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심판 탓만 하는 AG 야구 중계방송…불편하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10.03 11: 40

[OSEN=백종인 객원기자] 0-1이던 2회 말이다. 2사 후 8번 린 츠하오 차례다. 카운트 2-2에서 5구째. 문동주의 빠른 볼이 날카롭게 안쪽을 찔렀다. 타자는 움찔할 뿐이다. 꼼짝도 못 한다. 구심의 반응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대만전)
그때였다. 중계석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진다. “오!” “어?” “아~”. 캐스터, 해설자 할 것 없이 실망이 크다. 심판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삼진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려던 투수도 어이없는 표정이다.
박재홍 “저 빠른 볼을, 저희가 봤을 때는 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콜은 안 올라갑니다.”

2일 열린 조별리그 2차전 대만과의 경기 3회 초 1사 1루에서 3번 타자 노시환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한명재 “그렇죠.”
정민철 “문동주 선수 이런 모습 잘 안 보이거든요.”
돌아선 3회 초다. 이번에는 한국의 공격 차례다. 1사 후에 최지훈이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클린업 트리오로 연결되는 기회다. 그런데 결과는 안 좋았다. 아시다시피 노시환과 강백호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다.
노시환은 결정구를 우두커니 바라만 봤다. 변화구에 당한 것이다. 중계팀은 다시 심판 얘기를 꺼낸다.
박재홍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우리 타자들은 심판을 믿으면 안 됩니다.”
한명재 “(구심의 판정에 대해 노시환이) 조금은 놀라는 기색인데요.”
다음 강백호도 비슷했다. 세 번째 스트라이크에 손을 내지 못했다.
한명재 “아~, 바깥쪽.”
박재홍 “멀었어요. 지금 바깥쪽 많이 좀 멀었습니다.”
불만은 계속 쌓인다. 다시 4회 초 한국 공격이다. 1사 1루에서 박성한이 배트를 잡았다. 카운트 0-2에서 3구째 빠른 볼이 먼 곳을 찌른다. 다행이다. 구심은 침묵했다.
박재홍 “사실 지금 볼이 앞서 강백호 선수가 삼진 콜 당했던 볼과 똑같거든요.”
한명재 “예, 그 볼이에요. 그때는 스트라이크, 지금은 볼입니다.”
정민철 “심판이 지금 왔다 갔다 하거든요. 콜이.”
2회 초 2사 2, 3루 찬스에서 김성윤이 내야 땅볼을 때린 뒤 1루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아웃 판정을 받았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사실 첫날(1일)부터 판정 이슈가 컸다. 홍콩 전 때다. 한국의 삼중살(3회)이 항의로 인해 번복됐다. 와중에 심판이 주자를 착각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20분 이상 경기가 중단됐다. 부활한 당사자조차 추월로 인한 아웃이 맞다고 나중에 실토했다.
심판에 대해 민감한 상태로 대만전이 시작됐다. 1회부터 묘한 상황이 생긴다. 2사 2, 3루에서 김성윤의 땅볼 때였다. 베이스 커버 들어간 상대 투수와 접전이 펼쳐졌다. 세이프라면 3루 주자가 득점한다. 하지만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이 없는 대회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억울함이 이때부터 커진다. 그리고 경기는 내내 끌려가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때문에 답답하고, 안타깝고, 간절했다. 판정 하나하나에 들썩들썩한다.
맞다. 오락가락하는 콜이 여러 차례 있었다. 때로는 결정적이라고 여긴 장면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더 서운한지 모른다. 화가 나고, 울분이 치민다. 그런 시청자들과 공감하는 멘트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다. 너무 자주 그랬다. 1회에 시작돼 중반 이후까지 계속된다. 시종일관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다. 그만큼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판정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줄곧 우리가 손해 보고 있다는 격앙된 어조였다. 점점 피로감과 불편함이 생긴다.
물론 특정한 해설자와 캐스터를 거론한 것은 유감이다. 그만큼 그들이 간판격인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가장 많은 팬들이 지지하고, 애청하는 중계팀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방송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거칠게, 더 흥분하는 곳도 있었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0.02 / dreamer@osen.co.kr
국가대항전은 어쩔 수 없다. 냉정하고, 객관적이 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감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상황을 전하고, 설명하고, 평가하는 자리다.
언젠가 들은 한명재 캐스터의 지론이다. “심판의 시그널은 절대적이다. 스트라이크라고 하면 스트라이크다. ‘스트라이크라는 판정’은 없다.” 많은 후배들이 마이크 앞에서 이 가르침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심판의 영향은 없지 않다. 판정이 오락가락했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손해가 컸다는 건 타당한 지적이 아니다. 쌍방이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더 결정적인 순간에 당했다?’ 그것도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없는 논리다. 결과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비참한 패배다. 아쉽고,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남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이 준비를 잘했다. 더 좋은 공을 던졌고, 더 강한 스윙을 했다. 4-0만큼의 차이였다. 그걸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 야구의 부진이 길어진다. 판정에 흥분할 일만은 아니다. 원인을 밖에서 찾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게 다시 걷기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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