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는 결승전 못 봐!” 냉담한 FIBA…월드컵에서 느낀 한국농구 현실 [마닐라통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9.06 08: 59

세계농구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찬밥 중에 찬밥이었다.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이 공동개최한 ’FIBA 농구월드컵 2023’가 3일 조별예선을 모두 마치고 5일부터 마닐라에서 본격적으로 8강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3개국 5개 경기장에서 예선을 치른 최종 8팀이 마닐라에 모여 본격적인 메달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일부터 마닐라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비록 한국농구는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당했지만 세계최고 농구월드컵을 취재하면 분명 배우는 것이 크다. 세계농구 흐름을 한국에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필리핀에 왔다. 현장에 한국기자는 본 기자가 유일하다. 

그런데 FIBA에서 4일 “결승 토너먼트를 취재할 권리를 줄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결승전까지 취재신청을 하고 마닐라에 와서 이미 며칠간 취재를 해왔는데 갑자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설명을 요구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결승 토너먼트는 제한된 취재석만 있어서 우선권이 있는 국가의 기자에게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다. 당신은 이미 취재를 불허했고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월드컵 참가국의 사진, 한국은 당연히 없었다
FIBA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강력한 대표팀을 가지고 시장이 큰 국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월드컵 취재석도 8강 토너먼트에 합류한 국가에게 먼저 배정하고, 중국, 일본 등 월드컵 참여국이 다음이다. 인도네시아 등 비록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대회를 유치한 국가의 언론사도 우선 배정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나니 가장 후순위 한국기자에게는 줄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농구계에서 한국은 변방 중의 변방이다. 한국이 잘사는 나라인 것은 맞지만 농구에 국가적인 관심은 전혀 없다. 한국기업이 FIBA에 후원을 하는 곳도 없고, 한국이 국제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팬들이 필리핀 팬들처럼 농구에 죽고살며 엄청난 소비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중국처럼 많은 인구도 없고, 일본처럼 농구협회와 프로리그가 잘 협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다. 한국은 농구계 외교싸움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사진] 몰 오브 아시아 미디어워크룸 /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기자들이 있다
[사진] 몰 오브 아시아 미디어트리뷴 / 200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가능한 규모
FIBA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며 다시 기자증을 요구했다.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는 200명이 넘는 취재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예선에서 인기 많은 미국경기도 기자석이 반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자리가 넉넉했다. 이미 마닐라에 와 있는 한국기자에게 자리가 없으니 도중에 돌아가라는 말은 믿기 어려웠다. 상황이 똑같은 중국이나 일본 기자들은 모두 결승전까지 취재할 수 있는 기자증을 받은 상태였다. 
기자의 사정을 들은 필리핀 동료 기자들은 “FIBA 정책이 말도 안된다. 어렵게 필리핀에 온 손님을 이렇게 대하나. 우리도 나서서 항의해주겠다”고 거들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FIBA에게 한국은 죄인이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FIBA는 항상 강경한 태도다. 우리는 늘상 겪는 일이다. 협회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은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터져 월드컵 예선에 불참했다. FIBA는 가차없이 한국의 월드컵 출전자격을 박탈했다. 일말의 재고여지도 없었다. 올해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은 여행금지국 시리아에서 개최했다. 한국과 대만은 불참했다. 한국은 2024년 파리올림픽도 나가지 못한다. 한국 남자농구 마지막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이다. FIBA 입장에서 국제대회에 계속 불참한 한국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월드컵에서 본의아니게 한국이 농구계 외교에서 얼마나 변방인지, FIBA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체험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체육인도 농구계에는 없다. FIBA가 한국을 하대하고 무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규칙은 규칙이니 따라야 했다. 5일 아침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짐을 챙기고 있는데 FIBA에서 메일이 왔다. “결승 토너먼트 취재를 취소한 기자가 있으니 대신 기자증을 주겠다”는 황송한 대답이었다. 덕분에 부랴부랴 일정을 다시 변경하고 마닐라에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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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일본은 만원관중 앞에서 3승을 챙기고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과연 한국에서 그런 장면을 볼 날이 올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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