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혜자계약’을 봤나…29억 FA 이적생, 야전사령관+3할 리드오프 우뚝 “나도 이만큼 할 줄 몰랐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7.06 10: 00

바야흐로 FA 광풍의 시대가 도래한 KBO리그. 그런 가운데 KT는 29억 원이라는 합리적인 금액에 1번타자와 유격수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3할 타자를 품었다. 
김상수(33·KT)는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와의 시즌 6차전에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맹활약으로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1회 좌전안타로 몸을 푼 김상수는 0-0이던 3회 1사 1루서 등장, 1루주자 배정대가 2루 도루에 성공한 가운데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날리며 0의 균형을 깼다. 결승타를 친 순간. 이후 김민혁의 우전안타 때 3루로 이동한 뒤 앤서니 알포드의 1루수 땅볼을 틈 타 홈을 밟았다. 타구를 잡은 1루수 오스틴 딘이 홈을 택했지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김상수의 손이 더 빨랐다. 

1회초 KT 선두타자 김상수가 좌익선상 안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7.05 /cej@osen.co.kr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3회초 1사 1,3루 알포드의 1루수 야수선택으로 출루 때 3루주자 김상수가 LG 포수 박동원에 앞서 득점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이 김상수의 빠른 발에 놀라고 있다. 2023.07.05 /cej@osen.co.kr

백미는 마지막 타석이었다. 6-2로 앞선 8회 1사 2루서 마침내 이적 후 첫 홈런포를 신고했다. 2B-1S에서 LG 오석주의 4구째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133km)를 받아쳐 삼성 소속이었던 작년 9월 9일 대구 롯데전 이후 298일 만에 손맛을 봤다.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1사 2루 KT 김상수가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3.07.05 /cej@osen.co.kr
경기 후 만난 김상수는 “솔직히 ‘올해 홈런을 하나라도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밀어치는 타격과 출루에 포커스를 두기 때문에 장타가 많이 안 나온다. 난 홈런타자도 아니다”라며 “오늘은 센터로 치려다가 변화구가 앞에서 잘 맞았다. 센터로 치려는 설정을 했기 때문에 좋은 타구가 나왔다”라고 기뻐했다.
3회 과감한 홈 쇄도에 대해서도 “더그아웃에 들어왔는데 감독님께서 빠르다고 말씀해주셔서 웃었다. 아직까지 느린 발은 아닌 것 같다. 타구가 조금 끝에 맞아서 포구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흡족해했다. 
김상수는 지난해 11월 4년 총액 29억 원(계약금 8억, 연봉 15억, 옵션 6억)에 KT와 FA 계약했다. 지난 2019년 첫 FA 때 3년 총액 18억 원에 삼성에 잔류했던 그는 두 번째 FA를 맞아 이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경북고를 나와 2009년 신인드래프트서 삼성 1차 지명된 김상수는 지난해까지 삼성에서만 14년을 뛴 원클럽맨이었다. 
3회초 1사 2루 KT 김상수가 좌익선상으로 향하는 선취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23.07.05 /cej@osen.co.kr
새 둥지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난 김상수. 현재까지 그의 영입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68경기 타율 3할5리 1홈런 28타점 OPS .751 득점권타율 4할7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KT의 여름 반격을 이끌고 있기 때문. 수비 또한 본래 주 포지션인 유격수를 맡아 전성기 못지않은 안정감을 뽐내는 중이다. 
김상수는 “팀 성적이 초반보다 나아진 게 제일 좋다. 사실 개인 성적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나도 이만큼 할 줄 몰랐다”라며 “이렇게까지 잘할 수 있는 건 감독님 배려가 가장 크다. 먼저 친근감 있게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로 인해 자신감을 많이 얻는다. 체력 안배도 잘해주신다. 이 팀 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까지 잘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전반기를 결산했다. 
타율 3할을 치는 리드오프로 도약한 비결을 묻자 “사실 KT에 오면서 수비만 잘하자는 생각을 했다. (심)우준이가 수비만큼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그런데 5월 거쳐 타격에서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1번타자로 나가도 결과가 계속 좋다”라고 답했다. 
경기 종료 후 KT 이강철 감독, 김상수가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3.07.05 /cej@osen.co.kr
왕조 유격수 출신인 김상수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 시절 한동안 2루수를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격수를 해서 프로 지명이 됐고, 좋았을 때를 보면 항상 유격수를 하고 있었다. 올해 또한 유격수를 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다. 유격수는 내게 큰 존재다. 할 때마다 좋은 효과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한때 최하위였던 KT는 6월 월간 승률 1위에 이어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공동 4위 NC, 롯데에 1.5경기 뒤진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김상수는 “KT는 항상 초반에 안 좋다고 하더라. 올해는 워낙 안 좋아서 형들에게 물어봤더니 올해는 너무 안 좋다고 했다. 내가 오자마자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그러나 KT는 여지없이 반등했다. 이 팀의 장점은 투수력이다. 선발이 안정돼 있고 확실한 불펜이 있다. 한번 연승하면 흐름을 탈 수 있는 팀이다”라며 이적 첫해 가을야구 진출을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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