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재건' 외쳤던 수원삼성, '올해만 2번째' 습관성 경질→뒷걸음질 치고 있다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3.09.27 09: 42

경질 후 또 경질이다. 올해만 2번째다. 시즌 전 ‘명가재건’을 외쳤던 수원삼성이 제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수원은 26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김병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5승 7무 19패 승점 22로 12개 구단 중 꼴찌다. 11위 강원FC와의 승점 차는 3점, 10위 수원FC와는 7점 차까지 벌어져 있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다면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바로 2부로 강등된다. 창단 이래 첫 강등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10위, 11위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위기 탈출'을 외친 수원의 선택은 이번에도 ‘감독 경질’이다. 수원은 올 시즌 두 번씩이나 ‘수장’을 갈아치우는 초유의 사태를 자초했다. 뚜렷한 대안 없이 ‘일단 경질하고 보는’식의 일처리를 또 반복해 저질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이번에도 감독만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수원 단장은 “지금은 살아남는데 집중하겠다”며 시즌 끝날 때까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23시즌 초반 성적 부진을 이유로 4월 이병근 감독(2무 8패)을 경질하고 5월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던 수원은 불가 5개월 만에 다시 사령탑을 내쳤다. 이 정도면 습관성 경질이다.
[사진] 김병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미 바닥까지 추락해 있는 수원을 김병수 감독이 살려내기엔 너무 높은 목표였다. 최성용 감독 대행(1승3패)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김병수 감독은 5월 부임 후 치른 20경기에서 단 4승(5무11패) 거두는 데 그쳤다. 그사이 팀은 11위로 잠시 올라간 적 있지만 이내 꼴찌로 내려앉았다. 결국 파이널 라운드 포함 7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김병수 감독은 경질 통보를 받았다.
김병수 감독 선임 때부터 수원에 잡음이 있었다. 이병근 감독 경질 후 최성용 대행 체제였던 수원은 새로 올 감독에 대한 예의를 갖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수원 단장은 K리그1 상위권 팀 감독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과 비슷한 역량의 인물을 원한단 인터뷰를 했다. 가망 없는 발언으로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수원 차기 감독에게 부담만 안겨줬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패배만을 면하게 할 ‘소방수 감독’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눈만 높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 수원 단장의 발언은 수원에 실직적인 대안이 없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만들었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보통 구단들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감독 경질 시나리오를 수차례 돌려보고, 그 후까지 내다보곤 한다. K리그1 구단 한 관계자는 “늘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구단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면 차기 감독 후보군 윤곽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후 경질을 발표한단 것이다. 그러나 수원에 이는 벅찬 과제인 듯 보인다.
팀이 강등 위기에 빠져있는, 반드시 180도 달라져야만 하는 현시점에서 수원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리빙 레전드' 염기훈 플레잉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는 감독 경력이 전혀 없다. 올 시즌 3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플레잉 코치가 시즌 도중 감독 대행 역할까지 맡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P급 자격증을 가진 지도자가 드물고, 현재 팀 상황을 고려할 때 무직인 감독들이 선뜻 지휘봉을 잡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원은 더 미끄러지면 강등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급한 선택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원 프런트의 무능함을 꼬집는 비난이 따라오는 이유다.
지난 시즌 리그 10위에 머무른 수원은 구단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오현규(22, 셀틱)의 맹활약에 힘입어 간신히 잔류했지만 올 시즌엔 다이렉트 강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호기롭게 사령탑을 교체했지만 결과는 '뒷걸음질'이다. 과거 한국 프로축구를 호령했던 수원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사진] 염기훈 / 한국프로축구연맹.
일단 염기훈 감독 대행은 앞만 보고 달리겠단 각오다. 그는 26일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고, 첫 훈련에 돌입했다.
염기훈 감독 대행은 “오랫동안 수원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에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 다 함께 서로를 도와서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가자’고 주문했다. 지난 일은 잊고 오늘부터 앞으로 달리는 일만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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