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상견니’와 닮은듯 다른 ‘너시속’, 부담·아쉬움 있지만..”[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9.12 17: 18

‘너시속’ 전여빈이 작품을 끝마친 소감을 전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이하 ‘너시속’) 주연 배우 전여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너시속’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지난 2020년 인기리에 종영한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다.

전여빈은 “작년 봄에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쯤에 마무리한 작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담았다. 그때는 오픈을 내년 가을에 한다고 하니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지?’라는 당혹감과 더불어 그 당시 가을쯤 찍었던 것들이 떠오르더라”라며 “아직 작품에 대한 평가를 아주 적극적으로 보고있진 않다. 너무 떨려서 못 보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쌓이고 용기가 생기면 들여다 볼까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중 전여빈은  1년 전 죽은 남자친구 연준을 그리워하는 한준희와 준희를 닮은 1998년의 소녀 권민주로 출연하며 1인 2역을 연기했다. 1인 2역이 “마땅히 잘 수행하고싶었던 과제”라고 밝힌 그는 “촬영하는데 있어서는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너무나 잘 만들어져있는 원작이 있어서 이미 글에서부터 준희와 민주가 너무나 극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이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온도가 있어서 최대한 글에 집중해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한 신 한 신 만들어나가고자 했다”며 “그럼에도 순간순간 계속 어려웠어서 감독님한테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 신에 대해 계속 여쭤봤다. 저 스스로는 객관적인 확인이 안 될수도 있으니까 매니저님, 스태프분들의 의견을 계속 체크하려고 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연기를 한 소감을 묻자 전여빈은 “테스트 하려고 교복을 정말 많이 입었다. 의상팀에서 교복을 되게 많이 준비해주셨는데 아무래도 너무 어색하더라. 한편으로는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의문을 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 할수있어! 내가 나를 믿어줘야지’하는 생각으로 했다. 동시에 강훈 배우, 안효섭 배우가 피팅을 같이 했는데 셋이 모여있으니 나름 어울리는것 같더라. ‘우리끼리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자’는 얘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전여빈이 맡은 캐릭터는 한준희와 권민주 두 명이지만, 타임슬립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바. 그는 “정서 상태에 변곡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기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욕망이라거나 결핍, 그 결핍을 어떻게 채우고싶어하는지 그 표현을 정말 잘 드러내고 싶었다. 단순히 눈빛만이 아니라 남들이 보시기에도 ‘준희는 파란색’이라면 ‘민주는 검정색’, ‘다시 돌아온 민주는 빨간색’처럼 시각적, 온도적으로 다르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상상해나가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준희와 권민주 중 전여빈이 더 연기하기 힘들었던 캐릭터는 누구일까. 그는 “사실 둘다 힘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표현에 대한 고민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현장인 만큼 배우로서는 행복했지만, 동시에 괴롭기도 했다고.
전여빈은 “‘상견니’ 원작 자체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았었고 가가연 님도 너무 훌륭하게 연기 해내셨지 않나. 저는 원작을 좋아했는데, 효섭이와 훈이는 보지 않은 상태였다. ’너시속’에 참여하게 됐을 때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원작을 안 봤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셨다. 어느순간 물들고 모방에만 멈춰지게 될까봐. 우리가 우리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살을 붙이지 못하고 갇히게 될까봐 염려하신것 같다. 저도 그 부분을 주의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저는 원작을 너무 뛰어나게 만들어냈던 제작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있으니까 ‘괜찮아’ 싶으면서도 부담이 계속 있었던것 같긴 하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어 “감독님이 30대 회사 생활하는 준희 모습을 ‘여빈씨처럼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회사생활하는 준희의 모습을 보면 전혀 아픔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서나은(서예화 분)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상실을 알 수 없는 사람이길 바랐다. 감독님이 ‘여빈씨처럼 해달라’고 하는데 저는 어렵더라. 과연 사람이 평소 모습을 객관적으로 구현한다는게 쉬운 일인가? 오히려 저는 그 제안이 어렵게 느껴져서 제가 해석한 준희를 그려나가려고 했다”고 어려웠던 점을 짚었다.
‘너시속’의 화자는 준희로, 전여빈은 시청자들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상황을 직접적인 대사로 표현하는 장면이 많아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바. 전여빈은 “상견니가 21부작으로 알고있다. 그걸 줄이고 줄이시려다 보니 말로 설명을 꼭 해줘야만 하는 부분이 생긴게 아닐까 싶다. 저는 그냥 마땅히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충분히 해 주셨지 않을까. 감독님과 작가님이 배우들 그 이상으로 고민하셨을 거라 생각했다”면서도 “말로 설명해주는데 있어서는 아쉬움을 느끼셨을 수도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견니’ 시그니처 신인 비 내리는 장면에서 우정을 생략하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도 “원작에 비해 심플하게 그려진 부분도 있다. 특히 가족장면이 다소 생략됐지 않냐. 저는 아쉽기도 했다”며 “감독님이 이야기를 압축시키다 보니 시헌이와 준희의 관계, 민주와 인규의 관계가 돋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수긍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식의 해석이 우리대로 재해석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견니’를 좋아했던 시청자로서 ‘너시속’을 시청한 소감을 묻자 “시청자로서 배우로서 ‘이 작품은 훌륭한 작품이다’ 라고 하는 건 극명히 다른 온도더라. 저는 작품 안 사람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다”라면서도 “우리 작품의 좋은 점을 말하자고 하면 우선 출연한 배우들이 다르지 않나. 컬러링 북처럼 밑그림은 같아도 그걸 칠하는 사람에 따라 그림풍이 바뀔때가 많더라. 감독님이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가고자 하고 사려깊게 연출하려고 애를 쓰셨다. 그런 미묘한 차이들을 발견해주시면서 본다면 ‘DNA는 같지만 MBTI는 다르다’는 말처럼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그런맛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여빈은 ‘너시속’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니까. 연인간의 사랑 말고도 지켜내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들 있지 않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걸 수도 있고, 하고 일을 하다가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고, 나로서 살아가고 있다가 내가 지켜내고 싶었던 순간들에 대해서 환기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지금도 이번 작품을 정주행하면서 그런 순간들이 불쑥불쑥 기억나더라”라며 “여러분의 마음에는 어떤 시간이 남았을지 , 어떤 시간이 떠올랐을지 궁금하다고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진원 감독은 인터뷰에서 “‘너시속’이 끝까지 보게되면 앞부분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최대한 많은분들이 ‘N차’ 시청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여빈은 “저도 동일한 마음”이라며 공감했다.
이어 “타임라인이 왔다갔다해서 처음엔 정리되지 못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감정선과 사건을 따라갈 것 같다. 끝에 도달했다가 처음으로 돌이켜보면 왜 이상황에 놓였는지, 누가 민주고 누가 준희인지 이런 것들이 더 돋보이실거다. 아마 유기적으로 흘러가면서 상황과 인물들에게 더 잘 집중할수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두번째로 볼 때 감정선에 몰입이 잘 되실 것 같다. ‘N차 시청’ 열렬히 지지한다. 저도 한번 다시 보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전여빈은 “타임슬립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저는 현재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는 싶지만 보고 오면 너무 그리워질것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현재를 잘살고싶다”고 소신을 밝힌 그는 “긴 호흡을 갖고 열심히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전여빈은 “원하는 것처럼 일을 해나갈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긴 호흡으로 연기할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어떤 배우가 될지 구체적으로 표현은 못 하겠다. 표현하고싶은 갈망들이 있다는걸 느낄순 있지만 그게 어떤 형태의 것인지는 말을 아끼고 싶다. 가능성을 열어두고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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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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