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태균'은 홈런왕 눈앞인데…'포스트 이대호'는 강정호 스쿨의 부름에 응답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8.11 06: 20

같은 길을 걸어가던 선의의 경쟁자라고 볼 수 있었다. 같은 3루 포지션에 우타 거포, 경남고 1년 선후배 사이의 한동희(24)와 노시환(23)은 그렇게 한국 야구를 책임질 우타 거포 계보를 잇는 듯 했다. 
비슷한 성장 곡선을 타고 올라가는 듯 했던 두 선수였다. 각자 팀의 우타자 레전드와 비교되곤 했다. 한동희는 ‘포스트 이대호’였고 김태균은 ‘포스트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기점으로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졌다. 한동희는 올 시즌 내내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다.
타격 메커니즘 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대호가 은퇴하고 맞이한 첫 번째 시즌이었지만 이대호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77경기 타율 2할1푼7리(254타수 55안타) 4홈런 28타점 OPS .569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지난 7일, 올 시즌 두 번째로 2군행을 통보 받았다. 

롯데 한동희 /OSEN DB

한화 노시환 /OSEN DB

반면 노시환은 올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노시환은 94경기 타율 3할7리(371타수 114안타) 26홈런 71타점 OPS .962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9일 KT전 3홈런 경기를 만들면서 홈런왕 레이스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2위 최정(21개)과의 격차는 5개. 생애 첫 30홈런과 홈런왕이 눈앞이다. 타점과 장타율 1위도 함께 따라오고 있다. 
한화 노시환 /OSEN DB
롯데 한동희 /OSEN DB
앞서 3시즌 동안은 냉정하게 한동희가 우위에 있었고 우상향의 그래프도 더 확연했다. 하지만 올해는 노시환이 대폭 스텝업에 성공하며 더욱 비교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동희가 가진 잠재력과 재능은 모두가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구 스피드를 바탕으로 공을 쪼개듯이 때렸던 한동희의 모습을 모르는 게 아니다. 잠시 길을 잃은 것이라고 표현을 해도 무방하다. 
래리 서튼 감독은 한동희를 향해 줄곧 “포스트 이대호가 아니라 최고의 한동희가 되어야 한다”라면서 “한동희는 좋았을 때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다. 좋은 모습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한동희의 성장을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다. 전설적인 선배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한동희를 짓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보는 외부의 시선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과거 KBO리그에서 40홈런을 때려냈던 최초의 유격수이자 현재 김하성(샌디에이고)의 선구자 격인 강정호는 한동희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재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정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동희를 향해 “올 시즌이 끝나면 제가 이 선수를 같이 지도해보고 싶다. 내년 시즌 이 선수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인적으로 한동희 선수가 와서 훈련을 하고 지도를 해보고 싶다”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손아섭은 지난 겨울 강정호 허일과 함께 개인 훈련을 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손아섭 SNS
NC 손아섭 /OSEN DB
손아섭의 사례가 있듯이 한동희 역시도 강정호의 지도를 받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한 대목. 여기에 강정호가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 
강정호와 함께 손아섭의 변화를 이끈 또 다른 도우미는 롯데에서 활약했던 허일이다. 허일은 롯데에서 사제지간으로 연을 맺었던 행크 콩거(현 미네소타 트윈스 코치)의 도움으로 모교인 헌팅턴비치 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NCAA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에서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 한동희 /OSEN DB
한동희는 강정호가 함께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리고 허일 코치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한동희를 부르고 있다. 2군에 내려가기 전 한동희는 강정호의 러브콜에 대해 “주위에서 얘기를 해줘서 알고 있다”라면서 “안그래도 “(허)일이 형이 미국에 있는데 한 번 오라고 한다. 어차피 겨울에 외국에서 개인훈련을 했는데 (미국 개인훈련을)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동희는 이제 갈림길에 놓여있다. 지금의 정체기가 성장통에 그치고 더욱 날아오를지, 아니면 지금의 방황을 벗어나지 못하는지의 기로다. 군 문제도 이제 등한시 할 수는 없는 시기가 됐다. 혹자들은 군 입대 타이밍을 놓쳤다고도 한다. 올 시즌 막판, 한동희의 극적인 반등이 생긴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러나 커리어의 전환 포인트가 필요한 것은 분면해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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