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0-9 진땀승' 삐걱거리는 삼성 계투진...역시 형만 한 아우는 없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증명한 클래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09.13 12: 40

'형만 한 아우는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속담이다. 1982년생 오승환은 추신수, 김강민(이상 SSG)과 더불어 KBO리그 선수 가운데 맏형이다. 시즌 초반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었지만 24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오승환은 지난 12일 대구 KIA전에서 든든한 맏형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삼성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보였던 KIA와 시즌 14번째 대결에서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선발 테일러 와이드너를 비롯해 오재일과 김현준의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6회까지 9-4로 크게 앞섰다. 삼성은 7회부터 계투진을 가동했다. 넉넉한 점수차였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마다 KIA의 거센 추격에 흔들렸다. 실점 없이 아웃 카운트 2개를 챙긴 좌완 이재익을 제외하면 벤치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8회 9-9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선빈의 우전 안타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1사 1,2루 역전 위기에 놓인 삼성. 팀의 맏형이자 마운드의 마지막 보루인 오승환이 3루 불펜 문을 열고 나왔다. 첫 상대는 소크라테스. 오승환은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곧이어 나성범과 맞붙었다. 오승환은 3구째 포크볼로 내야 땅볼을 유도했으나 유격수 이재현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2사 만루 위기에 몰린 오승환은 대타 고종욱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1루로 던져 이닝을 끝냈다. 실책 후 위축됐던 유격수 이재현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순간이었다. 8회말 공격 때 선두 타자로 나선 이재현은 결자해지의 각오로 KIA 필승 카드 임기영을 상대로 좌월 솔로 아치를 빼앗았다.  임기영과 풀카운트 끝에 6구째 직구(138km)를 힘껏 잡아당겨 좌측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10-9. 
오승환은 가장 익숙한 이닝인 9회, 세 타자를 꽁꽁 묶으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첫 타자 김태군을 좌익수 뜬공으로 가볍게 제압한 데 이어 최원준을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8회 동점 홈런을 터뜨렸던 오선우와 맞붙었다.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포크볼을 던졌고 오선우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허공을 갈랐다. 삼성은 KIA를 10-0로 꺾고 연패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승환은 올 시즌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었다. 구위 회복 차원에서 데뷔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고 잠시 소방수 중책을 내려놓기도 했다. 컨디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뭔가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랄까. 
일각에서는 오승환을 두고 '에이징 커브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빌 샹클리 전 리버풀 감독의 명언처럼 보란 듯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물론 '난공불락'이라 불리던 10년 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한미일 3개 리그를 경험한 오승환의 풍부한 경험은 과거 상대 타자를 압도했던 돌직구 못지않은 주무기가 됐다. 
오승환은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앞으로 세이브 6개를 추가하면 사상 첫 400세이브의 시대를 열게 된다. 삼성의 가을 야구 진출은 멀어졌지만 '리빙 레전드' 오승환의 대기록 달성을 지켜보는 건 삼성 팬들에겐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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