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후 또 경질이다. 올해만 2번째다. 시즌 전 ‘명가재건’을 외쳤던 수원삼성이 제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수원은 26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원은 5승 7무 19패 승점 22로 12개 구단 중 꼴찌다. 11위 강원FC와의 승점 차는 3점, 10위 수원FC와는 7점 차까지 벌어져 있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다면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바로 2부로 강등된다. 창단 이래 첫 강등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10위,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위기 탈출'을 외친 수원의 선택은 이번에도 ‘감독 경질’이다. 수원은 올 시즌 두 번씩이나 ‘수장’을 갈아치우는 초유의 사태를 자초했다. 뚜렷한 대안 없이 ‘일단 경질하고 보는’식의 일처리를 또 반복해 저질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이번에도 감독만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수원 단장은 “지금은 살아남는데 집중하겠다”며 시즌 끝날 때까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23시즌 초반 성적 부진을 이유로 4월 이병근 감독(2무 8패)을 경질하고 5월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던 수원은 불가 5개월 만에 다시 사령탑을 내쳤다. 이 정도면 습관성 경질이다.
이미 바닥까지 추락해 있는 수원을 김병수 감독이 살려내기엔 너무 높은 목표였다. 최성용 감독 대행(1승3패)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김병수 감독은 5월 부임 후 치른 20경기에서 단 4승(5무11패) 거두는 데 그쳤다. 그사이 팀은 11위로 잠시 올라간 적 있지만 이내 꼴찌로 내려앉았다. 결국 파이널 라운드 포함 7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김병수 감독은 경질 통보를 받았다.
김병수 감독 선임 때부터 수원에 잡음이 있었다. 이병근 감독 경질 후 최성용 대행 체제였던 수원은 새로 올 감독에 대한 예의를 갖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수원 단장은 K리그1 상위권 팀 감독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과 비슷한 역량의 인물을 원한단 인터뷰를 했다. 가망 없는 발언으로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수원 차기 감독에게 부담만 안겨줬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패배만을 면하게 할 ‘소방수 감독’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눈만 높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 수원 단장의 발언은 수원에 실직적인 대안이 없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만들었다.
보통 구단들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 경질 시나리오를 수차례 돌려보고, 그 후까지 내다보곤 한다. K리그1 구단 한 관계자는 “늘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구단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면 차기 감독 후보군 윤곽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후 경질을 발표한단 것이다. 그러나 수원에 이는 벅찬 과제인 듯 보인다.
팀이 강등 위기에 빠져있는, 반드시 180도 달라져야만 하는 현시점에서 수원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리빙 레전드' 염기훈 플레잉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는 감독 경력이 전혀 없다. 올 시즌 3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플레잉 코치가 시즌 도중 감독 대행 역할까지 맡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P급 자격증을 가진 지도자가 드물고, 현재 팀 상황을 고려할 때 무직인 감독들이 선뜻 지휘봉을 잡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원은 더 미끄러지면 강등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급한 선택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원 프런트의 무능함을 꼬집는 비난이 따라오는 이유다.
지난 시즌 리그 10위에 머무른 수원은 구단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오현규(22, 셀틱)의 맹활약에 힘입어 간신히 잔류했지만 올 시즌엔 다이렉트 강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호기롭게 사령탑을 교체했지만 결과는 '뒷걸음질'이다. 과거 한국 프로축구를 호령했던 수원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단 염기훈 감독 대행은 앞만 보고 달리겠단 각오다. 그는 26일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고, 첫 훈련에 돌입했다.
염기훈 감독 대행은 “오랫동안 수원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고 주문했다.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