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률 85.7%' 빛창근 등극에도 "1실점 아쉽다...주민규·나상호가 더 어려워"[서울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7.28 08: 49

'대전의 수문장' 이창근(30)이 믿을 수 없는 선방쇼를 선보이며 '빛창근'으로 등극했다.
팀 K리그는 27일 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 맞대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팀 K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에 패배의 쓴맛을 선물했다.
1등 공신은 단연 이창근이었다. 그는 전반 45분 동안 선방 6개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을 번번이 막아냈다. 이창근의 선방률은 무려 85.7%(6/7)에 달했다.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가 열렸다.전반 팀 K리그 이창근이 라인을 넘는 공을 차단하고 있다. 2023.07.27 /sunday@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실상 이창근의 쇼케이스였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만 무려 슈팅 12개를 퍼부었고, 그중 박스 안 슈팅이 11개나 됐다. 유효슈팅도 7개였다. 하지만 이창근은 한 차례 선방 후 세컨볼로 내준 실점을 제외하면 아틀레티코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선방쇼를 펼쳤다.
이창근은 이번 팀 K리그 팬 투표에서 52160표를 받으며 세징야(56133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이날 그는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하며 국내 선수 최다 득표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도 이창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는 "이창근 선수의 선방으로 1실점만 내준 게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라며 "오늘 많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특히 이창근 선수는 상대 슈팅을 몇 개나 막아냈다"라고 콕 집어 칭찬했다.
대전 구단도 이창근의 대활약에 환호했다. 대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하얀색으로만 가득한 사진을 올리며 "이창근 선수 머리 예쁘게 잘 짤랐네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창근은 그저 '빛'이라는 너스레였다.
팀 K리그가 이순민의 극장골에 힘입어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를 무너뜨렸다.팀 K리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 맞대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2로 제압했다. 이로써 팀 K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아틀레티코에 패배의 쓴맛을 선물했다.전반 팀 K리그 이창근이 프리킥을 차고 있다. 2023.07.27 /sunday@osen.co.kr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창근은 "잘 준비했고, 다들 긴장감 없이 그냥 재밌게 즐기자고 말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렇게 결과도 가져와서 정말 더 뜻깊은 올스타전이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창근은 6개의 선방보다 실점 하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왕 실점할 거면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먹히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빌드업할 때부터 더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그게 잘 맞아떨어져서 다행히 1실점밖에 안 했다"라면서도 "지금 생각하면 그 1실점도 많이 아쉽다. 소통 실수로 골을 내줘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창근은 "분석가님이 준비해 주신 짧은 영상이 큰 도움이 됐다. 나름 알바로 모라타 선수와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슈팅 궤적을 많이 봤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수준 높은 선수들이라 당황했는데 다행히 이겼다. 내가 막은 것보다 우리가 이긴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방은 무엇일까. 이창근은 "코너킥 때 모라타가 잘라 들어오면서 헤딩했다. 나도 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손 맞고, 골대 맞고, 내 발 맞고 또 나갔더라. 이것도 운 좋게 선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했다.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가 열렸다.전반 팀 K리그 이창근이 공중볼을 잡고 있다. 2023.07.27 /sunday@osen.co.kr
이날 경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아틀레티코에는 얀 오블락이라는 세계적인 골키퍼가 있다. 그와 유니폼을 바꾸거나 대화를 나누진 않았을까.
이창근은 "아니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는 오히려 (조)현우 형이랑 교환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현우 형을 더 좋아한다. 물론 레벨이 높은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도 했지만, 굳이 이겼는데 그러면 열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팬분들께 드리고 싶어서 전반 끝나고 드렸다. 후반에도 드리고 싶었는데 옷이 애매해서 못 드렸다. 기회가 되면 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창근은 자신이 몇 차례나 슈팅을 막아냈는지 알고 있을까. 그는 "4개 정도?"라고 답하다가 6개라는 말에 놀란 뒤 "긴장은 안 했다. 그렇게 큰 경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딱 뛰어보니까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럽다고 생각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또한 이창근은 "끝나고 나서 이런 팀이랑 뛰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외국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나는 지금 대전 소속이다. 경기 끝날 때까지 대전에만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틀레티코 선수들의 슈팅도 이창근에겐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는 "(주)민규 형이나 (나)상호의 슈팅이 더 까다로웠던 것 같다. 위험한 슈팅도 많았지만, 공격수들은 항상 다 위험하다. 우리 팀 K리그 선수들도 부족함이 없었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이창근은 "팬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답해주는 것밖에 없다. 오늘 감사 표시를 잘한 것 같아서 너무 기분 좋다. 이제 대전 가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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