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구 6이닝 노히트에서 쿨하게 내려간 정찬헌, 16년차 베테랑의 마음관리법 “안타에 집착하면 내 투구 못해”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3.06.09 09: 00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33)이 기대 이상의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찬헌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한다. 
지난 시즌 20경기(87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36으로 고전한 정찬헌은 부진한 성적에도 FA를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고 올해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원소속팀 키움이 손을 내밀었고 2년 총액 8억6000만원에 계약을 하면서 가까스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 /OSEN DB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지 못해 시즌 준비가 늦어진 정찬헌은 5선발 후보였던 장재영과 이승호의 부진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1군 등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6경기(32⅔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기회를 살리고 5선발 자리를 꿰찼다. 
정찬헌은 지난 3일 SSG전에서 6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출루와 실책 출루를 제외하면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무피안타 무4사구 경기를 했다. 6회까지 투구수 80구에 불과했지만 키움이 1-0으로 앞선 7회 교체돼 이날 등판을 마쳤다. 
노히트노런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정찬헌은 “다들 ‘아쉽다’, ‘더 갔으면 어땠을까’라고 말을 해줬다. 그렇지만 코칭스태프에서 처음 권유를 했을 때 나도 망설임 없이 바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정말로 대기록을 세운다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못했을 때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도 생각을 해야했다. 투구수가 60구 정도였다면 더 갔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80구를 채운 상태에서 앞으로 40구 정도를 더 던진다고 본다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온 이유를 밝혔다. 
2019년 허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정찬헌은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한 이후 철저한 관리를 받아왔다. 올 시즌에는 처음으로 5일 휴식일 보장 없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지만 경기당 투구수는 80구 내외로 제한됐다. 
“솔직히 나는 투구수에 대한 기준점을 정해두지는 않았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그렇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긴 시즌을 소화해야하고 적은 투구수로 충분히 6이닝을 던지고 있으니 관리를 하자고 했다. 만약 시즌 후반에 중요한 경기가 있고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100구를 던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스프링캠프를 치르지도 않아서 부담이 있다. 시즌을 치를수록 제약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 /OSEN DB
6이닝 노히트에 대해 정찬헌은 “솔직히 큰 의미는 없다”라며 “결과적으로 안타를 맞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수비 도움이 있었던 것이다. 나 혼자의 역량과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히트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의식한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는 정찬헌은 탈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투수는 아니다. 많은 인플레이타구를 유도하는 스타일이다보니 안타를 많이 맞는 경기도 종종 나온다. 그렇지만 정찬헌은 “차라리 안타를 맞아도 빵빵 치는 안타를 맞으면 괜찮다. 내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해서 잡을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보니 빗맞은 안타나 코스가 좋은 안타가 나올 때도 있다. 예전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그럴 때마다 아쉬워하면 내 투구를 할 수 없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내 손을 떠난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한 것이기 때문에 수비의 도움을 받고, 타자가 실수를 하기를 바란다. 맞으면 그냥 그러려니 한다”라며 웃었다. 
“물론 나도 안타를 맞기 싫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그렇지만 안타를 맞을 때 보면 내가 실투를 했을 확률도 크다. 빗맞았는데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됐다면 지금 내 공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판단하고 넘어가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 /OSEN DB
올 시즌 좋은 투구에도 1승에 그치고 있는 정찬헌은 “팀이 지는 것이 제일 아쉽다. 그냥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져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결과가 안나온 것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까 분위기를 타는 순간이 분명히 올거라고 믿는다”라며 키움의 반등을 기대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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