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만에 10위→2위, 지금껏 이런 팀 없었다…강철 매직도 놀란 KT '기적의 대반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20 05: 40

지금껏 KBO리그에 이런 팀은 없었다. 75일 만에 10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간 KT가 기적의 대반격 드라마를 쓰고 있다. 
KT는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을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로 승리했다. 10회 배정대가 좌측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김상수가 우중간 꿰뚫는 3루타로 결승타를 쳤다. 9회 올라온 마무리 김재윤이 10회까지 2이닝을 2탈삼진 퍼펙트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같은 날 2위 SSG가 문학 LG전에 2-11로 완패, 5연패에 빠지면서 KT와 순위가 맞바뀌었다. SSG를 3위로 밀어내며 KT가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지난 6월5일까지 10위 꼴찌였던 KT는 75일 만에 무려 8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했다. 탈꼴찌에 성공한 6월6일 사직 롯데전부터 KT는 최근 55경기 39승16패로 승률이 7할대(.709)에 달한다. 지난달 11일 고척 키움전부터 4번의 스윕 포함 9연속 위닝시리즈로 폭발적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후반기에는 20승5패로 승률이 무려 8할. 

승리한 KT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3.08.17 / dreamer@osen.co.kr

KT 장성우가 선제 좌월 스리런포를 날리고 홈을 밟은 뒤 이강철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8.17 / dreamer@osen.co.kr

시즌 초반만 해도 KT는 연이은 부상자 속출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시즌 전 불펜 기둥이었던 김민수(어깨), 주권(팔꿈치)이 이탈한 가운데 개막 후에도 소형준(팔꿈치), 엄상백(팔꿈치), 배정대(손등), 박병호(허벅지), 황재균(발가락), 조용호(고관절) 등 투타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소형준은 5월 중순 수술을 받아 시즌 아웃됐고, 심신이 지친 강백호도 6월부터 사실상 전력 외가 됐다. 부상자들이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 정상 전력 가동이 어려웠다. 6월2일까지 16승30패2무(승률 .348), 승패 마진 -14로 당시 5위 NC에 7.5경기 차이로 뒤져 가을야구는 언감생심이었다. 
KT 쿠에바스-황재균. 2023.07.27 /cej@osen.co.kr
KT 이호연. 2023.07.27 /cej@osen.co.kr
그런데 이때부터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진하던 보 슐서를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재영입한 윌리엄 쿠에바스와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2루수 이호연이 투타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쿠에바스, 고영표, 배제성, 엄상백, 웨스 벤자민으로 구성된 5인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선발 야구를 이끌면서 철벽 마무리 김재윤과 셋업맨 박영현이 8~9회를 지키는 승리 공식이 완성됐다. 6월 이후 평균자책점 전체 1위(3.65). 부상에서 돌아온 황재균, 배정대가 살아나면서 투타 밸런스가 맞아떨어졌다. 
한 번 분위기를 타자 순위도 거칠 것 없이 오르고 있다. 전반기를 7위로 마친 뒤 후반기 시작 4경기 만인 7월25일 5위 진입에 성공했다. 8월2일 4위로, 8월4일 3위로 오르더니 드디어 2위 SSG까지 끌어내렸다. 지난 2019년 부임 후 KT의 첫 우승과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이강철 감독도 팀의 대반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4년간 매년 시작이 좋지 않아도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곤 했는데 올해처럼 큰 폭의 상승은 없었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이렇게도 지는구나’ 싶었다면 요즘은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다”며 “매년 후반 성적이 좋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선수들이 이렇게 해냈다. 힘들 때 중심을 잡아준 고참들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가 됐다. 선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 내가 뭐 할 게 없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때는 감독이 뭔가 주도하려고 해선 안 된다. 승부처에 포인트만 짚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 박영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08.17 / dreamer@osen.co.kr
KT 이강철 감독이 승리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7.30 / foto0307@osen.co.kr
지난 2015년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뒤 중간 순위 10위였던 팀이 최종 1~2위가 된 것은 2021년 1~2위 KT와 삼성이 있다. 하지만 KT는 9경기, 삼성은 6경기 소화 시점으로 시즌 극초반이었다. 올해 KT는 개막 50경기, 시즌 3분의 1이 지난 시점까지 10위였다. 
앞서 8년간 개막 이후 50경기 기준 10위 팀들은 모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2015년 KT, 2018년 NC, 2019년 롯데, 2020년 한화는 최종 10위로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NC가 6위로 가장 가을야구에 근접했고, 2016년 한화가 7위, 2021년 롯데가 8위, 2017년 삼성이 9위로 마무리했다. 50경기까지 꼴찌면 사실상 반등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KT는 75일 만에 10위에서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금껏 KBO리그에 이런 팀이 없었다. 팀명 그대로 마법을 부리고 있다. 어느새 시즌 성적 57승46패2무(승률 .553)로 승패 마진 +11이 된 KT는 20일 한화전에 10연속 위닝시리즈에 도전한다.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은 11연속 위닝시리즈. 삼성이 지난 2005년 4월22일~5월9일, 2010년 6월22일~8월1일 두 차례 11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바 있다.
승리한 KT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3.08.08 / dreamer@osen.co.kr
KT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8.15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