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튀르키예→나폴리→뮌헨...다음은 어디? "김민재, 여기서 끝이 아니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1.05 15: 19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 커리어의 끝은 아닐 것이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27)의 다음 스텝은 과연 어디가 될까.
이탈리아 '나폴리 매거진'은 4일(이하 한국시간) 김민재의 전 스승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과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페네르바체 감독 시절 김민재를 발굴했던 그는 김민재가 아직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사진] 나폴리 소셜 미디어.

[사진] 페네르바체 소셜 미디어.

[사진] 베이징 궈안 시절 김민재.

페레이라 감독과 김민재는 튀르키예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페네르바체를 지휘하던 도중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뛰고 있던 김민재를 영입했다. 김민재의 유럽 진출을 이끈 은사인 셈.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가 중국 무대에서 뛸 때부터 그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이라 감독은 상하이 상강 감독 시절 베이징 궈안 핵심 수비수로 뛰던 그를 지켜봤고, 페네르바체 부임 이후에도 잊지 않고 그의 영입을 추진했다.
정확한 안목이었다. 김민재는 곧바로 페네르바체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쉬페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상대 공격수들을 압살하는 피지컬과 스피드, 수비력을 앞세워 튀르키예 무대를 정복하며 리그 올해의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 나폴리 소셜 미디어.
[사진] 세리에 A 소셜 미디어.
김민재의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는 튀르키예에 도착한 지 한 시즌 만에 이적료 2000만 유로(약 281억 원)를 남기고 나폴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뛰던 선수가, 그것도 아시아 국적 센터백이 유럽 4대 리그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리에 A도 김민재에겐 좁았다. 그는 이탈리아 입성과 동시에 리그를 휩쓸었고, 9월 세리에 A 사무국 선정 이달의 선수상, 10월 이탈리아 축구선수협회 선정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순식간에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한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숫자로만 봐도 엄청난 기록이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 2골 2도움을 기록, 나폴리에 리그 최소 실점(28골) 기록을 선물했다. 35경기에 출전해 무려 3054분간 피치를 누볐다. 세부 지표도 경기당 태클 1.6회, 가로채기 1.2회, 클리어링 3.5회, 슈팅 블록 0.7회에 달한다. 
그 덕분에 나폴리도 역사에 남을 한 해를 보냈다. 나폴리는 2022-2023시즌 김민재의 철벽 수비를 앞세워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하며 무려 33년 만에 세리에 A 우승을 거머쥐었다. 디에고 마라도나 시절 이후 첫 스쿠데토 획득. 
[사진] 발롱도르 소셜 미디어.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축구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발롱도르 수상 투표에서도 김민재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이 발표한 발롱도르 순위에서 22위에 올랐다. 최종 후보 30인 중 유일한 아시아 국적이었던 그는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김민재가 2022-2023시즌 전 세계 최고 센터백이었다는 뜻이다. 그와 함께 최종 명단에 포함됐던 수비수로는 요슈코 그바르디올과 후벵 디아스(이상 맨체스터 시티)도 김민재 밑이었다. 지난여름 7760만 파운드(약 1260억 원)에 맨시티로 이적한 그바르디올은 25위,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디아스는 30위에 그쳤다.
사실 아시아 수비수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선정된 것만 해도 새로운 역사다. 지금까지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아시아 선수는 모두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였다. 한국에서는 2002년 설기현, 2005년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손흥민, 다른 국가에서는 1998년, 1999년 나카타 히데토시(일본)와 2007년 유니스 마흐무드(이라크)가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랭킹 95위 베트남을 맞아 김민재의 선제골과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의 추가골이 터져 6-0 승리를 거뒀다. 후반 손흥민이 추가골 넣고 김민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0.17 / soul1014@osen.co.kr
한국 선수로서는 역대 4번째 발롱도르 후보 선정이자 최종 순위 공동 2위 기록이다. 김민재는 점수를 얻진 못했던 대선배 박지성과 설기현을 제치고 2019년 손흥민과 동률을 이뤘다. 손흥민은 2019년 발롱도르 22위에 올랐고, 2022년엔 11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 기록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도 당연히 김민재의 몫이었다. 그는 메흐디 타레미(이란)와 미토마 가오루(일본)를 제치고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 선수상'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2015년과 2017년, 2019 손흥민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자다.
이제 김민재는 '독일 챔피언' 뮌헨의 일원으로서 또 다른 우승 트로피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나폴리에 도착한 지 한 시즌 만에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뮌헨에 합류했다.
이적료는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어올라 5000만 유로(약 704억 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G,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많은 팀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직접 움직인 뮌헨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
독일에서도 적응 따윈 필요없었다. 김민재는 곧바로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뮌헨 후방을 지키고 있다.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져도 김민재만큼은 든든히 수비진을 이끌었다.
주전 경쟁은커녕 혹사 우려가 나올 정도다. 김민재는 5일 생애 첫 '데어 클라시커'에서도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부담스러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원정이었지만, 그는 상대 공격수들을 모두 꽁꽁 묶어내며 철벽 수비를 펼쳤다.
어느덧 뮌헨 공식전 14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자 1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다. 김민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는 만큼, 점점 지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으로서도 김민재가 아니면 믿을 선수가 없기에 좀처럼 휴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사진]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
어느새 뮌헨 수비의 핵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물이 된 김민재. 하지만 페레이라 감독은 아직도 그에겐 잠재력이 남아있다고 믿고 있다. 스승이 보기엔 옛 제자가 아직도 성장 중인 모양이다.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에겐 여전히 발전할 수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기꺼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선수다. 그는 나폴리에서, 페네르바체에서, 지금 뮌헨에서 뛰고 있다. 주변엔 최고 수준 선수들이 있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극찬도 쏟아졌다.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는 정교한 기술과 속도, 경기를 읽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거의 언제나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있다"라며 "기술적, 전술적 측면을 넘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김민재의 성격이다. 공을 관리하는 능력. 주인공이 되고자 하며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열망도 마찬가지"라고 칭찬했다.
옛 추억도 떠올렸다.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를 언제 처음봤는지 묻자 "그가 베이징 궈안에서 뛰던 시절 그의 능력을 정말 높이 평가했다. 당시 난 상하이 상강에 있었다. 난 그의 특성을 보고 정말 충격받았다"라고 답했다.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 커리어의 종착역이 과연 어디가 될지 궁금해했다. 그는 "뮌헨이 김민재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할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언제나 자연스럽겠지만, UCL은 언제나 특별한 타이틀이다. 뮌헨은 세계적인 클럽이지만, 김민재의 커리어의 끝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페레이라 감독은 "김민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순위를 올릴 것이다. 물론 뮌헨에 필적할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하지만 김민재는 단지 뮌헨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전과 우승 트로피, 그리고 어쩌면 UCL 우승까지 보장하는 팀에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페레이라 감독은 아시아 축구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김민재를 찾았냐는 말에 "세계 축구는 아시아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엔 최고 수준 선수들이 있다. 유럽 축구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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