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워커홀릭' 클린스만, 무슨 준비를 한 걸까...'중원 삭제+고구마 축구' 그대로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9.08 12: 13

"나도 '워커홀릭'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대체 어떤 일에 푹 빠져 살고 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표팀 전술 준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 5경기째 승리가 없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경기 후 아쉬워하는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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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 사냥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대표팀은 지난 3월 그가 부임한 뒤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외국인 사령탑으로서 최악의 출발이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조규성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재성-박용우-황인범-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수비진을 꾸렸고, 김승규(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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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꼭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지만,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결과는커녕 내용도 잡지 못한 졸전이었다. 한국은 점유율 61%를 기록하고도 90분 내내 유효슈팅 1회, 박스 안 슈팅 0회에 그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초반부터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축구가 계속됐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강조하던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풀어나가는 빌드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색채는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중원이 완전히 삭제됐다. 황인범과 박용우를 활용해 허리에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약속된 플레이는 기대하기조차 어려웠다. 김민재가 일단 최전방으로 길게 패스하는 게 주요 루트로 보일 정도였다. 물론 직선적인 롱볼 전술이 나쁘단 건 아니지만, 5백이 촘촘히 자리한 웨일스 수비 상대로는 효과적일 리 없었다.
[사진] 왼쪽 측면을 맡은 이재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우측 미드필더로 배치된 홍현석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찌어찌 공이 측면까지 가도 문제였다. 중앙지향적인 이재성과 홍현석이 좌우 날개를 맡은 만큼, 직선적인 돌파나 과감한 드리블로 수비를 허무는 장면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답답함을 느낀 손흥민은 공을 만지기 위해서 계속해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주장 손흥민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는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지난 3월처럼 '프리롤'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주로 중앙에 위치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뛰었고, 좁은 공간에 갇히며 좀처럼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다 측면에 공간이 생기더라도 전문 윙어가 아닌 이재성과 홍현석에게 침투 및 돌파를 기대하긴 쉽지 않았다.
답답한 표정을 지은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들어 교체 카드를 대거 꺼내 들었다. 황희찬, 황의조, 양현준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경기장을 밟았다. 하지만 선수만 바뀌었을 뿐, 큰 틀은 그대로였다. 방향성을 알기 어려운 플레이만 계속됐고, 오히려 웨일스의 간헐적인 역습에 위기를 맞곤 했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득점 없이 경기를 마치며 무승 기록을 5경기로 늘렸다. 전후반을 통틀어 슈팅 시도 자체가 수비벽에 막힌 슈팅 포함 4차례에 불과했다. 후반 20분 웨일스 키퍼 무어의 헤더가 골대에 맞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패했을 경기였다.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011 2023.06.16 / foto0307@osen.co.kr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23.06.22 /ksl0919@osen.co.kr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논란이 커지자 자신은 워커홀릭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부임할 때부터 국내에 머무르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많아 비판을 샀다.
이에 대표팀 감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느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내가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고 연락하는지 모를 것"이라며 "외부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현대 축구의 트렌드, 또는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심지어 다른 스포츠는 어떤 트렌드를 가지고 있는지 공부하고 있다. 이를 한국 축구 발전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그는 "한국 축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KFA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여러분 앞에 나타나진 않았지만,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라며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저도 '워커홀릭'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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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워커홀릭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경기력은 이번에도 형편없었다.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추구하는 방향은 보이지 않았고, 선수들 간 호흡도 맞지 않았다. 기본적인 빌드업이 사라졌고, 공격 전개도 손흥민 개인 기량에 의존할 뿐이었다. 유럽 무대에서 펄펄 날던 선수들도 모두 침묵에 빠졌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홀려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그는 그동안 해외 방송에 꾸준히 출연해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프리미어리그를 분석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 조 추첨식에도 모두 참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워커홀릭이라며 안심시켰지만, 팬들의 우려를 지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경기였다.
이쯤 되면 선수단 분석과 전술 준비에 힘을 쏟긴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폼이 좋지 않은 이기제와 정승현 등 K리거 활용 방안은 차치하더라도 클린스만 감독이 현장에서 직접 체크한 유럽파들도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뚜렷한 전술적 색채라도 있다면 걱정이 덜했겠지만, 클린스만호가 대체 무슨 축구를 하고 싶은지 전혀 파악할 수 없는 9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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