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프로축구 홈구장 잔디라고?’ 돌풍의 광주FC, 실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충격적인 구장상태 [오!쎈 광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9.26 07: 04

프로축구 경기장이라고는 도저히 믿지 못할 충격적인 수준이다. 광주FC는 어떻게 이런 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까.
광주FC는 24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3 31라운드’에서 전북현대에게 0-1로 패했다. 11경기 만에 무패행진(6승4무)이 깨진 광주(13승9무9패, 승점 48점)는 3위를 유지했다.
경기 전까지 광주는 최근 10경기서 6승4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K리그1서 가장 강력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승격된 팀이라고 믿기 어려운 돌풍이다. 성적이 잘 나오자 팬들도 호응하고 있다. 야구로 유명한 광주는 축구도시로 탈바꿈했다.

[사진] 광주전용구장 잔디 상태

전북전 입장권은 예매시작 3시간 만에 매진됐다. 전북전에 7303명이 입장해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팬들도 있었다. 광주 구단에서 맥주회사와 합작해 선착순 1천명에게 치킨과 맥주 또는 콜라를 제공하는 ‘치맥데이’ 이벤트까지 열어 분위기를 돋웠다.
광주 선수들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보답했다. 광주는 K리그 최다우승팀 전북을 상대로 슈팅수 15-5로 압도했다. 점유율 역시 광주가 69%로 일방적 우위를 점했다. 광주가 압도적으로 두드리고 전북이 수비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유일한 옥에티는 광주전용구장의 잔디상태였다. 육안으로 봐도 곳곳에 잔디가 파여 누런 맨땅이 훤히 드러났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올라왔다. 특히 공이 가장 많이 오는 미드필드 싸움을 하는 중원의 잔디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웬만한 고등학교 운동장보다도 못한 환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프로축구 1부리그가 개최되는지, 경기감독관이 어떻게 경기를 승인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경기장의 열악한 환경은 실제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이 태클을 할 때마다 흙먼지가 일어났다. 바닥 곳곳이 파인데다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구장이라 선수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을 안고 뛰었다.
광주는 정교한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해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이정효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의 팬”이라고 자처하며 전술을 준비한다. 그런데 광주전용구장의 상태는 오히려 홈팀의 장기를 방해하는 수준이다.
전북의 역습상황에서 문선민이 롱패스를 보고 단독으로 최전방에서 뛰었다. 절호의 득점찬스였다. 그런데 한 번 바운드 된 공이 20M정도 공중으로 튀어 올라갔다. 공이 착지하는 것을 서서 기다리던 문선민은 결국 뒤쫓아온 수비수에게 공을 뺏겼다. 쿠션이 전혀 없이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구장에서 나온 촌극이었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한 이정효 광주 감독도 경기 후 잔디상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선수들이 안스럽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지만 남은 중생은 어쩌나? 힘든 부분이다. 구단이 (시설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계획은 아무나 짤 수 있지만 언제 실행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감독의 폭탄발언에 당황한 구단 관계자는 “주경기장 잔디를 내년에 전면교체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언론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광주전용구장의 잔디상태에 대해 지적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는 본 경기장은 물론이고 열악한 훈련시설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전북전 역시 광주가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한 달 만의 홈경기였지만 잔디에 대해서는 4주간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시와 광주시체육회는 광주 구단과 협의해 현재 천연잔디 1면과 인조잔디 1면을 모두 천연잔디로 교체하고 축구센터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 신설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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