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니까 뭐라도 해보려고…” 37세 홈런왕은 왜 밤 10시 방망이를 들었을까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04 13: 00

KT 위즈의 4번타자 박병호(37)는 왜 경기가 끝난 뒤 퇴근하지 않고 방망이를 다시 잡았을까.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의 조명은 밤 10시가 넘도록 꺼지지 않았다. 두산전 1-10 완패로 4연패에 빠진 뒤 사전훈련 때나 볼 수 있는 배팅 케이지가 설치됐고, 4번타자 박병호를 비롯해 간판타자 강백호, 장준원, 강현우 등이 방망이를 들고 나와 김태균 수석코치가 던져주는 배팅볼에 특타를 진행했다. 예정에 없었던 선수들의 자발적 추가 훈련이었다. 
이튿날 수원에서 만난 박병호는 “올해 KT가 계속 안 좋다. 점수를 계속 못 내서 지는 경기가 많았다”라며 “중심타자로서 반성하게 된다. 오늘(3일) 감독님께서 메시지를 주셨는데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스스로 뭐라도 해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특타를 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KT 박병호 / OSEN DB

경기 후 특타 훈련을 하고 있는 KT 박병호 / OSEN DB

KT 박병호 / OSEN DB
다만 특타를 통해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박병호는 “나를 통해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진 않았다. 현재 문상철이 잘해주고 있지만 중심타자들이 확실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찬스가 만들어졌을 때 큰 거 한 방으로 2~3점을 뽑지 못했다. 나 또한 올해 부진해서 뭘 해도 안 되니까 그거라도 해보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시즌에 앞서 LG, SSG와 함께 1위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된 KT는 49경기를 치른 현재 17승 2무 30패(승률 .362) 꼴찌에 머물러 있다. 부상자 속출,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진, 선발야구 붕괴, 무기력한 타선 등 여러 부정적 요인이 맞물리며 지난달 7일 최하위 추락 이후 한 달 가까이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5월 말 3연속 위닝시리즈와 함께 4연승을 거두며 반등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지만 선발진의 부진과 안일한 플레이로 다시 4연패에 빠졌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다.경기가 시작 전 KT 이강철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3.06.02 /hyun309@osen.co.kr
이에 이강철 감독은 3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기본적인 플레이를 안 한다. 계속 참았는데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온다”라며 “말로 해서는 안 되니까 다시 안 나오게끔 훈련을 시켰다. 두 선수뿐만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을 지키지 않고서는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앞으로는 열심히 안 하면 과감히 내려 보낼 것이다.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언론을 통해 접한 박병호는 “직접 듣는 거보다 언론을 통해서 보는 게 더 무섭다”라고 웃으며 “감독님이 왜 그러셨겠나. 우리 선수들의 안일한 플레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 메시지를 보고 많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KT 박병호 / OSEN DB
그러나 아직 희망을 버릴 단계는 아니다. 아직 시즌이 95경기나 남아있고,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의 승차(7경기)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3일 두산전 13-3 대승으로 분위기 반전에도 성공했다. 또한 KT는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전통적으로 뒷심이 강했다. 초반 시행착오를 거쳐 여름부터 무섭게 치고 나가는 힘을 보유한 팀이다. 
박병호는 “선수들이 정말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10위팀다운 모습이 나오면 안 된다. 그런 부분을 고참들끼리 이야기해서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매일 승리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부상자라는 핑계는 없다. 지나간 과거는 잊고 완전체 전력으로서 2년 전 통합우승팀의 위용을 되찾아야 한다. 박병호는 “물론 쉽지는 않다. 작년과도 많이 다르다. 핑계는 부상선수인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부상선수 공백을 메우는 선수들이 나왔으면 모른다”라며 “매일 어려운 경기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희망을 갖고 승수를 더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희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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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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