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는 어디?...'공식발표' 아닌 대한체육회 회장 입에서 나온 '황선홍호 대체자', 소속팀도 제대로 몰랐다 [오!쎈 현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3.08.25 07: 03

팬들과 축구계의 관심이 쏠린 대체 발탁이었지만, 대한축구협회(KFA)도, 대한체육회도 아닌 이기흥 회장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됐다. 게다가 이들은 선수의 소속팀도 제대로 몰랐다.
대한체육회는 24일 오전 11시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D-30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해당 미디어데이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팀에 관해 질문받았다.
이기흥 회장은 음주 운전과 해당 사건 은폐로 논란을 빚어 명단에서 제외된 이상민에 관해 질문받았고 "지난 주말 김태현을 대체발탁하기로 확정했다"라고 답했다.

24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2022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 D-30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2023.08.24 /ksl0919@osen.co.kr

이상민은 K리그 2 충남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5월 21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3경기를 소화해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이상민의 늦은 보고로 음주운전 발생 약 한 달 뒤에야 사태를 파악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상민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을 부과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징계 사면권 재심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KFA)에서 발표한 징계 중인 축구 100인에 대한 ‘기습 사면 조치’에 대해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재심의를 결정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3.31 /ksl0919@osen.co.kr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 18일 이상민을 황선홍호에서 제외했다. 이에 우려가 뒤따랐으니 한 명이 부족한 상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이런 우려가 커지던 24일 이기흥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불쑥 김태현의 이름을 꺼내며 "조직위원회에서 21일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공식 발표'를 해버렸다.
이로써 KFA의 '구멍 행정'이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김태현의 대체 발탁 과정을 묻자 KFA 관계자는 "김태현은 황선홍 감독님이 뽑아뒀던 예비 풀에 있던 선수로 중앙 수비수 한 명이 팀에서 제외되자 뒤이어 발탁됐다"라고 알렸다. 이어 그는 "KFA는 지난 7월 18일 체육회에 선수 교체를 요청했고 이후 체육회가 조직위원회에 선수 교체를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지난 21일 선수 교체가 승인됐다는 체육회의 통보를 받았고 KFA와 체육회는 공식 발표 시점 등 내용을 조정하는 과정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던 24일 이기흥 회장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태현 대체발탁을 발표했다"라고 덧붙였다.
축구 팬들은 이상민의 엔트리 제외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22명이 아닌 21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만큼 대체 선수 발탁 문제는 팬들에게 가장 큰 축구계 이슈 중 하나였다. 
또다시 체계적이지 못한 모습을 드러낸 KFA와 대한체육회다. 21일 김태현의 대체발탁이 확정됐음에도 이번 대체 발탁 소식은 KFA도, 대한체육회도 아닌 이기흥 회장의 입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사진] 김태현 / 대한축구협회 제공
문제는 또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기흥 회장은 김태현의 소속팀조차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김태현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대전 하나 소속"이라고 이야기했고 기자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기자들은 이후 "현재 일본 베갈타 센다이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고 정정한 뒤에야 선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김태현의 원소속팀은 울산현대로 그는 지난 2019년 대전에서 임대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김태현은 서울 이랜드(2020)로 다시 한 차례 임대를 떠났고 2021년에는 울산에서 공식전 11경기에 나섰다. 2021년 12월 센다이로 임대를 떠난 김태현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임대 계약을 연장한 상황이다.
지난해도 아니고 4년 전 잠시 머물렀던 팀을 선수의 소속팀으로 소개한 이들의 허술한 '공식 발표'는 대한체육회가 대회 준비에 힘을 쏟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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