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영화 '크리에이터' 제작 비하인드를 밝혔다.
18일 오전 영화 '크리에이터' 가렛 에드워즈 감독 화상 기자간담회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진행됐다.
'크리에이터'는 고도화된 AI들에 의해 핵공격이 시작된 후,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가 인류를 위협할 무기인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 분)를 발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그린 영화다.
이날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간담회에 앞서 "저는 한국에 가본적이 있다. 장편 데뷔작을 들고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뵌적이 있어서 한국은 특별한 곳이라 설렌다"고 인사를 전했다.
'몬스터즈'를 통해 장편영화 데뷔 후 '고질라',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등을 연출했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크리에이터'로 다시 국내 관객을 찾게 된 것에 대해 "흥분감을 감출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첫 장편이 저예산 독립영화인데 그걸 가지고 한국에 가기도 했고 그걸 통해 '고질라'를 연출할 기회,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를 연출할 기회로 연결됐다. 이렇게 독립영화의 크리에이티브한 자유로움을 가질수 있었던 경험과 블록버스터를 만들수있었던 경험, 이 장점을 모아서 이번 영화에서 대서사적이면서도 크리에이티브적인 예술적인 점까지 합쳐진 결정체를 만들어낼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할리우드에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SF영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크리에이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묻자 "많은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제가 어릴때를 생각해보면 매주 오리지널 SF영화를 개봉했다. 그때가 그리워서 이런 기회가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섞어서 용광로에서 꺼낸 작품을 만들어내고 극장에 걸고싶단 바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동남아 여행을 할 때 차기작에 대해 로봇 영화 정도가 될거라고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던 과정에 베트남에 갔다. 승려분들이 사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승려가 로봇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 비주얼이 새롭더라. 다른 감독이 이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든다면 너무 질투날것같아서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연달아 SF 장르를 연출하게 된 그는 SF만의 매력을 묻자 "공상과학 영화는 유니크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비유와 은유 통해 현실에 대한 코멘터리 하는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가 그 영화에서 보는건 로봇이나 우주선이 나오겠지만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는 할수없는 이 세계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장르라 생각한다. 현실에 있는것들을 영화 안에서 과장한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관객들이 보면서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믿어왔던것들이 진실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것이고 거기서부터 모든것이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AI 소재를 택한 이유와 작업을 통해 AI에 대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냐고 묻자 "시나리오 작업을 2018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인간들이 달에서 살 것 같고 차들은 날아다닐 것 같은 먼 미래의 일일 것 같은 존재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스크립트를 짤때는 은유로서 생각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 볼때 그들은 우리랑 다르기때문에 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시추에이션에 대한 은유로 AI를 설정했다. 그걸 통해 관객이 타인과, 나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여정을 갔으면 좋겠고 그게 제 영화가 될거라 생각했다. 당시 농담처럼 '배경이 몇년도일건지 꼭 설정해야한다면 2070년정도로 할거야. 그쯤엔 내가 죽을테니 여기 나오는 AI가 다 틀려도 나는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거야'라고 멀리 생각했는데 아마 2023년이 배경이 돼야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제는 AI가 실생활에 들어와있지 않나. 놀라울 따름"이라고 감탄했다.
또 '크리에이터'의 그래픽 작업 과정에 대해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다른 시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이런 영화를 만들때는 우선 영화의 디자인과 아트들이 다 디자인되고 세계가 완성된 다음에 스튜디오 입장에서 '이정도라면 2억불 들겠네, 그럼 전부다 그린 스크린으로 찍자' 이런식으로 흘러간다. 이번에는 반대로 했다. 실제 동남아 8개 국가에 로케이션 가서 촬영을 다 하고 편집 다 마치고 영화가 다끝난 상태에서 그 다음에 맨 마지막 단계로 디자인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레임 안에다가 아티스트가 그림을 입혀서 여기에 공상과학적인 요소를 입힌거다. 이렇게 하면 효율적일뿐만아니라 현실감있는 리얼리즘이 살아나는 그림이 나온다. 그래서 앞에 전면에는 퓨처리스틱한 미래 빌딩들이 있지만 뒤에 보이는건 실제 로케이션으로 찍은거라 행복한 밸런스, 리얼리즘과 퓨처리즘이 잘 블랜드인이 된 그림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한스 짐머 음악감독과의 작업 소감도 밝혔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제 휴대폰을 보면 제가 가장 자주 듣는 음악 25개 중 14개가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그만큼 한스 짐머와의 협업은 저에게 중요한 일이었고 함께하게 돼서 다행이었다"고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작업할때 편집자들이 편집하는 레벨에서는 한스 짐머 음악으로 편집을 많이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음악 감독들이 어쩔수 없이 한스 짐머의 느낌이 많이 나는 쪽으로 카피하는 경향이 있다. 카피 자체도 나쁜 이미테이션, 짝퉁처럼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스 짐머 음악 감독과 만났을 때 '이 영화에서만큼은 관객들이 음악을 듣고 한스 짐머라는걸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좋겠다', '이전 작업과 차별화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에 동의해줬다. 아시아쪽 음악도 많이 들었고, 서양의 고전음악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작중 AI 로봇 알피를 어린아이로 설정한 것에 대해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일본 만화 시리즈중 '론 울프 앤드 커브'라는 작품이 있다. 사무라이와 어린아이가 등장하는데, 그 만화에서 주인공의 딜레마가 아이만 죽으면 전세계를 구할수 있다는거다. 저는 그 딜레마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아이를 죽이게 되면 주인공은 악역보다도 더 나쁜 사람이 되는 상황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이어 알피 역을 연기한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일스에 대해서는 "저도 '내가 연출적인 능력이 아주 뛰어난 감독이라 그녀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이 모든 연기는 다 내가 연출한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매들린은 너무 잘하는 천재적 능력 가진 배우다. 설명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알피는 이런 상황이고 이런 느낌을 갖고있다'고 말하면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감동적인 연기를 해낸 것이 바로 매들린이었다. 저는 반 농담 섞어서 다른 배우한테 '왜 매들린만큼 못하냐', '너는 왜 이만큼 안되냐'고 할 정도로 연출이 필요없는 특별한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크리에이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냐고 묻자 "영화를 작업할때 '나는 이번에 어떤 메시지를 갖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 영화는 그렇게 좋지 않은 영화로 전락되곤 한다. 그래서 어떤 딜레마를 가지고 시작한다. 내가 흥미를 가진 주인공의 딜레마를 가지고 쓰기 시작하면 중간쯤 가게 되면 '이런 얘기구나. 내 영화의 핵심이 이거구나' 라는걸 저도 알게되고 나중에 관객들도 당연히 알게 된다. 그래도 메시지를 말로 말씀드린다면 나와 다른 배경의 사람들에 대해 더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자.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사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특히 할리우드만큼은 오리지널 SF영화를 만들기 힘들다. 취재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영화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아시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제가 아시아에 애착을 갖고 있다. 영화를 만들며 즐거움을 느꼈던 만큼 아시아 관객들도 즐거움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