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SON 효과' 라커룸부터 바뀌었다..."우린 정말 정말 끈끈해졌어"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9.19 18: 08

"우리는 라커룸에서 정말, 정말 끈끈해졌다."
'캡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토트넘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터트리며 2-1 역전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순위는 승점 13점(4승 1무)으로 맨체스터 시티(승점 15점)에 이은 2위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지만, 오히려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28분 롱스로인 상황에서 바운드된 공을 뒤에 있던 셰필드 구스타보 하머르가 달려들어 슈팅, 공은 골대를 때린 뒤 토트넘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가시간 대반전이 펼쳐졌다. 후반 추가시간 8분 히샬리송이  헤더로 동점골을 터트렸고, 2분 뒤엔 데얀 쿨루셉스키가 히샬리송의 패스를 천금 같은 역전골로 연결했다. 결국 승부는 토트넘의 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히샬리송이 역전의 주역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고, 최근에는 브라질 대표팀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개인사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심리 상담을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부활을 다짐한 히샬리송은 곧바로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후반 35분 손흥민 대신 교체 투입됐고, 추가시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98분까지 지고 있던 팀이 승리한 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늦은 역전승 기록이다.
토트넘 선수들은 히샬리송보다도 기뻐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골이 나오자 벤치를 박차고 뛰쳐나가 히샬리송을 격하게 껴안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들에게 다가가면서 히샬리송을 끌고 맨 앞으로 데려갔다. 그는 히샬리송을 손가락으로 콕 집어 가리키며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히샬리송도 그제야 동료들의 호위 속에 마음껏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간 심했던 마음고생을 단번에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현지 매체들도 손흥민이 보여준 주장의 품격에 주목했다. 손흥민은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정말 끈끈하다며 지금 토트넘 동료들을 가족에 빗댔다. 올여름 그가 주장 완장을 차며 리더 역할을 맡은 뒤로 팀 분위기가 달라진 모양새다.
18일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손흥민은 "히샬리송은 분명히 정말 힘든 시간과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매우 매우 행복했다. 아마 내가 히샬리송보다 더 기뻤을 수도 있다"라며 "우리는 팀으로서 그가 필요하다. 그는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신감 문제는 아주 다르다. 나는 히샬리송을 위해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포옹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히샬리송은 힘들어했다. 우리 모두 이번 경기가 그의 자신감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는 경기 전체를 바꿨다. 그게 바로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며 "이번 셀러브레이션은 가족으로서 일부다. 우리는 함께 뛸 때 언제나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히샬리송 칭찬은 멈출 줄 몰랐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은 정말 강한 사람이고, 좋은 성격을 가졌으며 언제나 강하게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낼 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난 언제나 그의 친구가 되려 노력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경험이나 플레이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두가 그의 뒤에 서서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올여름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며 리더 역할을 맡은 뒤로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물론이고 여러 매체들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게 오히려 선수단이 똘똘 뭉치는 데는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나는 언제나 말을 하고 말로써 이끌어 나가는 선수는 아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범이 되려 노력하지만, 이런 선수단이 있으면 내 일이 정말 쉬워진다"라며 "우리는 라커룸에서 정말 정말 끈끈해졌다. 모두가 서로를 위해 일하고, 달리고, 싸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누군가가 뒤처지면, 손을 내민다. 모두가 행복하게 그렇게 한다. 그것이 우리를 한 팀으로서, 한 그룹으로서  강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가까워졌다. 지금보다 더 끈끈해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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