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네 사람들’의 김세훈 PD, 전성호CP가 촬영 비하인드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 ENM 센터에서는 OSEN과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의 김세훈 PD, 전성호CP 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회장님네 사람들'은 한 농촌 마을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와 선물을 만끽하는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초기에는 김용건, 김수미, 이계인이 고정 멤버로 출연해 '전원일기' 식구들과 관련한 다양한 게스트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담았다. 이후 일용家의 박은수, 김혜정과 회장님家의 임호, 조하나가 고정멤버로 투입되기도 했다.
전 CP는 "‘회장님네 사람들’에는 '전원일기' 이후 46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떼며 "사실 ‘회장님네’ 기획은 십 년도 넘게 전에 시작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모든 인물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세월이 주는 희로애락이 부드럽게 감싸질 때쯤 모여야 했는데,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 이후 10년이 지나고 모든 분이 묵묵히 한자리에 있다 보니 서로서로 그리움이 더 많아지신 것 같더라”라며 “이제는 출연 부탁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오고 싶다 해주신다.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1년 됐지만 게스트분들도 친숙하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추억팔이'라는 코드가 방송 전반에 있다. 그렇게만 봤을 때는 프로그램의 수명이 짧다. 캐스팅이 바뀌는 프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환기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추억으로 시작을 했지만, 이제는 같이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 출연진도 그때는 동료지만, 지금은 가족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면서 프로그램이 잘될 거 같았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보면 다들 가족이다. 저희도 (이럴 줄은) 몰랐다. ('전원일기'부터) 오랜 시간 가지고 호흡을 길게 가지고 찍다보니, 오히려 지금 가상 가족 같은 느낌이 나더라. 덕분에 지금 많은 이야기가 펼쳐져서 시청자분들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고 계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김 PD는 "'전원일기' 자체도 22년을 했고, 우리도 첫 방송 당시에는 국민 예능이 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1년 이상 넘어가다 보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며 "첫 방송 당시만 해도 채널 자체도 개국한 지 1년 정도라 자리를 잡지 못하기도 했고, 1년 이상 한 프로그램을 오래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워낙 ‘전원일기’ 소재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반응이 좋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1년 이상 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이후 방영 2~3개월 후부터는 프로그램상에 감정선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시청자의 반응을 보며 ‘전원일기를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많았구나’ 하면서 확신이 생겼다. 프로그램상 내용도 확장돼 갔고, 많은 분도 나와주시면서 '더 커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이제는 1년 이상 방영을 보고 있다. 방송 전까지는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너무 많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소 선정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김 PD는 "초기에는 한 하는 설정이었다가, 분가시켜서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이게 리얼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 됐으면 했다"라며 "많은 장소를 답사했다. 예전에 '전원일기'를 촬영했던 김포, 가평 등은 물론, 가장 비슷한 분위기의 장소를 찾아 잡았다. 중요한 건 두 집 살림이라는 콘셉트라, 회장님네 같은 집, 일용이네 같은 소박한 장소 등을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전 CP는 "예전 '전원일기'를 촬영했던 장소는 지금 너무 많이 바뀌었더라. 하지만 식구들을 그때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장소가 필요했다. 첫 회는 양평에서 시작했는데, 협소하기도 하고, 두 집 살림을 구현하기 쉽지 않아 제작진들이 계속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현재 촬영 장소인 강화도를 발견하게 됐는데, 동선도 완벽하고, 하나의 '판타지 공간' 같은 생각이 든다"라며 "사실 '전원일기' 마을을 짓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구현하기가 힘들었다. 두 집 살림 자체도 '전원일기' 식구들의 관계가 없으면 구현할 수 없었을 거다. 드라마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예능이 다시 드라마처럼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PD는 "'전원일기' 세계관에 있는 마을을 구현해 보고자 했는데, 최불암 선생님께서 '예전에는 가족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엔 그런 게 없어져서 시청자들이 예능이지만 가족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장님네'가 가야 할 길을 조금 더 다지게 되었다. 가족에 대한 의미는 항상 통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평소 방송서 근황을 알기 힘들었던 스타들의 출연과 '농사일'이라는 희귀한 장면은 물론, 매회 김수미의 프로페셔널한 요리 실력 등이 '회장님네'의 주 관람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김 PD는 "오시는 분들은 저희가 일을 하라고 시키실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고 웃으며 "그런데 김수미-김용건 선생님이 '여기 왔으면 너도 전원일기 세계관 속에서 한번 놀아봐야지' 하면서 그런 장면을 이끌어 주시는 거다. 어느 정도 구성이 있긴 하지만, 선생님들께 사전에 이야기를 전해 드리면 선생님들께서 리얼하게 살려주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CP 역시 "대본이 있다고 말하기도 힘든 게, 프로그램 자체가 그냥 손님을 초대해서 밥 먹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예정된 요리가 계속 바뀌기도 하고, 예상 밖의 일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담은 '회장님네'의 주 연출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이었다. 김 PD는 "그분들이 가진 감정선을 저희가 알 순 없지만, 최대한 그걸 훼손시키거나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식사하다가 자연스럽게 현재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저희는 최대한 40년 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판을 깔아드리는 거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기 위해 (제작진이) 섣불리 들어가는 건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회장님네'를 이끄는 두 연출자의 케미도 돋보였다. 두 사람의 케미를 묻자, 전 CP는 "사실 이전의 셋팅값은 추억의 영역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회장님네'가 흘러가려면 진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판을 세팅했지만, '전원일기'의 세계관을 확장 시켜준 것은 피디가 역할을 잘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출연자분들도 많이 도와주시지만, CP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 있고, 오늘도 해냈고, 이다음에도 해내 주겠구나, 하는 고마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를 들은 김 PD는 "저는 '이번에는 못 해내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회장님네'가 지금은 사랑을 많이 받고 안정화 되었긴 하지만, 만족하고 게을러지는 순간 프로그램은 금방 힘을 잃는다. 그럴 때마다 CP님은 프로그램의 중심과 방향을 잡아주시고, 독려를 해주시는 역할을 해주신다"라며 케미를 선보였다. 이어 "사실 시골에서 촬영하는 게 쉽지 않고, 어르신분들과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스태프 중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 특히 식사를 제때 못한다. 삼시세끼를 먹으면 요리 과정부터 찍어야 해서 다 끝나야 먹을 수 있는 거다. 꼭 스태프들의 노고를 말씀드리고 싶다"며 작가진을 포함한 여러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출연진들을 향한 애정도 전했다. 전 CP는 "처음 김용건 선생님을 다른 프로젝트에서 만났었는데, 한번 만났는데도 사람을 재밌게 하고, 편안하게 해주시더라. 저도 자석처럼 끌려갔고, 이후 '회장님네' 기획 단계에서도 메인 작가와 함께 '무조건 용건 형님을 만나자' 싶었다. 이후 용건 선생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후 구현이 된 것"이라고 언급했고, 김 PD 역시 "저희끼리 용건 선생님을 '중년의 유재석'이라고 부른다. 멘트도 너무 재밌게 잘하시고, 예능감이 물이 오르셨다. 용건 선생님도 '나 지금 전성기야' 하시더라"라고 웃으며 "농사짓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힘드시면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 드려도 용건 선생님은 계속 일을 하시려고 한다. 김수미 선생님도 '손님 오셨으니까 해야지'하면서 열심히 밥을 하신다. 모두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하신다"라고 표현했다.
끝으로 전 CP는 "지금 이 시기가 프로그램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시청자분들께 감사함을 전해 드리고 싶었다. 이런 자리가 생겨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제가 맡은 프로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모니터링을 그렇게 많이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예능도 없었고, 하기도 힘들다. 이게 드라마라면 밋밋해서 안 봤겠지만, 드라마 같은 예능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있는 것 같다. '전원일기'가 화요일마다 하는 농촌 이야기였다면, '회장님네'는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농촌 이야기다. 연출을 오래 했지만 이렇게 흐뭇한 프로는 정말 안 해본 것 같다. '이게 제일 재밌어'의 느낌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흐뭇하고, 가족 안에서 울어볼 수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김 PD 역시 "주변에서 최불암-김혜자 선생님이 출연하셨으니, 곧 끝나는 게 아니냐고 하던데, 그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아직 저희는 할 이야기가 많고, '전원일기'에 출연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다. 그간 못 만났던 분들과 만나면서 반가움을 전했다면, 그 본질을 유지하면서 지금은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으니, 아직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새로운 이야기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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