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했건만…” 세리머니死부터 옆구리 부상까지,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0.27 06: 00

KT 간판타자 강백호(24)의 프로 6번째 시즌이 논란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마무리됐다. 강백호에게 2023년은 불운 그 자체였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가을야구 출전이 무산됐다. 강백호는 지난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대비 자체 청백전에서 주전 선수들로 이뤄진 ‘또리팀’의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강백호는 2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상대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의 투구에 파울 타구를 친 뒤 우측 옆구리에 이상을 감지했다. 강백호는 곧바로 경기장에서 빠져나와 인근 병원으로 향해 정밀 검진을 받았고, 우측 내복사근 손상에 따른 3주 재활 소견을 받았다. 

KT 강백호 / OSEN DB

KT 강백호 / OSEN DB

경기 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 웨스 벤자민 등 선발투수들의 감각 회복에 반색하다가 “강백호가 옆구리가 찢어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8 KT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받은 강백호의 프로 6번째 시즌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지난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불운의 시작이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산 강백호였다. 2루타를 친 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7회말 2사에서 대표팀 강백호가 2루타를 날리고 뒤에 호주 2루수가 있는 줄 모르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2023.03.09 /spjj@osen.co.kr
7회말 2사에서 대표팀 강백호가 2루타를 날리고 뒤에 호주 2루수가 있는 줄 모르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 당했다. 원심은 세이프였지만 호주의 비디오 판독 요청 결과 원심 번복. 더그아웃에서 아쉬워하는 강백호. 2023.03.09 /spjj@osen.co.kr
프로답지 않은 플레이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강백호는 경기 후 세계 야구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세계 주요 스포츠 언론이 SNS에 ‘세상의 이런 일이’라는 주제로 강백호의 해당 영상을 업로드했다. 한국은 호주전 패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1라운드 탈락했고, 강백호는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다. 
강백호는 세리머니사로 논란이 된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시 본헤드플레이로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5월 18일 잠실 LG전 5회말이었다. KT가 3-2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선발 고영표가 선두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후속 김현수를 만나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우익수로 나선 강백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잡았고, 1루주자 박해민은 빠른 발을 앞세워 2루를 지나 3루에 도착했다. 
KT 강백호 / OSEN DB
무사 1, 3루 상황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박해민의 득점이었다. 강백호는 박해민이 3루에서 멈출 것이라 예상했는지 타구를 잡고 천천히 걸어 나오다가 2루수 장준원을 향해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송구를 했다. 그 틈을 타 박해민이 홈을 밟은 것. 뒤늦게 강백호의 아리랑 송구를 받은 장준원이 홈을 바라봤지만 이미 박해민이 득점한 뒤였다. 뼈아픈 3-3 동점이었다.
당시 박해민은 현장에서 취재진에 “항상 주루플레이 할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한다. 상대 빈틈이 보이면 그걸 노리려고 한다”라며 “3루를 밟고 오버런 했는데 (강)백호가 걸어 들어오면서 던지려고 하더라. 던지는 폼 자체가 강하게 던질 것 같지 않았고, 느슨하게 하길래 그냥 뛰었다. 홈에서 승부가 되겠다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플레이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적의 눈에도 명확하게 보인 강백호의 나태함이었다.
KT 강백호 / OSEN DB
강백호는 결국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6월과 8월 경기 출전 없이 휴식을 취했다. 경기장 출근 없이 집에 머물러 심신 회복에 전념했다. 
강백호는 회복을 거쳐 9월 5일 1군 무대로 컴백했다. 그리고 월간 타율 3할3푼3리를 치며 천재타자의 귀환을 알렸다.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해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미소를 되찾았다. 마음의 병을 치유한 그는 포스트시즌 또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며 생애 두 번째 우승반지를 꿈꿨다. 
그러나 과유불급이었다. 감각을 점검하는 청백전에서 실전처럼 최선을 다해 풀스윙을 하다가 옆구리가 찢어졌다. 이 감독은 “내가 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했건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7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을 2-0으로 눌렀다. 이로써 지난 2일 대만과의 B조 예선 2차전 0-4 완패를 설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종료 후 시상대에서 대한민국 강백호가 금메달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07 /ksl0919@osen.co.kr2023.10.07 /ksl0919@osen.co.kr
오는 30일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을 앞두고 있는 KBO 포스트시즌은 최대 내달 15일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7차전까지 진행된다.
KT가 NC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해도 강백호는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없다. 11월 16일이 강백호가 부상을 당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3주가 되는 날이다. 그렇게 강백호의 불운했던 2023시즌이 새드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KT는 핵심 전력 강백호의 예상치 못한 이탈로 결전의 날을 불과 나흘 앞두고 플랜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엔트리를 다시 꾸려야할 것 같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backlight@osen.co.kr
이보다 극적인 시즌 피날레는 없다. KT가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위를 확정지었다.KT 위즈는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5-4 끝내기승리를 거뒀다.KT 2023 포스트시즌 출정식을 마친 강백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3.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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