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은 연기에 대한 서로의 배려가 넘쳤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는 게 재미있었고, 그곳에서 이 배우들의 연기를 구경하는 게 너무 경이로웠다.”
조민수는 18일 오후 서울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새 영화 ‘30일’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특히 현장에 강하늘이라는 선생님이 계셨다.(웃음) 강하늘이 연기할 때 특히 지켜보면서 ‘저걸 저렇게 하네~’라는 생각에 놀라웠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 오셨냐’고 했었다. 강하늘에게 배운 게 많다”고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덕분에 경이로운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이 같이 만족했다. 카리스마 넘친 역할을 주로 했던 그녀는 ‘30일’을 통해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날 조민수, 강하늘, 정소민, 김선영, 윤경호, 송해나, 엄지윤, 황세인 등의 배우들과 각색 및 연출한 남대중 감독이 참석했다.
‘30일’(감독 남대중,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영화사울림, 공동제작 티에이치스토리)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코미디.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올 2월 크랭크업했는데 후반작업 후 이렇게 무리 없이 개봉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1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을 선보이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극장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남 감독은 “영화는 관객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후반작업을 진행하면서 500번 넘게 이 영화를 봤는데, 오늘 관객의 입장에서, 다시 영화를 보니 이전에 봤던 것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게 즐겼던 거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남대중 감독은 연출 방향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특정 배우만 코믹을 담당할 거야’라는 마인드를 갖지 않았다. 특정 배우만의 개인기로 웃기려는 건 지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재가 동반 기억상실인 만큼 상황 코미디에 집중했다. 그래서 출연 배우 구성도 한 명 한 명 개인마다 맡은 캐릭터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범위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열 역의 강하늘은 “읽었던 대본들 중에 정말 많이 웃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많이 웃었었는데 현장에서는 더 웃었다”며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많이 웃었고 오늘 본 완성된 영화는 더 웃기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하늘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에 관한 가치관이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평소 결혼에 대해 생각해둔 것이 없어서 변한 건 없다”며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 (정열과 나라 같은) 이런 삶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봤다”고 말했다.
기억상실증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선 “시나리오에 너무 잘 표현돼 있었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제가 실제로 기억을 잃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졌을 때를 구분지어 생각하면서 표현했다. (기억을 잃은 후 아내)나라를 처음 보고 반했을 때처럼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라를 연기한 정소민은 “남대중 감독님 특유의 위트와 재치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술술 읽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소민은 “현장에서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조금 더 재미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후시녹음을 하면서 몇 개의 장면만 봤었는데 이것들이 빨리 붙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완성본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털어놨다.
이혼을 앞둔 부부를 소화한 것과 관련해 정소민은 “평소 결혼에 대해 정의를 내렸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 연기하면서 ‘사람은 다 다르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정열과 나라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대본에서 힌트를 얻고 답을 찾았다는 정소민은 “기억을 잃은 후 나라의 대사를 보니 그녀의 색깔이 그대로 있더라. 단지 사건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억만 없어진 것이어서 이 정도로 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달라진 부분을 연기한 과정에 대해 전했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2015)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 이에 강하늘은 “8년 전에 같이 했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라는 얘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했다”고 한층 짙어진 앙상블에 만족해했다.
정소민 역시 “그때는 저희 둘 다 (연기)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 몰랐었지만 둘 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만나서 좀 더 편했다”고 강하늘의 의견에 동의했다. ‘스물’ 속 캐릭터들보다 한층 더 과감해지고 유쾌해진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조민수, 윤경호, 김선영 등의 선배 배우들과 황세인, 엄지윤, 송해나 등 신인 배우들의 만남도 이색적이다.
나라의 엄마 보배 역의 조민수는 “‘30일’의 대본을 보면서 관객들도 웃으면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코믹영화가 안 웃기면 그게 무슨 코미디인가 싶더라. 많이 웃고 싶으신 분들이 보시고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민수는 출연 과정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거절을 하려고 감독님을 만났었다. 만나서 제가 생각한 보배에 대해 이야기했고, 감독님의 얘기를 듣다 보니 집에 갈 때 되니 하게 됐다.(웃음) 한 번도 안 해본 밝음 안에 내가 들어가면 어떨지 궁금했다. 내 연기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숙정 역을 맡은 김선영은 “시나리오보다 완성된 영화가 더 재미있다. 속도감이 있어서 저는 보면서 웃음이 빵 터졌다. 제가 나온 부분은 그렇게 웃기진 않았는데 다른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웃으면서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배 역의 윤경호도 “남대중 감독님의 전작들 중 ‘위대한 소원’을 특히 좋아한다. 엉뚱한 감독님의 발상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엉뚱하고 아이디어가 많아서 좋았다. 시나리오보다 완성본이 더 재미있게 잘나온 거 같아서 좋다”고 웃으며 만족해했다.
극 중 나라의 친구 애옥 역과 영지 역은 각각 송해나와 엄지윤이 분했다. 이날 송해나는 “출연 제안을 받고 ‘네? 저 맞아요?’라고 물어봤었다. 같이 하신 분들과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엄지윤도 “스크린이 커서 그런지 저를 보면서 너무 어색했다. 그래도 제 직업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야 하는 일이라 너무 좋다”며 “저도 가끔 대본을 쓰는데 그걸 연기하면 재미가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요즘엔 숏폼이 대세다 보니 롱폼인 영화가 지루하면 어쩌나 싶었다. 근데 오늘 완성본을 보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탱탱볼처럼 통통 튀는 너무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극장 관람을 강추했다.
스크린 데뷔에 대해 “주변에서 어땠냐고 물어봤는데 다들 편하게 해주셔서 어려움은 없었다. 현장이 너무 완벽했다. 선배님들도 실수 없이 하시니까 ‘이렇게 완벽해도 될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홍나미 역을 맡은 신예 황세인은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고 한다. “큰 화면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오늘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역시 선배님들 대단하시다’ 싶었다”며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스크린 데뷔 소감을 전했다.
베테랑 배우들부터 신예들이 만나 극강의 코믹 호흡으로 완성한 ‘30일’은 오는 10월 3일 극장 개봉한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