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24분' KBO 초유의 우천 중단 사태, '77km' 아리랑볼에 마음 졸인 100홈런 포수 "규정 보완 필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9.18 05: 41

KT 포수 장성우(34)가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무려 3시간24분(204분) 우천 중단을 딛고 기록이 인정됐다. 그러나 장성우는 100홈런의 기쁨보다 규정 보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우천 중단 후 재개된 경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라 시속 77km 아리랑볼을 던져야 했던 투수 웨스 벤자민(30)의 공을 받으며 마음을 졸인 영향이다. 
장성우는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2회 선제 결승 홈런을 쳤다. 
한화 선발 한승주의 초구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5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11호 홈런. 개인 통산 100호 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105번째 기록이었다. 

KT 웨스 벤자민. /KT 위즈 제공

KT 장성우. /KT 위즈 제공

그러나 KT가 3-1로 앞선 5회말 한화 공격 때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강우콜드 게임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자칫 우천 노게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 장성우의 기록이 무산될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려 3시간24분(204분)으로 KBO리그 역대 최장 경기 중단 기록이 세워진 끝에 경기가 재개됐다. 저녁 6시33분 중단된 경기가 밤 9시57분 다시 시작됐다. KT가 3-1로 승리, 더블헤더를 독식하면서 장성우의 100호 홈런 기쁨도 두 배가 됐다. 
경기 후 장성우는 "공격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배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오늘 팀이 이길 수 있는 결승타를 쳐서 가장 기쁘다. 올해 내가 팀이 이길 수 있는 타점을 쳤을 때 경기 후반 다시 역전됐다. 그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는데 오늘은 도움이 돼 다행이다"고 승리 소감을 먼저 말했다. 
이어 100호 홈런을 달성한 뒤 우천 중단으로 노게임이 될 뻔한 상황에 대해 "100호 홈런 기록이 없어질까봐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5회말에 애매하게 중단이 돼 조마조마했다. 100호 홈런 기록은 하나 남았기에 언제든 나중에 세울 수 있는 기록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KT 장성우. /KT 위즈 제공
KT 장성우. /KT 위즈 제공
나아가 장성우는 "3시간24분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돼 선수단이 힘들었다. 특히 선발투수가 타자와의 승부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랜 시간 쉰 벤자민이 다시 그 상황을 마무리하고 내려가야만 했다는 점에서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4회까지 1실점으로 막은 벤자민은 3-1로 앞선 5회 선두타자 문현빈 타석 때 7구를 던진 뒤 우천 중단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중단 시간이 너무 길어 어깨가 식었고, 정상 투구가 어려웠다. 그런데 경기 재개 후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문현빈에게 2개의 공을 더 던진 뒤 볼넷을 주고서야 손동현으로 교체됐다. 벤자민은 힘을 잔뜩 뺀 채 77km 커브에 이어 97km 직구를 던졌다. 
야구규칙 5조 10항에 따르면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를 완료해야 교체될 수 있다. 우천 중단되기 전에 벤자민은 파울 라인을 넘어 마운드에 올랐고, 문현빈과 7구 승부를 벌이던 중이었다. 규정상 어쩔 수 없이 마운드에 다시 올라야 했고, 부상을 피하기 위해 아리랑볼 2개를 던진 뒤에야 내려갈 수 있었다. /waw@osen.co.kr
KT 웨스 벤자민. /KT 위즈 제공
KT 웨스 벤자민. /KT 위즈 제공
KT 장성우와 웨스 벤자민.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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