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가 꼭 흥행했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추석 때 돌아가셨는데 ‘천박사’가 흥행해서 이 성적표를 들고 오랜만에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고 싶다.”
허준호(59)는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OTT 작품을 거의 다 챙겨보고 있지만 요즘 저는 ‘천박사’가 제일 재밌다”고 이달 27일 개봉하는 영화를 이 같이 홍보했다.
그가 출연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세미콜론 스튜디오·CJ ENM STUDIOS)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허준호는 천박사에 맞서는 최악의 악귀 범천을 소화했다.
개봉을 앞두고 전체 예매율 1위를 차지한 것과 관련, 허준호는 “다행히도 1위를 차지해서 너무 좋다”며 “이 기운이 영화의 개봉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그는 “저는 보통 대본이 재미있으면 웬만해선 거절하지 않고 한다”며 “근데 대본을 보고 나서 말이 안 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안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준호는 “제가 이 일을 10년 정도 쉬었는데 7년여 전부터 다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제가 흥행 배우도 아닌데 자꾸 불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은 잊을 수가 없다. 저처럼 쉬어 온 배우를 불러주시는 게 감사하다”고 최근 다작하는 이유를 밝혔다.
‘천박사’에서 최악의 악귀 범천을 연기한 허준호는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의 얼굴부터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자기연민까지 낙차를 매끈하게 표현했다.
자신만의 연기 비법에 대해 “대본을 많이 읽으면 표현법이 보인다. 요즘엔 패드 등 디지털기기가 있으니 대본을 더 빨리, 더 많이 보게 되더라”고 캐릭터를 맡아 표현하는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 짧은 기억이었지만 아버지 덕분에 촬영 전 왜 대본 연습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제가 배우를 한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그렇게 함께 해주셨던 거 같다”고 아버지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허준호의 아버지 故 허장강은 1944년 데뷔해 신성일과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남배우다.
허준호는 “장면마다 알맞은 감정을 작가와 감독이 써 놓은 것이기 때문에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다”며 “다만 저는 제가 했던 것과 다르게, 이전에 보여줬던 것과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또한 남들이 표현하지 않았던 표현법을 찾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부분은 스태프의 결정에 맡기는 편이라고 한다. “작품마다 감독님과 미술팀이 거의 2~3년 연구했을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그들이 하는 대로 따른다”고 밝혔다.
허준호는 판타지 오컬트 액션 코믹 등 복합장르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액션 마스터를 찍고 디테일하게 더 들어가는데 되게 힘들었다”면서도 “근데 한 번에 액션 동작을 안 해도 끊어서 가도 가능하더라. 제가 일을 안 한 10년 동안 영화계가 상상도 못한 방향으로 큰 발전을 거두었다. 이 정도로만 액션을 해도 된다면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초중반에 등장한 범천은 사람의 목숨을 쉽게 생각하는 악한 인물이다. 점점 그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거친 말투와 빠르게 전개되는 천박사와의 고난도 액션, 아슬아슬한 눈치 싸움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허준호를 만날 수 있다.
“강동원처럼 키가 큰 친구들이 하는 액션은 너무 예쁘다. 일단 피지컬과 선이 좋지 않나. 이번에도 강동원이 천박사로서 너무 멋지게 잘해냈다. 동원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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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