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우승 들러리였던 NC 최다승 에이스…투혼의 1루 송구에 가을야구 간절함 담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27 10: 00

NC 다이노스 구단 최다승(81승) 투수이자 개국공신인 체인지업 마스터 이재학(33). 
2011년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뒤 투수진의 초석을 다졌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팀이 정상에 섰을 때, 이재학은 없었다. NC가 2020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했을 때 이재학은 들러리였다. 2020년 19경기 5승6패 평균자책점 6.55로 부진했고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창단 9년 만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당시 주장 양의지(현 두산)이 집행검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에 이재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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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초 무사 1루 NC 이재학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3.10.25 /cej@osen.co.kr

NC 입장에서는 당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구단 역사에 여러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재학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순간에 없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아픔이었다. 이재학으로서는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다시 찾아온 가을야구 무대가 더욱 남다르고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이재학은 15경기(13선발) 5승5패 평균자책점 4.54(67⅓이닝 34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퀄리티스타트는 5번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6월22일 창원 LG전에서 타구에 왼발을 맞으며 중족골 골절 부상으로 이탈했고 2달 가량 재활을 하고 나서야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제 토종 에이스라는 칭호는 내려놓고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으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마당쇠가 됐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 중 2경기에 등판해 1승1홀드 평균자책점 4.91(3⅔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3회초 무사 1루 SSG 박성한 타석에서 NC 선발 태너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재학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10.25 / rumi@osen.co.kr
3회초 1사 주자 만루 SSG 최지훈의 유격수 앞 병살타때 NC 2루수 박민우가 병살 연결로 위기 넘긴 후 이재학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0.25 / rumi@osen.co.kr
에이스 에릭 페디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NC 선발진은 특히 SSG에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이재학은 선발 자원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중간 역할을 하면서 준플레이오프 3연승 업셋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필승조인 김영규와 류진욱으로 향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러나 모처럼 등판했던 이재학의 가을야구가 그대로 끝날 수도 있었다. 이재학은 25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2⅔이닝 1피안타 4볼넷 1실점으로 혼신투를 펼쳤다. 
선발 태너가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7-5로 간신히 앞서고 있는 3회 무사 1루에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첫 타자 박성한을 3루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김성현과 오태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시 경기 분위기가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재학은 최지훈을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내면서 리드를 지켰다.
비록 4회 2사 1루에서 한유섬에게 적시 2루타를 얻어 맞고 1실점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4회를 마감했다. 그리고 5회, 1사 후 김성현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오태곤의 타석. 이재학은 아찔한 상황에 직면했다. 오태곤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이재학에게 곧바로 되돌아왔고 투구한 오른손을 그대로 강타했다. 
25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초 1사 1루 NC 이재학이 SSG 오태곤의 강습 타구에 손을 맞은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김영규로 교체. 2023.10.25 /cej@osen.co.kr
NC 다이노스 이재학이 5회초 1사 1루 SSG 랜더스 오태곤의 타구에 손을 맞고 교체되고 있다. 2023.10.25 / foto0307@osen.co.kr
손등에 타구를 맞은 이재학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후속 동작을 빠르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재학은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을 겨우 확인하고 1루에 혼신의 힘을 다해 송구를 했다. 자칫 내야안타로 1사 1,2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을 2사 1루로 만들었다. 이후 이재학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뒤이어 올라온 김영규가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이재학이 투혼으로 지킨 아웃카운트 1개가 큰 성과로 다가왔다. 
결국 7-6으로 승리하면서 이재학은 승리 투수가 됐다. 이재학의 포스트시즌 통산 9경기 만에 거둔 첫 승. 경기 후 이재학은 덕아웃에서 손을 든 채로 기쁨을 만끽했다. 아직 통증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그는 부상 이후 상황에 대해 “그 이닝을 꼭 끝내고 싶었다”라면서 공을 제대로 쥐지도 못한 채 송구를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손등에통증이 심했기에 이재학은 본래 공을 던지는 검지와 중지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동작을 설명하면서 약지와 소지로 공을 쥐어서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너무 아팠다. 손을 못 움직일 정도였다. 하지만 옆에서 (서)호철이가 콜을 크게 해줬다. 그래서 ‘이건 꼭 아웃을 시켜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송구가 모사하게 갔다”라고 했다. 1사 1,2루와 2사 2루의 상황은 분명 다르기에 이재학이 투혼으로 일군 아웃 1개가 소중했다.
5회초 1사 주자 1루 SSG 오태곤의 투수 강습 타구를 맞은 NC 이재학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23.10.25 / rumi@osen.co.kr
NC 다이노스 이재학이 5회초 1사 1루 SSG 랜더스 오태곤의 타구에 손을 맞고 교체되고 있다. 2023.10.25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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