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거미집', 영화 맛이 있는 작품...선입견 없었으면"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09.18 15: 19

 영화 '거미집'의 송강호가 영화 비하인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거미집’의 배우 송강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영화다.

이날 송강호는 "'기생충' 이후로 약 4년 만에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같다"라고 운을 떼며 "늘 익숙한 패턴의 영화들을 보시다가, 좀 생소하고 파격적인 면이 있는 '거미집'을 볼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최근에 OTT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영화의 맛의 느낌을 받는 게 정말 귀한 시대가 된 것 같다. ('거미집'에 있는) 영화만이 가진 영화의 에너지를 즐기고 반갑지 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며 개봉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촬영 소감에 대해서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JSA’, ‘살인의 추억’ 현장 때 느꼈던 지점들을 이번에 촬영하면서 많이 느꼈다. 그래서 배우들한테도 쉬는 시간에 전여빈 씨와 함께 커피를 마실 때 이야기한 건데, 약 25년 전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열정적으로 했던 설레고, 에너지 넘치는 그때의 느낌을 ‘거미집’ 하면서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 중간에 작품들도 나름대로 소중한 가치가 있지만, 배우들 간의 앙상블을 맞춰 가면서의 그때의 느낌은 오랜만이었다"라며 "그간 혼자서 연기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를 주로 해왔던 거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한 6~7명이 한 공간에서 앙상블을 맞춰가면서 밀도감을 높이는 작업은 ‘조용한 가족’ 이후 오랜만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7년 만에 5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김지운 감독과의 호흡을 맞추게 된 송강호는 "보통 한 작품을 하고 같은 감독님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는 한 10년 정도 걸려서 만났다"라고 웃으며 "김지운 감독님은 잘 아시겠지만, 워낙 영화적 장르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를 찍으시는 분이다. 그래서 함께하게 되면 되게 설레는 면이 강하다. 영화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또 어떤 여행을 할까?'하면서 설레는 게 있다. 두렵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어떻게 사람을 괴롭힐까', 하는 생각도 하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예전에는 현장에서 여러 시도도 하고, 바꾸기도 했었다. 아마 ‘놈놈놈’때까지는 그랬다. 정말 무지하게 고생했었다"라면서 "그런데 산업적으로 시스템이 많이 변화해서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때도 장점이 있었겠지만, 단점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단점이 없다. 이제는 철저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촬영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비하면 감독님이 저를 훨씬 더 ‘쪼는’ 것은 없었다. 대신 다른 어려움은 있다.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니까. 연기도 예를 들어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필름을 쓰지도 않는데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배우도 자기 대사나 연기를 미리 베스트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첫 테이크부터 해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송강호는 "예전에는 다 찍은 장면을 다시 찍어도 되는 환경이었으니, 어떤 작품은 8번도 다시 재촬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작품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웃으며 "그때 '이렇게 100번도 다시 찍을 수 있다'고 했을 때 감독님이 엄청 좋아해 주셨다. 사실 진심이었다. 왜냐면 다시 찍은 게 이전 촬영분보다 정말 더 좋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극 중 감독 '김열'을 연기한 소감도 전했다. 송강호는 "감독이 쉬운 자리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감독이 좀 편해 보이고, 카메라 뒤에서 배우들을 편하게 보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김열 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 고통 속에서 결정해야 하고, 고뇌 속에서 창작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개 배우가 감당할 몫이 아니구나, 를 간접적으로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감독을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라는 질문을 받자 "이런 질문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다. 다재다능한 능력, 열정,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없는 것 같다. 저는 배우 하기도 벅차다"라고 웃으며 "20년 전부터 봉준호 감독님, 박지운 감독님도 그렇고, 제 등을 떠밀었는데, 정중히 고사했다. 자연스럽게 그때 당시 많은 배우가 감독에 도전하다 보니 이이야기한 거지, 저에게 무슨 출중한 능력이 엿보여서 말씀해 주신 건 아닐 거다. 진지하지도 않았을 거다. 지나가는 말이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김열이 혼돈 속에서 마지막 장면을 찍어 나갈 때의 모습은 제가 김지운 감독님과 함께했던 ‘놈놈놈’ 촬영 현장에서 많이 봤던 거다. 당시 중국 사막에서 100일 동안 있었다. 당장 내일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다시 찍고 싶은 장면들도 있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열정은 넘치다 보니까 광기의 도가니 속에서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김열의) 그런 모습을 보면 그때가 오버랩 된다. 그게 김지운 감독뿐만이 아니라 영화감독들의 전체적인 마음이 아닌가 싶었다"라며 "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오히려 중후한 편이다. 김열 감독같지 않고, 오히려 되게 침착하고 조용한 편"이라고 부연했다.
'거미집'을 통해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크리스탈) 등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도 감독님이지만, 배우들끼리도 너무 합이 잘 맞았다. 감독 역할을 하며 배우들을 지켜보자니, 저도 그 안에서 연기를 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영화 속 영화 장면이 다 흑백 아닌가. 되게 멋있어 보이는 거다. 물론 김열이 사냥꾼 역할을 잠시 하긴 하지만, 나도 저기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영화 속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너무 보기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송강호는 전여빈 배우에 대해 "항상 무언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감정이 튀어나오는 배우다. 그런 것에서 오는 생기와 생동감은 놀랍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생동감. 예상치 못한 캐릭터와 예상치 못한 연기가 튀어나오는 것에서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정수정 배우에 대해서는 "'애비규환'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태도가 좋다'고 생각했다. 가수 활동을 하다가 영화를 연기 할 때는 처음부터 메인 스트림에 있는 작품 혹은 배역들을 하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은 단편 등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작품을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인상적이라 칭찬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임수정 배우도 파격적인 메이크업부터 시작해서 우직하게 정말 정통적인 에너지를 선보인 것 같다. 장영남 씨는 항상 너무 놀랍고. 오정세 씨 또한 인상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특별출연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인 배우 정우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그는 "당시 정우성 씨가 김성수 감독님의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지방에서 촬영하고 있었다. 근데 ‘거미집’을 위해 올라왔다 내려왔다 2일을 촬영했는데, 그게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물리적이나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마음과 정성이 없다면 할 수 없다. 같은 동료 배우로서 옆에서 지켜보는데도 참 감동적이었다. 촬영 후 곧바로 차 타고 내려가는 뒷모습을 보았을 때 고맙기도 하지만 ‘찡’하기도 했다"라고 떠올리며 "물론 정우성 배우가 다른 수많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거미집’에서의 모습은 정말 색달랐다. 광기가 튀어나오는데, 너무 놀라웠다. 정우성의 젠틀하고 멋있는 모습도 있지만, 관객분들이 이런 정우성 씨의 모습은 처음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배우 송강호의 소신도 들을 수 있었다. 송강호는 "‘거미집’을 제가 선택했듯이, 한국 영화가 고여있지 않고, 항상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다. 그게 흥행에 실패하고, 소통에 실패할지언정, 이런 시도들이 없다면 정말 우리가 틀에 박혀 있는 영화만 계속 반복해서 볼 수밖에 없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으로 작은 노력을 해 왔다"라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이런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물론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긴 하다. 감독님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이 이야기가 얼마나 관객들과 밀접하게 소통이 되는가 등을 보지만, 제일 큰 건 한국 영화가 고인 물이 아닌,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인가, 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송강호는 "다른 메커니즘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표현, 희열은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약 두 시간 분량의 영화 속에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고, 관객들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서 시나리오, 연기, 연출 등 모든 에너지가 함축되어 들어가 있다"라며 "'거미집’ 제목을 보면 좀 난해하기도 하다. 이거 또 무슨 공포영화인가? 어려운 영화인가? 하실 것 같다.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굉장히 영화적인 영화다. 제목에 선입견을 가지시지 마시고, 새로운 영화를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보면 굉장히 재밌지 않을까 싶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거미집’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yusuou@osen.co.kr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영화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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