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창욱이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24일 지창욱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 인터뷰를 가졌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지창욱은 극 중 마약 수사를 위해 강남 연합에 잠입하게 된 경찰 박준모 역을 맡아 숙련된 액션 연기로 쾌감을 선사하거나, 휘몰아치는 감정을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극 전체를 끌어가며 호평을 얻었다. ‘최악의 악’으로 인생 연기를 새로 쓰며 또 한 번 배우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2008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한 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 등으로 얼굴을 알린 지창욱은 ‘무사 백동수’, ‘기황후’, ‘힐러’, ‘THE K2’, ‘수상한 파트너’, ‘날 녹여주오’, ‘편의점 샛별이’, ‘도시남녀의 사랑법’, ‘안나라수마나라’ 등에 출연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를 잡았지만 지창욱은 늘 새로운 것과 변화를 꿈구고 있다. 디즈니+ ‘최악의 악’이 공개된 지금도 그는 차기작만 드라마 ‘웰컴투 삼달라’, ‘우씨왕후’, 영화 ‘리볼버’ 등을 앞두고 있다.
지창욱은 쉼없이 달리는 원동력에 대해 “올해가 유독 뭔가 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스케줄은 아니어서 내가 잠을 줄이자, 쉬는 날을 줄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도 있었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면 뭔가 생각이 난다. 아이디어를 내고 표현을 해보는 과정들이 내게는 힐링이었던 것 같다. 그게 내게는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장르적으로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건 어떤 이유일까. 지창욱은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있고, 항상 그 부분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최악의 악’이라서가 아니라 그 전에 했던 작품들도 내가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위해 변화를 하고 싶어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최악의 악’이 있었다”며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긍정적인 변화, 선배님들을 봤을 때 내가 나아가야 할 지점을 보면 작품 선택, 연기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편의점 샛별이’, ‘아나라수마나라’, ‘도시남녀’,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을 보면 변화를 계속 시도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하트시그널’을 처음 봤는데 이렇게 재밌으면 배우들은 어쩌나 싶었다. 너무 충격이었다”고 말하는 지창욱. 이때의 충격은 지창욱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고, 전역 후 더 많은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을 하면서 많이 위로 받고 힐링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페이크 다큐처럼 역할이 나와서 하는게 아니라 배우 지창욱이 나와서 ‘자기 이야기 하고 있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이 붙으면서 대중적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적인 요소였다. 그게 또 인터뷰 형식이라 그런 부분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난 건 느와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최악의 악’으로, 지창욱은 ‘THE K2’ 이후 오랜만에 액션을 선보였다. 지창욱은 “‘The K2’ 이후 액션 안 하겠다고 하다가 오랜만에 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액션을 떠나서 느와르이고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여서 전체적인 흐름이나 캐릭터에 대한 빌드업, 긴장감 유지 등이 힘들었다. 감독님과 글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긴장감 있게 있을 수 있을까 했다”며 “‘최악의 악’은 액션이라서 출연을 결정한 게 아니다. 느와르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인물간의 관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따. 이 연출이면 즐겁게 해ᅟᅡᆯ 수 있겠다는 신뢰가 컸다. ‘THE K2’는 정제되어 있고 극적인 액션이었다면 ‘최악의 악’은 날 것의 액션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액션이어서 현장에서 합을 보고 바꾼다는 등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창욱은 자신이 연기한 준모에 대해 “언더커버로 들어가면서 그에게 놓여진 선택이나 행동들을 극적으로 보여지게끔, 내적인 갈등이 더 극대화되게끔 생각을 많이 했다. 드라마 주인공으로서 가져야 하는 도덕적 신념, 가치관을 배제하고 그 사람의 욕심이나 자격지심, 콤플렉스 등에 집중해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람이 무너져가는 모습이 잘 보인 것 같다”며 “준모가 가진 피해의식, 열등감, 욕심 등은 내 안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본능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열등감이 있고,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콤플렉스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설득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데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감정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각 캐릭터들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호흡을 보는 것도 ‘최악의 악’을 몰입하게 하는 요소였다. 지창욱은 먼저 래퍼 비비로 더 익숙한 배우 김형서와 호흡에 대해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어쩔 수 없이 내뱉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는데 감추려고 해도 순간순간 나온다. 김형서는 그게 없어서 마주하고 연기할 때 새로웠다. 그래서 자극을 많이 받았고 신기했다. 표현력이 다채롭고 좋다고 생각했다”며 “농도 짙은 스킨십 장면을 찍을 때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김형서와 그런 장면을 찍는 게 어색할 수 있고, 내가 해왔던 작품과 무드, 수위보다 짙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선배로서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싶었는데 극으로만 봤을 때는 내가 당하는 입장이어서 평소보다는 편한 입장이었다. 김형서가 긴장이 많이 됐을거라고 본다. 다행히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해주셨고, 리허설 할 때부터 의연하고 편하게 잘 해줘서 고마웠다. 그 장면을 보면 알지만 김혀서가 적극적으로 잘 해줬다. 그렇게 잘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위하준과 호흡에 대해서는 “같이 작품을 하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니 장점을 보고 배우로서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같이 시너지를 내면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도 하는 과정을 봤을 때 위하준은 내게는 너무 좋은 동료였다. 현장에서 너무 즐거웠다. 위하준을 보면 본인 스스로도 너무 열심히 하는게 보이니까 동료로서 질 수 없다, 창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고 말했으며, 임세미와 호흡에 대해서는 “미묘한 불편함, 거리감이 현장에 있었다. 그게 캐릭터들에게는 도움이 됐다. 신혼집을 보면 미술적으로 묘하다. 예쁘면서 묘한 분위기를 미술팀과 조명팀이 잘 만들어주셨다. 그 장소에 가니까 신혼집인데 이상하더라. 거기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 임세미와 부딪히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거기에서 오는 거리감도 있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감독님에게 ‘임세미와 붙는 장면도 좀 넣어주셨으면’ 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중간에 좀 추가됐다”고 밝혔다.
느와르 장르를 입은 지창욱의 변신은 통했고,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최악의 악’은 싱가포르, 대만 1위, 일본, 홍콩, 터키 등 각 지역의 톱10(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반응에 대해 지창욱은 “주변 친구들은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굳이 내게 연락해서 작품이 너무 별로라고 하는 사람은 아직까진 없었다. 보기에도 되게 고생했을 법 한 것 같은 것 같다. 나는 시간이 좀 지나서 재밌었던 기억만 나다가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 재밌게 했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결과적으로는 팀원들과 치열하게 한 게 화면에 조금이라도 나와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악의 악’은 지창욱의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까. 그는 “이 작품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바뀌거나 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분명히 내 인생에 있어 같이 한 작품이고 소중하다. 그렇게 남을 것 같다. 거창하게 말하기는 오글거린다. 잘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