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울 8회' 배준호, 인테르 DF도 완벽 농락→교체 아웃...'등번호 10번' 품격 빛났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6.09 08: 22

위르겐 클린스만(59) 축구대표팀 감독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등번호 10번' 배준호(20, 대전)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상대로도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9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첫 패배를 맛보며 2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8강 나이지리아와 연장 혈투, 그리고 하루 부족했던 휴식으로 인한 체력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이탈리아는 5전 6기 끝에 아시아 국가를 잡아내며 사상 처음으로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배준호만큼은 빛났다. 왼쪽 날개로 출전한 그는 경기 내내 이탈리아의 오른쪽 수비수 마티아 자노티를 압도했고,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대전의 미래이자 클린스만 감독도 주시하고 있는 K리그 최고 기대주다운 모습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14분 이탈리아가 왼쪽 측면에서 강한 압박으로 공을 뺏어낸 뒤 아크 부근으로 공을 보냈다. 이를 '득점 1위' 카사데이가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득점했다. 그의 이번 대회 7번째 골이었다.
위기의 순간 배준호가 번뜩였다. 그는 전반 18분 박스 안에서 영리하게 돌아서는 과정에서 자노티에게 발을 밟히며 넘어졌다.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리고 주장 이승원이 키커로 나서서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동점을 만들었다.
배준호는 이후로도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하며 이탈리아 수비를 괴롭혔다. 그는 전반 35분 멋진 턴 동작으로 상대를 따돌리며 감탄을 자아냈다. 결국 상대 수비는 반칙으로 배준호를 막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배준호는 집중 견제 속에서도 상대에게 경고를 선물했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 몸싸움에서 이겨낸 뒤 절묘한 왼발 드리블로 치고 나갔다. 그에게 속은 자노티는 급한 마음에 유니폼을 잡아당겼고,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에도 배준호의 활약은 계속됐다. 그는 간결한 드리블로 상대 압박을 풀어내며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후반 25분에는 끈질긴 집념과 왼발 테크닉으로 수비 3명 사이로 파고들며 박스 왼쪽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22분 배준호에게 쩔쩔 맨 자노티를 빼고 자코모 파티칸티를 투입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자노티는 세리에 A 명문 인터 밀란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지만, 경기 내내 배준호를 막지 못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그만큼 배준호는 압도적이었다.
FIFA 역시 경기를 앞두고 "배준호의 상상력과 예측할 수 없는 속임수가 태극전사들의 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공을 받을 때마다 한국 팬들은 비명을 지르고, 상대는 패닉에 빠진다"라며 배준호를 눈여겨봐야 할 선수로 선정했다.
그리고 배준호는 FIFA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그는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진 못했으나 드리블 성공 3회, 지상 경합 승리 11회, 페널티킥 획득 1회, 피파울 8회를 기록하며 기량을 증명했다. 비록 팀은 후반 41분 통한의 프리킥 실점을 내주며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배준호의 재능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 수 있는 90분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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