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고양이 가면을 쓴 고등학생들을 보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배우 이준영(26)은 19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이나, 어제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볼 때나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를 괴롭히는 신, 학폭을 하는 신, 마지막 대결 신 등에서 3번이나 울었다”라고 이 같이 밝혔다.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 제공 콘텐츠웨이브㈜, 제작 스튜디오N, 배급 ㈜마인드마크)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이준영 분)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 이준영은 학폭 가해자 한수강 역을 맡아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2023), 'D.P.'(2021)에 이어 결이 다른 악역을 완성해냈다. 이쯤 되면 악역으로 '3관왕'을 기록했다고 얘기할 정도로 눈에 띈다.
소시민 역을 맡은 신혜선(34)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이준영은 “열정이 너무 높은 배우다. 그래서 그 열정에 제가 지기 싫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연습도 땀이 날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나도 질 수 없지’라는 마음에 정말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준영은 “저는 격투기에서 많이 쓰는 무에타이를 기반으로 한 액션을 6개월 간 준비했다”며 “일주일 중 4번을 운동했는데 스턴트 배우들과 하루하루 다르게 연습을 했다”고 액션 준비기를 전했다.
이준영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링 위 액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원 테이크로 가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다거나, 로프를 이용해서 했다”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제가 액션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액션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허명행 무술감독님이 칭찬해 주셔서 힘을 얻었다”며 “준비할 때 조금 다치기도 했었는데 요령이 생겨서 막상 촬영할 땐 안 다쳤다”고 부상은 없었다고 했다.
“원테이크로 찍다 보니 기본 40초로 액션을 했는데 저와 신혜선 배우 모두 감정이 올라오다보니 (연습한 동작보다) 액션을 더 하기도 했다. 실제로 맞진 않았지만 둘 다 흥분한 상황이 많았다.”
이준영은 그러면서 “여배우와 액션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제가 혹시라도 잘 못했다가 다칠까 봐 신경을 쓴 거다. 누나가 약속보다 많이 들어오면 제가 일부러 NG를 냈다. (신혜선을) 다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제가 링 밖으로 떨어지는 장면 빼고는 액션을 다 소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대의 마지막 액션일 거라고 생각해서 한번 불태워보자 싶었다. 액션하는 순간순간 저의 무너져가는 표정 변화를 보여 드리고 싶었다. 2년 전에 찍은 거라 지금 했으면 더 잘했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혜선과 이준영은 8살 차이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에 있어서 세대차이는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누나와 저 둘 다 ‘어린 꼰대’의 느낌이다. 누나도 저한테 ‘아저씨 같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학폭 사태와 관련, “제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서 이렇게 심한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물론 옛날부터 학폭은 있었지만 몇 년 사이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거 같다. 그래도 부담스럽다는 마음보다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해보고 싶었다”라며 “저도 비겁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는데, 누구나 그렇지 않나, 그런 순간들로 상처를 받았다면 저희 영화를 보시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을 통해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졌다는 이준영. “돌아다닐 때마다 수근거리며 저를 알아보시더라. ‘D.P.’ 이후에 알아보신 분들이 더 늘어난 거 같다”며 “어제 시사회 이후에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왜 이렇게 못됐냐’고 하시더라. ‘용감한 시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성공한 거 같다. 악역의 최고 칭찬은 욕이다. 제게 많은 욕을 해주시길 기대하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준영은 “(제가 한 악역들 중) ‘용감한 시민’ 한수강이 가장 나쁜 사람이다. 물론 ‘마스크걸’ 최부용도 마찬가지였지만. ‘용감한 시민’이 더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 같다”고 비교했다.
보이그룹 유키스로 지난 2014년 데뷔한 이준영은 햇수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다. “제가 꿈이 거창한 사람은 아니다. 10년 후에도 제가 이 일을 하고 있을지, 그땐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계속 일은 하고 싶지만, 중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못 할 수도 있지 않나.(웃음) 언행을 조심하려고 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잘살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그는 “제가 가수 활동을 접은 것에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그래도 ‘가수 출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쨌든 그게 이준영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숨기지는 않는다”며 “초반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말에 부담감도 있었다. 그때마다 든 생각은 저보다 먼저 시작한 아이돌 출신 배우 선배님들에게 욕보이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준영은 ‘연기돌’ 중 닮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임시완 선배를 좋아한다”며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다. 운동도 같이 하고 언젠가 작품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용감한 시민’은 오는 10월 25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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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