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없었으면 한화 8연승 못했다, 9년차 '철벽' 유격수 "내가 1군 있어도 되나…의문이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7.05 08: 40

연승은 끝났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무려 18년 만에 나온 한화의 8연승. MVP급 성적을 내고 있는 노시환을 비롯해 선발 원투스리펀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 특급 불펜과 FA 모범생 채은성, 복덩이 신인 문현빈까지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선수 없었으면 한화의 8연승은 단언컨대 불가능했다. 이제는 선발 유격수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9년차 내야수 이도윤(27). 8연승 기간 70이닝 무실책의 물샐틈없는 철벽 수비로 한화 내야를 책임졌다.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3회 안주형의 3유간 깊은 타구를 백핸드로 잡고 정확한 러닝 스로로 아웃을 잡아내 모두를 감탄시켰다. 23일 창원 NC전에는 3회 박민우의 땅볼 타구를 잡고 노스텝 송구로 강한 어깨를 뽐냈다. 한화 팀 내에서 하주석, 오선진 다음 유격수 수비로 평가됐는데 그 이유를 연일 증명하고 있다. 

한화 이도윤(왼쪽)이 호수비 후 투수 문동주와 기뻐하고 있다. 2023.06.30 /foto0307@osen.co.kr

한화 이도윤. 2023.06.30 / foto0307@osen.co.kr

올해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도윤은 지난 5월20일 1군 콜업됐다. 오선진의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잡은 뒤 한 달 넘게 붙박이 유격수로 기용됐다. 안정된 수비력뿐만 아니라 타율 2할3푼5리(102타수 24안타)로 타격도 꽤 쏠쏠하다. 8연승 기간 도루도 3개 성공, 공수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도윤은 “8연승 기간 제가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경기에 계속 나가 어느 정도 승리에 기여했다는 게 좋았다. 지고 있어도 역전할 것 같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매일 경기에 나가게 되니 몸 관리를 더 많이 한다. 다치지 말고 내일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한다. 기술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타석에선 하루 3~4번 기회를 받으니 한 타석보다 그날 전체를 신경 쓴다. 간간히 안타 하나씩 나와주면 좋고, 안 되면 수비를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이도윤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꽤 높은 순번에 지명됐다. 그러나 1군 데뷔는 2018년으로 2경기 1타석이 전부였고, 첫 안타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2020년 10월에야 신고했다.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 정근우, 김태균과 함께 수비 훈련을 받는 신인 시절 이도윤(오른쪽). /OSEN DB
한화 이도윤. 2022.04.21 / foto0307@osen.co.kr
이도윤은 “처음 프로에 왔을 때 저 자신한테 많이 실망했다. 타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밑바닥이었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래도 야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코치님들이 ‘20살부터 1군 주전으로 뛴 선수가 얼마나 되냐’고 했다. 지금 잘하는 선배님들도 거의 다 2군에서 시작했다. 여러 코치님들이 옆에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셨다”고 돌아봤다. 
2021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도윤은 1군 백업으로 모습을 자주 비췄다. 그 당시 한화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때였다. 이도윤은 “처음에는 ‘내가 1군에 있어도 될 실력인가’ 의문이었다. 형들이 많이 떠나 그 자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며 “수베로 감독님이 자신감을 갖게 도와주셨다. 경기에 안 나가도 부르셔서 여러 말씀을 해주셨고, 실수를 하더라도 ‘너를 믿어서 내보낸 것이다. 더 활기차게 하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일취월장한 수비력에 대해서도 이도윤은 “연습을 많이 했는데 코치님들이 많이 봐주셨다.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봐주시고 신경써주셨다. 수비가 좋아지는 게 느껴져 신나게 훈련량도 많이 가져갔다. 수비에서 실수를 하면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투수들에게 신뢰가 가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 제 쪽으로 타구가 오면 ‘됐다’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타석에선 장타자는 아니지만 투수를 괴롭히고, 주자로 나가면 도루도 하면서 계속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활약과 함께 이도윤에겐 또 하나 축하할 일이 있다. 지난 3일 득남을 하면서 아빠가 된 것이다. 같은 날 생일인 선배 투수 이태양에게 아기 옷을 선물로 받은 이도윤은 “어깨가 무겁다. 이제 진짜 잘해야 한다.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다. 아이가 생기니 생각이 바뀐다. 이제는 포기를 하고 싶어도 포기가 안 된다”며 가장의 책임감으로 계속 뛰겠다고 다짐했다. 
한화 이도윤. 2023.06.13 / foto0307@osen.co.kr
한화 이도윤. 2023.06.14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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