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살이 돋았다" 오재원도 놀랐다...염갈량이 밝힌 ‘5743일 만에 나온’ 김현수 희생번트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6.14 06: 40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LG 베테랑 김현수(35)가 희생 번트를 기록했다. 프로 2년차인 2007년 두산 시절 이후 16년 만이다.
김현수는 2007년 9월 22일 삼성전에서 희생 번트를 시도해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희생 번트는 하나도 없었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 김현수는 무려 5743일 만에 개인 통산 2번째 희생 번트를 기록했다.
LG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중반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실점하며 0-1로 끌려갔다. 7회 선두타자 오지환의 2루타를 발판으로 이재원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에 성공했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무사 1루 상황 LG 김현수가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2023.06.13 / dreamer@osen.co.kr

8회 선두타자 김민성이 볼넷을 골랐다. 대주자 정주현의 교체. 무사 1루에서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좌완 투수 이승현.
김현수는 앞서 중견수 뜬공, 1루수 땅볼, 3루수 직선타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승현이 초구를 던지는 순간, 김현수는 번트 자세를 잡고서 침착하게 3루 방향으로 희생 번트를 댔다.
3루수가 잡아서 1루로 던져 아웃. 1사 2루가 됐다. 이후 2사 1,2루에서 오지환의 좌전 적시타가 터져 2-1로 리드를 잡았고 승리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경기를 마치고 승리를 거둔 LG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3.06.13 / dreamer@osen.co.kr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작전이었다. 기습번트로 대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미리 번트 자세를 잡지 않고, 투수가 투구에 들어갈 때 기습번트처럼 희생 번트 작전을 내린 것이다.
김현수가 선두타자나 주자가 없을 때 상대의 수비 시프트(1~2루 사이로 유격수 또는 3루수가 이동하고 2루 베이스 왼쪽으로는 내야수 한 명만 위치)를 깨기 위해 기습적인 번트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벤치의 번트 지시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오재원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몸에 닭살이 돋았다"고 놀라워했다. 
LG는 이날 2회와 5회 두 차례 무사 2루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7회 무사 2루가 되자, 염경엽 감독은 12일 한화전에서 만루 홈런 등 한 경기 7타점을 기록한 문보경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해 동점으로 이끌었다.
한 점 차 승부, 8회 무사 1루에서 김현수에게도 희생 번트 작전을 냈다. 득점과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김현수에게 낯선 작전을 주문했다. 김현수의 통산 1863경기 7917타석째 나온 2번째 희생 번트였다. 침착하게 작전을 수행했고, 승리의 디딤돌이 됐다.
결승타를 때린 오지환은 "현수 형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지를 아니까 꼭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무사 1루 상황 LG 김현수가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2023.06.13 / dreamer@osen.co.kr
김현수는 5월 이후 1할대 타율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시즌 타율은 2할5푼대까지 떨어졌다. 결국 염 감독은 지난 6~8일 고척 키움전에는 김현수를 출장시키지 않고, 훈련으로 타격 밸런스 회복에 매달렸다. 
김현수는 지난 9~11일 대전 한화전에 다시 출장해 13타수 5안타(타율 .385)로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이날 3타수 무안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승리를 위해, 16년 전에 단 1번 밖에 하지 않은 김현수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번트 성공과 팀 승리로 모두가 웃을 수 있었다.
김현수의 희생 번트 성공 이후 염경엽 감독이 덕아웃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스포티비 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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