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쓰러졌을 정도로 위태로운 몸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사인을 부탁했다니. 마라톤 풀코스 현장에서 사인을 거절했다가 의도치 않은 지적을 받은 기안84에게 모두가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20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는 청주에서 열린 ‘청원생명쌀 대청호 마라톤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회 참가를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달렸고 러닝으로 6kg을 감량했을 정도로 기안84는 마라톤에 진심이었다. 무릎 테이핑까지 한 채로 열정을 불태웠다.
기안84는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고 70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마라톤 풀코스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동안 달리기로 자신의 인생을 채워왔던 그이기에 자신감은 충만했고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힘차게 내달렸다. 함께 뛰는 이들 역시 초보 마라토너 기안84에게 아낌없이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코스가 만만치 않았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너무 많았던 것. 급기야 기안84는 욕설을 참지 못했고 방송에 삐 처리 됐다. 그는 “솔직히 욕 밖에 안 나온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함께 있던 코드쿤스트 역시 "욕을 하면 힘이 난다"라고 힘을 실었다.
그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기안84는 달리던 중 복통을 호소했고 발목이 아프다며 길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중도 포기를 권유하고 싶을 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그를 보며 무지개 회원들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료 마라토너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처치를 하고 일어선 기안84의 완주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공개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며칠 전 불거졌던 기안84의 사인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앞서 한 누리꾼은 기안84가 사진도 안 찍어주고 사인도 안 해줬다는 글을 온라인 상에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느 팬과도 사진도, 사인도 안 해주고 검은색 축제 차량 타고 휘리릭~이 아쉬웠지만 실제로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 좋았다”는 것.
이에 힙겹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쉬고 있는 기안84에게 사진과 사인을 무리하게 부탁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누리꾼은 “휴식 마치고 스태프 분과 차에서 수다 중일 때 사인을 부탁했다. 기안84님은 묵묵부답. 보안 스태프는 안 된다고 하셨다”고 추가 내용을 덧붙였다.
이날 기안84는 젖 먹던 힘을 짜내 42.195km 풀코스를 4시간 47분 8초 43에 완주한 걸로 알려졌다. 길바닥에 쓰러질 만큼 힘들어 했지만 자신과,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완주에 성공했다. 인사할 힘도 없었을 텐데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매너도 잊지 않았다.
그런 그가 사진과 사인 요청을 거절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니. 누리꾼의 폭로가 머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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