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오디션 프로그램은 인연이 아닌 걸까. '소년판타지' 제작사가 판타지 보이즈 멤버 유준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MBC 오디션 잔혹사에 정점을 찍었다. 힘든 오디션 과정을 거쳐 꽃길 데뷔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1위 멤버의 나 홀로 이탈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잘 잘못이야 법원에서 가리겠지만 소년판타지 나머지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하고 뒤에서 눈물만 흘릴게 분명하다.
MBC 예능 프로그램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약칭 소년판타지)' 제작사 펑키스튜디오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연습생 유준원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준원은 '소년판타지' 방송 당시 최종 1위를 차지해 프로젝트 그룹 판타지 보이즈 멤버로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이다. 그러나 최근 데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팀에서 이탈했고, 판타지 보이즈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포켓돌 스튜디오에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사태처럼 급속 성장한 뒤의 내홍으로 팀이 풍비박산나는 경우는 잦았어도 아예 오디션 출신이 데뷔 직전에 개인 계약 문제를 이유로 독자 노선에 나선 건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와 관련 포켓돌스튜디오는 유준원의 부모가 '소년판타지' 1위를 이유로 수익분배 요율상향을 요구했으며, 미성년자 적용 조항까지 넣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일부 수용했음에도 최종 합류가 불발됐다고 SNS 캡처까지 내미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반면 유준원은 포켓돌스튜디오가 과도한 고정비 부담을 요구하며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반박한 상태다.
결국 유준원이 빠진 채 판타지 보이즈는 김규래, 홍성민, 오현태, 이한빈, 링치, 강민서, 히카리, 소울, 김우석, 히카루, 케이단 11인 체제로 21일 데뷔를 앞두게 됐다. '소년판타지' 1위 당첨자 이탈이 팀 동력을 반감시킬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거꾸로 나머지 멤버들의 결속력이 더 강해지고 팬들의 격려까지 더해져 기대를 더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소년판타지'가 MBC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 또한 이목을 끌고 있다. 유독 MBC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실력자들을 배출하면서도 큰 빛을 보지못하다가 이번 소년판타지로 대박을 예고했었던 까닭이다. 실제 MBC는 과거 '위대한 탄생(약칭 위탄)' 시리즈를 3개 시즌까지 선보였다. 시즌1에서는 백청강, 시즌2에서는 구자명, 시즌3에서는 한동근이 우승을 차지했으나 큰 빛을 보지 못했다. Mnet의 '슈퍼스타K', SBS의 'K팝스타' 시리즈 우승자들이 꾸준히 음악 혹은 방송 활동을 전개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절치부심했던 MBC는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성공 이후 '극한데뷔 야생돌', '방과후 설렘' 시리즈를 통해 오디션 에능의 재기를 노렸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가는 중이다. '방과후 설렘' 시리즈는 글로벌 아이돌 그룹 추세를 반영해 일본 OTT 아베마TV 동시 중계로 해외 팬들의 호응도 컸다는 평이다.
대미를 장식할 소년판타지 데뷔 직전에 유준원의 이탈은 안타까움을 더했지만, 자칫 걸림돌이 되었을 잡음의 소제를 제거하고 단단한 팀워크를 다졌다는 점에서 화가 복으로 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포켓돌스튜디오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