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이 캐스팅 비하인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의 김성식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 하루를 앞둔 가운데, 2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박사’는 개봉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8시 기준 34.2%로 전체 예매율 1위를 달리며 선전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이날 "데뷔작인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비현실적인 것 같다"라며 "인터뷰도 처음이고, (현재)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다. '천박사'가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예매율을 15분 아니 15초마다 확인하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작품 구상 비하인드에 관해 묻자 "제가 애니메이터 출신이라 그쪽으로 감독을 하고 싶다가 영화 연출팀으로 넘어왔는데, '천박사'가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만화 같은 면이 있지 않나. 그래서 제가 '천박사' 속의 만화적 요소와 실제적 요소를 표현하고 싶었다. 또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해서 데뷔작으로 좋을 것 같았다. 데뷔할 기회를 주셔서 그게 정말 고마웠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다만 원작에서는 거의 모티브만 따온 것 같다. 그리고 제가 참여하기 전부터 이미 몇 년 동안 작업하던 각본이 있었다. 제가 거기서 추가한 건 조금이었다. 저는 주로 비주얼 적인 요소들을 많이 추가했다. 과거 사연 같은 걸 추가하고, ‘설경’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첨부했다"라며 "전사들을 많이 만들고, 영화 내 리듬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간단한 정보만 주고 넘어가거나, 관객들이 원하는 포인트만 알고 넘어갈 수 있도록 표현했는데, 그게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천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연출 중점 역시 '천박사'에 있었다. 김 감독은 "작품을 만나고 웹툰을 챙겨봤는데, 천박사 캐릭터 자체가 시큰둥하면서도 잘 챙겨주고, 진중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는 등 매력적인 부분을 가진 친구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도 '천박사'인 강동원 선배라서 이유가 있었다. 영화 속에 판타지 요소가 너무 많지 않나. 현실적으로 다가가려면 배우의 표정과 연기가 필요했다"라며 주역 배우 강동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강동원 선배를 포함해서 출연진 배우분들의 사진을 제 방, 작업실 벽에 부적처럼 붙여놨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많이 하시는 방식인데, 보고 배웠다. 배우들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장면에는 이 각도를 써야겠다고 설계하는 거다. 아시다시피 동원 선배님이 양쪽 얼굴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 악인을 만나서 볼 때는 무쌍인 얼굴인 면을, 코믹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때는 쌍꺼풀이 있는 얼굴을 비췄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강동원을 캐스팅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든 순간을 꼽아달라 부탁하자 "영화 첫 장면이다. 동원 선배가 잠에서 깨어 눈을 딱 뜨는데. 그 동공, 표정, 피붓결. 그리고 모공까지 아름다우신 분이다. 제가 그릇이 너무 작아서 죄송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극 중 화제가 된 강동원의 '하네스' 복장에 대해서도 "칼을 넣어야 해서 나온 복장이었다. 벨트에 차면 모양이 안 예쁘기도 할 것 같고, 형사물처럼 안쪽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기 위해 하네스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아름다우시더라. 그걸 패션으로 승화하셨다"라고 웃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조감독 출신이기도 한 그는 두 거장 감독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제가 애니 전공을 했다 보니 영화계 인맥이 없었다. 그런데도 영화 일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봉준호 감독님의 '설국열차'가 제작이 된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아는 만화를 하시는구나. 나도 연출부에 들어가고 싶은데' 싶어서 '설국열차' 영화 시나리오를 제가 그냥 혼자서 작업했다. 완성 후 제 고향이 울산인데, 아침 첫차를 타고 봉 감독님이 GV를 하고 계신 자리에 찾아가 시나리오를 건넸다. 당시 아무런 인연도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랬더니 봉 감독님이 ‘왜 이런 걸 저한테 갖다주냐. 자기 창작물 함부로 가져다주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설국열차' 조감독에게 '연출부로 참여 할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를 할 수 있겠나'라는 거였다. 저는 외국 배우가 나오는 줄도 몰랐고, 영어도 할 줄 몰랐다. 결국 다음 기회에 만나자고 했는데, 그 인연으로, 봉 감독님 덕분에 영화계에 들어설 수 있었다"라며 "지금 생각하면 좀 죄송하기도 하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이것 좀 읽어주세요' 하는 게 예의가 아닌데, 아무래도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게도 봐주신 것 같다. 아직도 그때 제가 건네드린 시나리오를 보관하고 계시더라. '살인의 추억'을 보고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정말 특별한 인연이었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열정과 실력으로 첫 장편 데뷔작 '천박사'를 내놓게 된 김 감독은 "코로나 때문도 그렇고, 최근 영화계도 너무 어려워지다 보니까 '감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이 되기 위해 10년 동안 해왔는데, 굉장히 우울했다. 그래서 일단은 데뷔하자, 라는 생각이 컸는데, 다행히 '외유내강' 쪽에서 손을 내밀어 줘서 필사적으로 작업을 했다"라면서 "사실 저보다 형들인 분들도 계시는데, 먼저 데뷔해서 죄송한 마음도 있다. 한편으로는 선배들이 잘 일궈낸 환경을 통해 데뷔하게 되어 좋기도 하고, 저의 데뷔로 인해 산업적으로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 출연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실 코미디 부분에 있어서는 동휘 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동휘 씨랑 제가 동갑이자 친구인데, 서로 여유가 있을 때 5시간씩 걸으며 이야기 나누곤 했다. 굉장히 진중한 사람이고, 코미디에 대한 설계가 많은 친구라 전적으로 많이 맡겼다. 현장에서도 '이건 어떤가요?', '이거 중에 골라보세요.'라는 식으로 제안을 많이 해줬는데, 그 작전이 잘 통한 것 같다. 감독에 대한 배려심도 되게 좋고, 영화에 대한 폭도 넓어 감동을 많이 받았다. 인간적으로 많이 챙겨주셔서 현장 분위기도 많이 잡아주셨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강동원 배우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감독이 되면 조감독일 때와는 많이 달라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강동원 배우가 알아채고는 와서 절 토닥여 주셨다. 그러면서 '한 번 더 촬영해 보자', '영화가 원래 다 이렇다'라며 격려도 많이 해주셨고, 배려도 많이 해주셨다. 또 연출부를 데리고 밥도 많이 사주시고, 간식도 서울에서 직접 공수해 주시기도 했다"라며 "이 외에 다른 배우님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현장 분위기도 잘 받아주시고, 행복한 촬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과 함께 '추석 3파전'에 합류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감회가 새롭더라. 중학교 때 '쉬리'를 단체 관람해서 본 기억도 있고, 제가 영화과를 안 나왔다 보니, 연출적인 부분은 영화 코멘터리를 영상을 많이 보면서 공부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규 감독님의 '태극기 휘날리며'도 많이 봤고, 김지운 감독님의 '달콤한 인생', '장화홍련' 코멘터리 영상도 봤었다. 그런데 그런 분들과 함께 영화를 개봉하게 되어서 영광스럽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 감독을 꿈꿨던 지라, 송강호 배우라는 대배우와 경쟁하게 되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며 "'헤어질 결심' VIP 시사회때 송강호 배우님이 '입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고 이야기도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기도 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같이 개봉하게 될 줄은 모르긴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개봉 후 경쟁작을 모두 챙겨보겠다 밝히기도.
이르지만 차기작에 대한 스포일러도 들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설레발일 수 있는데, '천박사' 시즌2가 제작될 수 있다면 설경 안의 이야기, 선녀 무당과 선녀의 이야기 등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무속 신앙의 이야기도 하고 싶고, 기원을 많이 다루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 외에도 써놓은 작품들이 있다. 이번 작품만 잘 되면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스릴러를 가미한 자연환경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옛날 한국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라면서 "(차기작을 위해) '천박사가' 잘 돼야 하는데. 왜 불안한지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김 감독은 "CG가 관객분들께 많이 생소할 텐데, 그 낯섦을 잘 봐주시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이렇게 표현한 영화가 없긴 했으니, 이 영화도 과정이라고 생각은 한다. 제 작품으로 인해 (장르의) 저변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남겨진 리뷰를 많이 보고 있는데, 반성을 많이 해야겠다는 부분도 있다. 디테일을 놓친 게 좀 있구나 싶기도 하고, 많이 보고 배운다. 관객분들이 아주 냉정하구나, 라는 생각도 하면서 이런 반응 들을 오답 노트처럼 잘 적어놔야겠구나 싶다"라며 다짐을 전하며 "극장에서 꼭 보셔야 한다. '천박사'에는 색다른 비주얼이 있다. 특히 강동원 배우 클로즈업이 많은데, 보시면 가정의 평화가 깃들 거다. 이외에도 이동휘의 코믹, 허준호의 카리스마, 비주얼의 화려함, 혼을 쏙 빼놓을 액션들을 보시면 극장에서 쾌감이 많으실 것"이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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