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 첫 2군행, 본인도 수긍했다…한화 최초 골글 2루수의 시련, 더 큰 선수될 기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19 11: 40

23살 야구 인생 첫 시련이다. 순수 한화 소속 2루수로는 최초로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정은원(23)이 2군에 내려갔다. 데뷔 후 부상이 아니고선 서산에 갈 일이 없었던 정은원에겐 너무나도 낯선 일이다.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정은원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난 13일 대전 두산전부터 17일 창원 NC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에서 빠진 정은원은 15일 NC전에만 교체출장했다. 3-3 동점으로 맞선 9회 1사 2루에 대타로 나섰지만 좌완 임정호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게 마지막 타석이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18일 KT전을 앞두고 정은원의 2군행에 대해 “은원이가 테이크백 동작을 수정하고 있었다. 1군에서 폼을 수정하며 경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타격 파트에서도 ‘퓨처스에 내려가 수정한 폼으로 경기를 해보고 적응됐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게 낫겠다’고 했다. 선수 본인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 정은원. 2023.07.01 / foto0307@osen.co.kr

한화 정은원. 2023.07.02 / foto0307@osen.co.kr

정은원 본인도 2군행을 수긍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다. 최원호 감독은 “고민이 많았지만 타격코치들과 선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1군에서 바뀐 폼으로 연습을 하다 경기 때는 원래 것으로 하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며 2군에서 테이크백 수정 작업을 거쳐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적응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정은원 2023.07.26 /sunday@osen.co.kr
한화 정은원. 2023.07.21 / dreamer@osen.co.kr
정은원이 부상이 아닌 이유로 2군에 간 것은 2018년 데뷔 후 사실상 처음. 지난 2018년 4월1일 데뷔 첫 1군 등록 이후 4월19일 2군으로 내려갔지만 당시에는 갓 입단한 신인으로 5경기를 교체로 뛴 것이 전부였다. 그해 5월1일 엔트리 재등록 이후 부상을 빼곤 한 번도 1군에서 빠진 적이 없다. 지난 2020년 8월14일 대전 삼성전에서 상대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공에 맞아 왼쪽 손목 뼛조각이 떨어지면서 재활을 위해 빠진 게 유일한 엔트리 말소였다.
그만큼 어린 나이에도 야구를 야무지게 잘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2루수 정근우가 에이징 커브로 수비력이 떨어진 2018년에 정은원이 혜성처럼 한화 2루에 등장했다. 2000년생 최초로 홈런까지 치면서 ‘한화의 아들’로 급부상했고, 2019년부터 풀타임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2021년에는 역대 최연소(21세) 100볼넷(105개) 시즌을 보내며 극강의 눈야구를 보여줬다.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며 한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2013년 정근우가 FA 이적 후 한화 소속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전 소속팀 SK(현 SSG)에서 거둔 성적으로 받은 상이었다. 순수 한화 2루수로는 첫 황금장갑 수상자로 구단 역사를 썼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기 속에서도 한화 팬들은 정은원을 보며 큰 위안을 얻었다. 
202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정은원. 2021.12.10 /jpnews@osen.co.kr
한화 정은원. 2023.06.21 /ksl0919@osen.co.kr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승 그래프가 꺾였다. 지난해 개인 최다 17개의 실책으로 수비가 흔들렸고, 올해는 타격마저 급락했다. 95경기 타율 2할2푼8리(325타수 74안타) 2홈런 23타점 OPS .619로 모든 지표가 6시즌 통틀어 개인 최저. 시즌이 갈수록 올라올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타선이 약한 팀 사정상 시간을 두고 조정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주 정은원의 부진에 대해 “본인도 생각이 많을 것이다. 올해 시즌을 시작할 때는 아시안게임도 있고, 야심차게 시작했을 텐데 뜻대로 안 됐다. 타격이 안 되니 수비도 영향이 간다.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이 겹쳤다”고 진단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심리적인 타격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원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결국 한화 2루도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 중견수로 뛰던 신인 문현빈이 지난주부터 2루로 들어온 것이다. 최원호 감독도 “대체 불가가 아니면 경쟁이다”고 선언했다. 정은원도 이제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동안 그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없었고, 최근 2년간 기량이 정체됐다. 
뭔가 강한 자극이 필요한 시기에 문현빈이라는 같은 포지션 경쟁자가 들어왔다. 19살 신인 문현빈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정은원에게는 야구 인생 첫 시련이지만 그 역시 아직 23살밖에 되지 않았다. 문현빈과 선의의 경쟁은 정은원에게도 더 큰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화 정은원 2023.06.08 /cej@osen.co.kr
한화 정은원 2023.04.15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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