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쉬어가는 황금 연휴, 오히려 문화계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휴일을 맞은 대중의 관심을 노리는 대목이기 때문. 배우 강동원도 하정우도 임시완도 마찬가지. 톱스타들도 예외 없이 무대인사를 돌며 발로 뛰며 '열일'하는 중이다.
# 황금연휴=극장 성수기? 한국영화 대작 몰려온다
27일 영화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이 일제히 개봉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김지운의 신작이자 배우 송강호와의 재회로 기대를 모은 '거미집'부터 강동원의 신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하정우와 임시완이 만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47 보스톤'까지. 어느 작품 하나 대작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다.
큰 틀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기대작들이지만 각 작품들 입장에서는 하나같이 쟁쟁하고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경쟁작들이다. 흥행에 목마른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개봉날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무대인사를 돌며 추석부터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보낸다.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 일정이 된다고?
'거미집'에서는 김지운 감독부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영남까지 주요 출연진이 모두 개봉날부터 나섰다. 추석 당일인 29일부터 시작해 30일에는 배우 박정수까지 합세해 메가박스 코엑스, CGV 용산아이파크몰 등 서울 곳곳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0월 1일에는 경기도 수원, 광교, 판교까지 나가 수도권 관객몰이까지 이어간다는 각오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측은 한발 빠르게 지방 관객들을 만났다. 강동원, 허준호, 김종수와 김성식 감독이 지난 23일 부산, 24일 대구에서 먼저 무대인사를 시작한 것. 여기에 이솜, 이동휘, 박소이가 가세해 30일과 10월 1일 서울과 김포 일대에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1947 보스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하정우, 임시완, 강제규 감독이 30일과 10월 1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워 서울 전역의 크고 작은 극장들을 순회한다. 특히 '1947 보스톤' 측은 개봉 2주차 주말 무대인사까지 일찌감치 확정했다. 이들은 10월 7일과 8일에도 서울 전역을 돌기로 예정한 상태다.
다수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대형 리무진 혹은 버스 등을 타고 함께 이동하며 서울 전역의 극장을 순회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태프 포함 수십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이동은 부차적인 문제일 정도로 동선 자체가 빠듯하다. 예매율이 높은 무대인사 특성상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규모 상영관이 있는 대형 멀티 플렉스 무대인사 대상이 되는데 그 안에서도 각 각품의 상영 시간표에 맞춰 상영 전과 후를 치밀하게 계산하며 맞춰야 한다. 한 상영관 당 짧게는 10분 안팎의 시간 동안 관객들과 인사하며 팬들과 교감하고 작품을 알리는 일을 하루 9시간, 10시간 진행하다 보면 쉽사리 진이 빠진다는 귀띔이다.
# 개봉 첫 주, 사활 걸린 이유
물론 평일과 주말이 따로 없는 영화 현장에서 추석과 황금 연휴라고 특별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번 연휴 빼곡한 무대 인사 일정들이 눈에 띄는 건 그만큼 개봉 첫 주 스코어의 영향력이 커졌고 나아가 제작 현장에서의 파급력 때문이다. 개봉 첫 주 상영관에서의 관객 장악력은 이후 작품의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소위 작품성을 강조한 '거미집', 강동원이라는 스타 마케팅을 내세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실화 기반 스토리에서 오는 감동과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한 '1947 보스톤' 등 각 작품의 셀링 포인트가 큰 차이를 두는 만큼 종잡을 수 없는 관객들의 취향에 배우들의 무대인사로 예매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더욱이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적은 예산의 작품들은 아니다. 이들 중 가장 작은 규모로 알려진 '거미집'조차 총 제작비 96억 원이 들어 손익분기점이 약 200만 명이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13억 원의 제작비로 240만 명의 관객을 넘어서야 한다. '1947 보스톤'은 특히 대작인데 21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돼 450만 명을 돌파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구조다. 영화 제작도 결국 문화 산업의 한 축인 바. 흥행 기조가 이어져야 영화계 전반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왕성하게 이러질 수 있다. 강동원이 작품 홍보 차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작품에 투자해주신 분들께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드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신경 쓰는 이유다.
이 같은 풍토와 관련해 한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무대인사의 경우가 아무래도 일반 상영관보다는 빠르게 예매가 진행되고 영화 팬들의 관심도 몰린다. 또 무대 인사 현장에서 배우나 제작진의 팬서비스가 SNS를 통해 다시 확산되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배우들에게는 무대 인사가 팬들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순간인 만큼 특별히 곤란한 경우가 아니면 팬서비스에도 열려있는 경우가 많다. 극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다들 현장에서 관객과 만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고 밝혔다. / monamie@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