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삼성 리드오프, "이대로 가다간 사라질 수 있다. 컨디션 유지 위해 벌크업 도전" [오!쎈 인터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10.25 14: 40

지난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김현준(삼성 외야수)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되게 많은 걸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올 시즌을 치르고 나니 지난 시즌에 느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개성고를 졸업한 뒤 2021년 삼성에 입단한 김현준은 지난해 풀타임 외야수로 활약하며 118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363타수 100안타) 22타점 57득점 6도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해 뒤늦게 1군에 합류한 그는 타율 2할7푼5리(433타수 119안타) 3홈런 46타점 62득점 5도루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김현준은 "지난 시즌에 보여드리지 못한 걸 올 시즌 들어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니 소위 말하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지난 시즌보다 발전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들어 목표가 없어지고 스스로 침체되고 시즌이 끝나고 나니 현타가 많이 왔다"고 털어놓았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현준 /what@osen.co.kr

삼성은 정규 시즌 61승 82패 1무로 마감하며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던 김현준은 "개인 목표도 그렇고 팀 목표도 없어지니 저를 꽉 붙잡고 갈 무언가가 없어졌다. 핑계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느꼈다"면서 "다음 시즌에 풀타임 3년 차가 되는데 똑같이 했다가 그저 그런 선수로 남게 된다"고 독기를 품었다. 
김현준은 벌크업을 오프시즌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몸이 돼야 기술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즌 동안 기본보다 결과에만 집중하는데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는 기본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삼성 김현준 / OSEN DB
장타 생산 능력 향상보다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벌크업이라고 보면 된다. 김현준은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벌크업을 시작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몸무게가) 알아서 빠지니까 몸에 힘을 많이 비축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 치다 보면 힘이 붙을 거고 자연스레 장타가 나오지 않을까"고 내다봤다. 
TV 중계를 통해 남의 가을잔치를 지켜보는 그는 "저는 아직 (가을 야구를) 못해봐서 부럽고 시즌 중에 관중이 많이 오시고 함성이 커도 가을 야구에서 느끼는 건 다르다고 본다. 다음 시즌에 잘해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맘때까지 야구하는 건 일종의 특권이다. 꼭 해보고 싶다"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 시즌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야구에만 몰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준은 "말 그대로 야구에 미쳐볼 생각이다. 그동안 열심히 했지만 뭔가 저 스스로 타협했던 거 같다. 이번에는 타협 같은 건 절대 없다. 다음 시즌에 발전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하게 마음먹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의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는 이른바 곡소리 난다고 표현할 만큼 강도가 높다. 김현준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벌크업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이 빠지지 않도록 음식을) 더 먹고 (바벨을) 더 들겠다. 기술은 정답과 한계가 없다. 많이 해보면서 느끼는 게 중요하다. 다음 시즌이면 4년 차가 되는데 독하게 마음먹었다"고 이를 악물었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삼성 외야수 김현준 / OSEN DB
타격 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적인 변화보다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방망이가 잘 맞을 때도 타격 자세는 평소와 똑같은데 뭔가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할까. 마음가짐이 다르면 어깨가 먼저 열리거나 힘이 들어가는 등 타격 자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잘 맞을 때 보면 욕심을 안 내도 좋은 타구가 나온다. 그만큼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절제하는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현준은 2년 연속 붙박이 중견수로 뛰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리는 정해진 게 아니다. 저는 발전하지 않고 다른 선수가 잘해서 치고 올라오면 기회가 없어진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더 독하게 해야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더 보여줄 수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 건방을 떨었다"면서 "풀타임 2년 차 시즌을 치르고 나니 이대로 가다간 그냥 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핑계 안 대고 타협하지 않고 독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준의 팬클럽 '쭈니쭌'은 지난 11일 김현준의 21번째 생일을 맞이해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에 후원금 200만1011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금은 김현준의 생일을 기념해 팬클럽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마련됐으며 전달된 후원금은 초록우산을 통해 대구지역 야구 꿈나무 아동에게 정학금으로 지원될 예정. 
삼성 외야수 김현준 / OSEN DB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은 김현준의 진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팬클럽 회원분들께서 해마다 생일 선물을 챙겨주시는데 저한테 비싼 선물을 주시는 것보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께 기부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물을 받는 대신 기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저도 사비를 조금 보태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현준은 또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나중에 야구를 잘하게 되면 가족보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아직까지 많은 돈을 벌지 못했지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현준은 팬클럽의 기부와는 별개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대구지역 야구 꿈나무 명단을 받아 지원 방안을 계획 중이다. 그는 기부 행사는 물론 재능 기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언제든지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