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골인데..'쏘우10' vs '가문의 영광6' 엇갈린 초심찾기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9.30 16: 00

같은 '사골'인데 반응이 다르다. 어떤 방식으로 초심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마치 사골을 우려내는 것처럼 끈질기게 계속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사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리즈물이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할리우드 양쪽에서 대표 사골 시리즈물이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1편으로 돌아가고자 한 목표도 같다. 그런데 평이 극명히 다르다.
할리우드에서는 공포 영화 '쏘우'가 그 작품. 약 20년 동안 이어진 이 시리즈물은 올해 10번째 작품인 '쏘우 X'까지 내놓았다. '쏘우' 6, 7편을 연출을 담당했던 케빈 그루터트가 감독을 맡고 제작비 86배 흥행 신화의 주역 제임스 완이 제작에 참여했다. 북미에서 지난 23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가성비甲'인 시리즈이지만 평은 항상 엇갈렸다. 그래도 '찐 팬'들을 거느린 작품은 1, 2편 등 초반. 호불호가 갈린 지언정 '쏘우'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한 작품들이다. '쏘우X'는 이 1, 2편의 느낌을 되살리고자 했다. 시점 상으로도 1편과 2편 사이다. 직쏘로 알려진 주인공 존 크레이머의 기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배우 토빈 벨이 '쏘우X'에서 고문 전문가이자 가학적인 존 크레이머 역할을 다시 맡았다.
새로운 공포 고문 장치가 등장하지만 '선'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제작진. 또 프로덕션 디자이너 안소니 스태블리는 영화를 위한 독창적인 고문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쏘우' 초기 작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두 편의 '쏘우'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는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쏘우' 시리즈의 많은 팬들 역시 초기의 '쏘우'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쏘우 X'는 주인공 존 크레이머가 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임상실험에 지원해 치료를 받지만,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까지 동원한 사기꾼임이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결국 MRI 검사에서 뇌 종양이 전혀 제거되지 않았고 자신이 시한부인 것을 깨달은 존 크레이머는 복수를 다짐, 그 의사들과 가짜 환자에게 가학적인 게임을 시킨다. 존 크레이머는 고문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불길하게 말하며 포로들에게 "이제 게임을 할 시간이다"라고 알린다. 자기 자신이 뇌 수술을 해야 생존하는 수위 높은 트랩 등이 등장한다.
이 같은 '쏘우 X'는 (예상 외로?)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로튼토마토에서 '쏘우' 1편이 약 50% 신선도 지수였던 것에 비해 이번 10편은 87%(한국시간 30일 기준)를 나타내고 있다.
로튼토마토의 반응을 살펴보면 "기본으로 돌아갔다!", "1편만큼 놀라운 충격은 없지만 시청자의 얼굴과 사지가 공포에 움츠러들게 만드는 독창적인 죽음으로 인해 프랜차이즈에 훌륭한(때때로 웃기는 경우도 있음) 한 편이 추가됐다", "여전히 매우 피투성이이고 뒤틀려 있지만 기존 시리즈에서 부족했던 감정과 깊이를 많이 추가헸다", "놀랍게도 활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등의 리뷰와 높은 관객 평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 한국에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참담하다. 흥행은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를 향한 평과 이를 대하는 감독들의 반응이 매일 이슈화되는 요즘이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2, 3, 5편의 연출을 맡은 정용기 감독과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기획한 제작자이자 4번을 직접 연출한 정태원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 이후 6번째 시리즈다. 11년 만에 6편을 제작한 이유는 배우 김수미의 소원때문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잘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지난 2001년 개봉한 배우 정준호, 김정은 주연 작품을 리부트했다. 제작 시간상의 제약과 편의성, 1편이 가장 큰 흥행을 거둬들인 점 등으로 인해 새로 시나리오를 창조하는 대신 1편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기롭게 출발하고 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빠른 진행 과정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공격적인 홍보를 자랑했지만 지난 21일 개봉해 29일까지 누적관객수 13만 4,91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워낙 화제작들도 참패를 거듭하는 극장가라 흥행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번 편을 향한 평단과 관객의 냉소적 반응은 이 시리즈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재정립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같은 혹평이 흥행에 치명타를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태원, 정용기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흥행 부진에 대해 "저희는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지만 SNS의 발달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끼친 거 같아서 아쉽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흥행에 성공한) 1편도 당시 관객들에게 일부 혹평을 받았었는데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살며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거 같다"라고 이번 편의 흥행 부진에 대해 자평했다.
높아진 여성들의 지위를 반영해 여주인공 진경 캐릭터에 녹여냈고 달라진 시대상도 반영했는데 (개봉 전 평단과 일부 관객들의 혹평세례가) 이번 6편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한 것. 관객들이 애초 극장에 가는 영화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1편이 비교적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으니 이번 편 역시 평타를 칠 거란 예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추석 대목 극장가에 용기있게 들어왔을 터.
하지만 제작진의 판단 미스, 혹은 빠른 진행 과정을 자랑한 프로젝트였지만 오히려 게으른 대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좀 더 대본에 시간을 투자하고 만듦새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이 정도까지 외면은 받지 않았을 것이란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크다.  
제작진은 그들 나름대로 억울하다. 높아진 여성상을 반영하고 후반 작업까지 마치고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 시사도 많이하며 지적받은 부분을 덜어냈는데도 처참한 평에 충격을 받았다고. 감독들은 "이럴 줄 알았다면 모니터 시사 후 편집을 안 했어도 됐을 거 같다. 이보다 더 안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 거 같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 프랜차이즈 중 하나였던 '가문' 시리즈는 이대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어쨌거나 시리즈물이 희귀하고 소중한 한국 영화계에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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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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