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돌아왔지만 착실하게 배우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롤모델로 배우 서현진을 꿈꾸면서. '하늘의 인연'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전혜연의 이야기다.
지난 20일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하늘의 인연'은 임신한 엄마를 버리고 욕망을 쫓아간 천륜의 원수인 아빠에 대해 딸이 복수하고 성공하는 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전혜연은 친부 이 작품에서 강치환(김유석 분)에게 복수하는 딸 윤솔 역을 맡았다. 이에 종영에 앞서 최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그를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긴 호흡으로 주연을 해본 게 처음이었다"라고 운을 뗀 전혜연은 "끝나니까 시원하면서도 아쉽고 섭섭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도, 인간 전혜연으로도 단단해질 수 있던 것 같다.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으로 기억할 것 같다. 고마운 작품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가장 성장한 부분에 대해 그는 "긴 호흡 작품이 처음이라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짧게 캐릭터로만 촬영하고 쉬었다면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함께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신인으로 해보지 못한 연기들을 다양하게 복수, 아픔, 슬픔, 기쁨, 로맨스를 다 해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폭 넓은 연기를 해볼 수 있어서 신인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났다. 모든 캐릭터를 다 만난 것 같다. 특히 선배님들과 자주 마주치는 작품이 처음이었다.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우려랑 다르게 너무 잘 챙겨주셨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극 중 부모로 호흡한 김유석, 조은숙과 가장 자주 소통하며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고. 그는 정우연, 서한결, 진주형 등 또래 배우들과도 장난을 치며 한결 가까워졌다고 귀띔했다. 그 덕분일까. 전혜연은 "마지막 촬영날 울었다. '끝난다'는 실감이 그때 확 들었다. 올해를 같이 지냈던 분들이랑 공간에 있던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추억이 될 걸 생각하니까 마음이 형용할 수가 없었다"라며 다시 한번 울컥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전혜연은 "대본을 보다 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이고 디테일한 것들을 설정할 수가 있다. 찍어야 하는 시간 안에 찍어야 하니까 대본을 분석하는 걸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더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연기적으로는 아쉬웠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최대한의 노력을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다시 돌아가서 촬영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제일 아쉬운 씬은 전미강(고은미 분)에게 화를 내는 씬이 있다. '우리 엄마한테 사죄해'라고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데 그 외에도 대사가 정말 길었다. 틀리지 않고 외우는 게 우선이라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혜연이 스스로 생각해도 자부심을 느끼는 장면은 "강치환이 친부라고 밝히면서 분노하는 장면"이라고. 전혜연은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라면서 그간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 씬을 받자마자 너무 잘하고 싶었다. 정말 달달 외웠다. 툭 쳐도 대사가 후루룩 나올 수 있도록"이라며 웃었다.
그는 "어떤 씬이건 대사생각을 안하는 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저 NG 거의 안 냈다. 자신할 수 있다. 많이 내면 2~3번, 거의 안 내려고 노력했다. 하루 안에 찍어야 할 씬도 있고 제가 계속 NG를 내면 찍어주는 분들도 힘들어 하시고 그만큼 딜레이가 되는 거라. 저도 흐름이 끊기는 게 싫었다. 한 번 할 때 해야 체력 소모가 덜하다. 한번 할 때 몰입해서 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우의 길을 걷기까지 전혜연은 우여곡절도 겪었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꿈을 키웠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했다고. 여러 회사들을 거치며 20대 중반까지 회계 관련 업무를 해오던 그는 "'이렇게 살면 왜 사나' 싶었다. 다행히 그때는 집안 사정도 괜찮아진 때라 취미로라도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학원부터 다녔다. 처음엔 직장과 학원을 병행하다가 작은 역할부터 지원하면서 '열정 페이'라도 받으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나중엔 돈을 떠나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 뒀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기를 준비하던 시기에 대해 "그때는 70kg였다. 살부터 빼야겠다는 생각에 1~2개월 만에 20kg를 뺐다. 하루에 줄넘기 3000개를 매일 했다. 원래는 아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찐 살이었다.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살을 뻈다. 지금은 먹는 즐거움도 누리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후 웹드라마 위주로 연기 경험을 쌓은 뒤 세 차례의 오디션 끝에 '하늘의 인연'으로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나서게 된 상황. 그의 롤모델은 배우 서현진. 전혜연은 서현진 이야기를 하는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오랜 팬심을 드러냈다. 그는 "생활연기를 너무 잘하시고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가 다 다른 것 같다. 정말 같은 현장에서 꼭 만나뵙고 싶다. '식샤를 합시다', '또 오해영', '낭만닥터 김사부', '사랑의 온도' 등 출연하신 드라마는 다 챙겨봤다. 최근 나오신 '왜 오수재인가'도. 작품마다 정말 섬세하신데 현장에서 꼭 뵙고 본받고 싶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다"라며 눈을 빛냈다.
나아가 전혜연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 생활감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모든 캐릭터가 궁금하다. 사이코 패스도, 로맨스 장르도.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사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며 이후를 준비하는 전혜연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저의 앞으로의 행보를 많이 기대해주시고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언제가 됐든 열심히 하는 전혜연 배우를 기억해주세요. 오디션도 대본이라 생각하고 (캐스팅)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촬영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이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