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하정우→임시완, 국뽕 도취 없이 담담하게 달린 추석 맞춤영화(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9.12 11: 58

 (※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조선인 대표로 출전한 손기정(하정우 분) 선수는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만 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의 지배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처절한 사투 끝에 손기정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장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의 일장기 말소 사건 이후, 일제의 감시를 받던 손기정 선수는 결국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47년, 제1회 조선일보단축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윤복(임시완 분)을 본 손기정은 그를 우리나라 대표 선수로 발탁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고자 준비한다.
베를린 올림픽에 손기정과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던 남승룡(배성우 분) 선수는 서윤복의 코치이자 함께 뛰는 선수로서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출전하지 못할 위기가 찾아왔지만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간 서윤복은 2시간 25분 39초라는 전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동양인 최초 우승을 차지한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콘텐츠지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빅픽쳐)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탄생한 스포츠 영화다.
우리나라 민족 정신을 고취시킬 만한 극적인 소재와 방대한 서사인데,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되지 않았다. 시작부터 중반부까지 비교적 담담하고 묵직하게 나가면서도 후반부에는 마라톤의 여정을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
시각적 정보를 통해 전달되는 영화적 방식으로 민중의 고난을 재현하면서 부분적으로는 코믹한 대사와 승리의 서사를 강조해 감동을 안긴 것이다. 정통 역사 영화라기보다 스포츠 영화로 보이는 이유는 일장기 말소사건 등 항일 정신을 담는 데 크게 할애하지 않아서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 시퀀스는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리면 이룰 수 있다는 미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를 보는 우리는 꿈을 이루려는 열정의 마음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희생정신 및 애국심을 동시에 공유하게 된다.
‘제2의 손기정’ 서윤복으로 분한 임시완은 마라톤 선수가 받는 훈련의 60~70%까지 소화했다는 전언이다. 영화를 보면 실존 인물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비주얼, 체력적으로 그가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웃음과 감동, 눈물 3박자로 완성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승리가 담긴 ‘1947 보스톤’은 추석 연휴 극장가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러닝타임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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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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