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생존도 장담 못했는데” 1차 지명→팔꿈치 수술→2년 재활…배명고 오타니, 6년 만에 10승 투수 되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8.26 05: 40

배명고 시절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던 곽빈(24·두산)이 프로 데뷔 6년 만에 정상급 투수의 상징인 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입단 초반 팔꿈치 수술로 인한 장기 재활을 이겨냈기에 10승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다. 
곽빈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2구 인생투로 시즌 10승(6패)째를 신고했다. 지난 4월 15일 LG전 7⅓이닝을 넘어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경신했고, 8월 1일 대전 한화전에서 9승 고지를 밟은 뒤 3전 4기 끝 감격의 데뷔 첫 10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10승을 간절히 기다리지는 않았다. 물론 9승을 한 뒤로 승리를 못해서 조금 흔들렸지만 (최)원준이 형이 하다 보면 나온다는 조언을 해줬다. 덕분에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라며 “운도 좋았다. SSG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와서 8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8 두산 1차지명 투수 곽빈이 시구를 마친 뒤 포수 양의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dreamer@osen.co.kr

두산 곽빈 / OSEN DB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김광현을 상대로 따낸 승리이기에 의미가 더욱 값졌다. 곽빈은 “대한민국 최고의 왼손투수 선배님과 함께 해서 영광스러웠고, 내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형들 타격감이 워낙 좋아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운 좋게 잘 풀렸다”라고 설명했다. 
두산 곽빈 / OSEN DB
이날 10승 도우미로 활약한 포수 안승한과 외야수 김태근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1군 무대가 비교적 낯선 두 선수 모두 멀티히트를 치며 곽빈의 10승을 도왔고, 수비의 경우 안승한은 안정적인 투수 리드, 김태근은 결정적인 홈 보살을 선보였다. 
곽빈은 “(안)승한이 형과 작년에도 같이 몇 번 해봤는데 형이 공격적인 투구를 원하고, 나 또한 공격적이라서 잘 맞는다. 오늘도 편했다. 형은 투수에게 자신감을 주는 포수다. 안타를 맞으면 형이 더 자책해서 내가 더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사하다”라며 “(김)태근이 형은 배명고 선배님이라 믿고 있었다. 나한테 먼저 다가와서 잘 던졌다고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강백호와 곽빈이 고교야구 타자, 투수 MVP상을 수상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15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일 겸 시무식에서 신인선수 곽빈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배명고 시절 특급 유망주였던 곽빈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1차 지명을 받은 뒤 데뷔 첫해 32경기 3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7.55를 기록했다. 신인답지 않은 배짱투로 시즌 초반 필승조를 맡아 15경기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의 안정감을 뽐낸 그였다.
그러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상이 문제였다. 그해 10월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긴 휴식기를 가진 것. 예상보다 재활이 장기화되며 2019시즌에 이어 2020시즌까지 통째로 쉬었다.
15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일 겸 시무식에서 신인선수 곽빈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곽빈은 2021년 5월 정식선수 전환과 함께 1군에서 다시 힘차게 공을 뿌렸다. 재활은 성공적이었다. 복귀 후 21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4.10과 함께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을 맡아 팀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에 기여했고, 지난해 27경기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로 비상하며 마침내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달았다. 시즌을 마친 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의 영예를 안았다.
우여곡절 끝 마침내 10승 투수가 된 곽빈은 “당연히 첫 10승이라서 좋은데 아직 야구를 할 날이 많이 남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솔직히 23살까지 1군에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1군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기에 10승을 한 것 같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두산 곽빈 / OSEN DB
대망의 10승을 달성한 곽빈의 다음 목표를 물었다. 그는 “평균자책점 2점대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언제부터 2점대 투수였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점대로 올라가더라도 마운드에서 편하게 공을 던지고 싶다. 아울러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각오도 들을 수 있었다. 두산에서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승선한 곽빈은 “내가 이렇게 던져도 에이스는 (박)세웅(롯데)이 형과 (문)동주(한화)다. 난 절대 아니다. 두 선수를 믿고 있다. 동주에게도 ‘네가 해야 한다’라고 말해놨다”라고 웃으며 “당연히 나도 잘해야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함께 잘해보겠다. 아마 (노)시환(한화)이도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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