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클리어링이 좀 재미있다" 양석환 사구 맞힌 중고 신인의 강철 멘탈, 전혀 흔들림 없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6.17 08: 00

 올 시즌 LG 불펜에 혜성처럼 등장한 유영찬(26)이 강철 멘탈을 보여줬다.
상대 타자를 맞힌 사구로 인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는데, 처음 겪어본 벤치 클리어링이 약간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후 만루 위기를 삭제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전. 유영찬은 4-4 동점인 7회 등판했다. 1사 후 박계범에게 좌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양의지 상대로 초구가 폭투가 되면서 2루 주자가 3루로 진루했다. 양의지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7회 두산 양석환이 사구를 맞은 후, LG와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들었다. /orange@osen.co.kr

LG 투수 유영찬. / OSEN DB

1사 1,3루에서 김재환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 한 숨 돌렸다. 그런데 양석환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2구째 147km 직구가 양석환의 발목 윗 부분을 맞혔다.
KBS N 스포츠 중계 화면
KBS N 스포츠 중계 화면
사구를 맞은 양석환은 쉽게 흥분을 삭힐 수가 없었다. 쓰러졌다 일어난 양석환은 타석에서 움직이지 않고 유영찬을 향해 노려봤다. 유영찬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바로 모자를 벗고 양석환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포수 박동원은 경기 후 “사구를 맞은 타자는 분명히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아픈 부위를 맞았다”고 말하며 양석환의 마음을 이해했다. 박동원이 양석환과 유영찬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보호하려고 투수를 등지고 양석환 앞에 섰다. 박동원은 “고의가 아니다”고 말하며 양석환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양석환과 박동원이 바짝 붙어서 마주 선 채 움직이지 않자, 양 쪽 벤치에서 선수들이 하나둘 씩 몰려 들었다. 두 선수가 신경전을 벌인다고 오해를 한 것. 벤치 클리어링 상황은 짧은 시간에 종료됐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7회 두산 양석환이 사구를 맞은 후, LG와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몰려들었다. /orange@osen.co.kr
유영찬은 경기 후 “아무 생각없이 즐기면서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과 잠실 라이벌전이라고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는 “다른 느낌은 없었고 안 좋은 상황이 나왔지만, 그때 그냥 그 분위기를 즐겼던 게 큰 힘이 됐던 것 같다”며 “(벤치 클리어링) 처음 경험하다 보니까 이게 흥분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좀 재미있었다”고도 했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선수들이 모여들었다가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간 후 투수코치가 잠시 유영찬을 다독였다. 유영찬은 “코치님이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내 공을 던져라고 하셨다.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유영찬은 2사 만루에서 흔들리지 않고 강승호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던졌고, 4구째 유격수 쪽 빗맞은 땅볼이 나왔다. 오지환이 숏바운드로 잘 잡아서 던졌는데, 원바운드 송구가 됐다. 이를 1루수 정주현이 잘 포구해 아웃이 됐다.
유영찬은 호수비에 대해 “항상 던질 때 형들을 믿고 던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형들 수비가 워낙 좋으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LG 투수 유영찬. / OSEN DB
유영찬은 5-4로 앞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1루에서 정수빈에게 우선상 2루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2사 2,3루에서 함덕주로 교체됐고, 함덕주가 실점없이 막아냈다.
유영찬은 최근 3차례 등판에서 모두 구원승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선발 켈리에 이어 2회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3-2로 앞선 5회 선발 이상영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퍼펙트로 승리 투수가 됐다. 그리고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4-4 동점인 7회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기록했다.
2020년 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유영찬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었고, 올 시즌 불펜의 새로운 얼굴로 합류했다.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이제는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멀티 이닝도 가능하다. 31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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