회 때마다 반복될 것이다.
SSG 김광현이 지난 WBC 대회 기간 중의 음주 논란에 대해 덕아웃에서 사과하고 있다. 2023.06.01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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