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저씨 같아"…'천박사' 강동원, 데뷔 20주년에 역대급 망언(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9.24 10: 18

 예고편만 놓고도 심상치 않은 기대감을 불러내더니, 최근 진행된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본 관객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강동원을 스타배우로 올려놓은 ‘늑대의 유혹’(2004)에서 이미 훌륭한 미모와 존재감을 보여주었음에도, 19년 후 ‘천박사’에서 다시 만난 강동원의 얼굴엔 여전한 잘생김이 서려있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세미콜론 스튜디오·CJ ENM STUDIOS)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추석 연휴의 시작인 수요일(27일) 극장 개봉한다.
강동원이 연기한 천박사는 가족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가짜 퇴마를 해주는 남자다. 자신의 과거를 덮은 채 유튜버 인배(이동휘 분)와 퇴마 연구소를 운영 중인 천박사는 지금껏 접한 적 없던 초강력 악귀 범천(허준호 분)을 만난 뒤 숨겨왔던 능력을 꺼낸다.

잘생긴 얼굴만 돋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캐릭터에 강동원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깊어진 능글함과 개그감 섞인 감정을 투여해 또 한번 스크린 위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강동원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김성식 감독님이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의 조감독 출신이어서 그런지 현장 진행 상황이 빠르다. 당일 계획한 촬영 분량을 그날 안에 찍지 못하면 엄청 답답하게 생각하셨다. 그만큼 계획한 대로 빠르게 흘러갔고 유연한 현장이었다”고 신인 감독과 완성한 소감을 남겼다.
강동원은 흥행 감독의 연출작이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에 출연해 온 경향이 짙다. 이날 그는 ‘흥행 여부도 고려하겠지만 스스로의 감을 100% 믿는 것 같다’는 말에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을 하는데 ‘이건 되게 재밌겠다’ 싶으면 그냥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글을 읽으면서 이건 재밌겠다 싶으면 하는 편이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서 재미있을 거 같으면 하는데, ‘쉽지 않겠다’ 싶은 작품들도 있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겠다 싶었던 건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웃음) ‘가려진 시간’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서 했는데 조금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천박사’를 연출한 김성식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조감독이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장편 상업작을 내놓게 됐다.
이날 천박사 역의 강동원은 “예전에 봤던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제가 했었던 역할들이고 제가 하는 거라 완전히 (내 모습을) 배제할 수 없지만. ‘천박사’가 ‘전우치’, ‘검사외전’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라 최대한 비슷한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배제했다”고 차별화 포인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에 세월이 잘 묻어난 느낌이 들었다. 배우가 자신의 얼굴이 (잘생기게) 잘 나오면 좋은 거지만.(웃음) 예전에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나오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제 나이로 보이는 거 같아 좋다”며 “이젠 (제 얼굴에) 아저씨 같은 느낌도 있더라”는 망언을 남기며 웃었다.
배우 허준호가 악귀 범천 역을 맡아 강동원과 대립한다. 이날 강동원은 “허준호 선배님이 미국 스타일이다. 후배들에게 친구처럼 대해주신다. 되게 순수하다”고 함께 연기하며 받은 느낌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배님에게 옛날 얘기를 들으면서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지냈다. 같이 짜장면을 배달해 먹기도 했고,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기도 했다”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퇴마 연구소에서 일하는 부사장 인배 역을 맡은 이동휘를 놓고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이지 않나. 코믹함부터 진지함까지 다 있다. 덕분에 같이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그가 출연한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를 재미있게 시청했다고 칭찬했다.
또한 선녀무당 역, 선녀 역으로 특별출연한 박정민과 블랙핑크 지수와의 촬영기를 떠올렸다. 그는 박정민에 대해 “짧지만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더라. (촬영 당일) 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저의 굿 신을 챙겨봤다고 한다. 제가 눈을 뒤집는 걸 보고 ‘재밌다’고 했다고. 동휘한테 전해들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만큼 캐치가 빠른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블랙핑크 지수의 팬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채에 지수의 사인을 받아갔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강동원과 박정민은 넷플릭스 새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의 촬영을 진행 중이다. “요즘 도련님을 잘 모시고 있다. 도련님을 못 뵌 지 거의 두 달이 넘어서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 란’에서 박정민은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강동원은 그의 몸종 천영 역을 맡아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강동원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신인 때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점점 그런 배우가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데뷔 전 연기 준비를 3년 정도 했어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물론 지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2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릴 때보다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이젠 어떤 신이 와도 긴장하지 않게 됐고, 어떤 디렉션이 들어와도 고민 없이 하게 됐다. 자신감과 경험이 쌓여서 그런 듯하다.”
강동원은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연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 또래 PD나 감독님들을 만나서 하는 얘기가 있다”며 “감정 표현하는 부분도 극단적이든, 절제하든,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꿀 수도 있게 됐다. 0부터 10까지 표현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 갈수록 현장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현장 가는 게 즐겁다는 강동원은 “배우가 자신의 세계에 갇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뉴스, 라디오, 유튜브를 엄청 많이 본다”며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소통을 한다. 연예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영감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 purplish@osen.co.kr
[사진] AA그룹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