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변호사를 준비하는 S대생 정열(강하늘 분)은 클럽에서 만난 나라(정소민 분)가 마음에 들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른다. 이성과의 교제보다 공부하는 법을 더 잘 아는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순진하고, 매 순간 진심과 열정을 다하는 정열이 싫지 않다.
안정된 직업을 갖고 사회에서 이미 자리 잡은 남자를 뿌리치고 사랑하는 정열과 결혼을 결심한 나라는 그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가진 것은 부족하나 자존심만 가득했던 정열은 ‘백수’라는 아내의 말에 사사건건 대립하고, 사는 동안 다툼이 잦아진 이 부부는 결국 협의이혼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으로 향한다.
영화 ‘30일’(감독 남대중,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영화사울림, 공동제작 티에이치스토리)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린 부부 정열과 나라의 코미디 로맨스.
젊은 남녀의 교제와 이별, 사랑과 전쟁을 그린 로코 장르는 대부분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보면서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예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30일’은 로맨스 코미디의 기본 조건을 따르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웃음을 빵 터뜨리는 의외성을 지녔다.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형식을 따르지 않은 덕분이다. 로맨스에서 한 번 이상 등장하는 남녀의 스킨십 역시 기존의 흐름을 벗어나 진부하거나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30일’이 알 듯하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서사를 띤 비결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남대중 감독의 시나리오 덕분이다. 그동안 남 감독은 ‘위대한 소원’(2016), ‘기방도령’(2019)을 통해 포인트를 잡은 위트로 웃음과 몰입감을 높이면서 코미디 장르의 위력을 내세웠다. 이에 신작 ‘30일’도 익숙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서사로 러닝타임 내내 웃음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무게가 묵직하게 이어질 즈음 강하늘과 정소민을 비롯해 조민수, 김선영, 윤경호, 임철형, 엄지윤, 송해나, 이상진, 황세인 등으로 이뤄진 배우들이 사건을 우당탕 몰아가며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정열로 분한 강하늘의 능청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키 포인트. ‘스물’(2015), ‘청년경찰’(2017)에서 보여준 코믹한 얼굴을 넘어 지금껏 시도해본 적 없던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모습은 허술하고 인간적 면모를 부각해 캐릭터를 향한 관객의 애정도를 높인다.
이외에도 나라의 엄마 보배 역을 맡은 조민수는 그간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반전의 미학을 완성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특정 배우가 개인기로 웃기려고 하는 것은 지양했다”는 남대중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인물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이렇듯 ‘30일’의 배우들이 웃음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는 가운데 개인의 개성을 잃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을 바라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상상 이상의 반전 결말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예상이 가는 엔딩이 아쉬울 수도 있다.
‘30일’의 러닝타임은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10월 3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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