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설경구가 ‘실화 소재’ 영화를 촬영한 소감을 밝혔다.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소년들’ 설경구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이다. 설경구는 극중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실화극 전문 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실화극을 많이 촬영했다. 영화 ‘공공의 적’부터 ‘실미도’, ‘그놈 목소리’, ‘소원’, ‘생일’, ‘소년들’까지 다양하다. 그는 실화극 또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소감에 대해 “‘소년들’이 성장해서 그런 일을 겪었던 이들이, 잘못된 거를 바로잡으려는 말을 못했던 이들이 성장해서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용기를 가질 필요도 없는, 잘못한 거를 바로잡으려고 해도 용기를 내야하는 세상이다. 전주에서 유가족, 피해자분들도 있고, 도움을 줬던 박준영 변호사, 약촌오거리 형사님도 있었고, 진범도 왔다. 박준영 변호사가 ‘소년들을 성장시켜줘 고맙다’고 인터뷰를 했더라. 자기 이야기를 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실제로는 수사과정의 트라우마로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목소리를 내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진범한테 고마워해야하는 게 이상하더라. 근데 그 분이 증언을 안했으면 재심이 안 이뤄졌을 거고. 기분이 묘하더라. 그분들도 격없이 지내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실화극이 주는 색다른 느낌이 있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작품마다 다 다른데, 공통점은 실존 인물은 촬영 마치고 다 뵙는다. ‘실미도’ 때도 훈련병 다 돌아가셨고, 영화보다 더 잔인하다. 죄책감 때문에 힘들었다. 모두가 죄인같아서. 이번에도 쾌감보다는 잔인하다는 느낌”이라며 “너무너무 순박해서 더 안타까운 것 같다. 실제로 그 분들을 보면 해결된 건 없는 것 같다. 마음으로 누르고 계시는데, 해결은 영원히 안되는구나. 24년이 지났는데도 평생을 짊어지고 간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런 실화극을 찍고 나면 다른 사건에도 더욱 분노하게 되냐고 묻자 설경구는 “이 사건은 저에게도 남는다.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처럼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기위해서 이러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춘재 8차 사건 누명을 쓰신 분도 봤다. 전 실제로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8차 사건 누명 쓰신 분은 23살에 들어가셔서 40살이 넘어서 나오셨다. 말을 못하겠더라. 근데 모여서 받은 위로금으로 장학회를 하신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대단하시다는 말 밖에 없다”고 감탄했다.
설경구는 영화 ‘생일’을 찍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며 “그것도 할 수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다. 친분때문에 제가 생각나셨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만나야한다고. 만나서 저 못한다고 했다. 이야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안되는 거니까. ‘가을에 하면 생각해볼게요’ 했는데, 사건이 일어난 봄에 꼭 찍어야한다고 해서 ‘못합니다’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결정해’하고 던져주고 가셨다. 그러면서도 또 하게 되고. 운명인 것 같다. 더 느끼게 되고, 확실히 하게 되고, 더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그렇다. 찜찜함도 남았고. 재심을 통해 바로 잡았다고 하지만, 바로 잡힌 게 아니다. 17년이 날라가 버린 건데, 돈으로 보상이 되나요”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설경구가 출연하는 영화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cyki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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