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의 심정으로…FA 3수생 엔트리 탈락, 3번째 KS 기회는 무산되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11.06 06: 40

사제지간의 정(情) 보다는 냉정한 결단력이 우선이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에 LG 트윈스의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30명)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FA 삼수생 서건창(34)의 자리는 없었다.
염 감독과 서건창은 2014년 넥센에서 감독과 선수로 뛰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에 도전했다. 당시 서건창은 KBO리그 최초이자 지금도 유일한 '2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하며 최전성기였다. 넥센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2승 4패로 패배하며 우승이 무산됐다.
염 감독은 2016시즌까지 넥센을 이끌었고, 이후 SK 단장(2017~2018년), 감독(2019~2020년)을 지냈다. 서건창은 2014년에 이어 2019년 키움에서 2번째 한국시리즈를 뛰었다. 두산에 4패로 패하며 준우승이었다. 

LG 서건창 / OSEN DB

LG 염경엽 감독이 서건창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OSEN DB

LG에서 염 감독과 서건창은 7년 만에 함께 만나게 됐다. 서건창은 2021시즌 도중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됐고, 염 감독이 지난해 가을 LG 사령탑에 선임됐다. 
다시 만난 스승과 제자는 의기투합했고, 염 감독은 최근 2년간 부진했던 서건창의 반등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침체된 서건창의 반등은 쉽지 않았다. 
LG 서건창 / OSEN DB
서건창은 2021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때 투수 정찬헌과 1대1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해묵은 고민거리 포지션인 2루수를 해결하기 위해 선발 투수와 트레이드를 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2021시즌 LG로 트레이드된 후에 68경기에서 타율 2할4푼7리(235타수 58안타) 24타점에 그치면서 2루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1시즌이 끝나고 서건창은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신청하지 않고 재수를 선택했다. 그런데 2022시즌 서건창은 부진과 부상으로 성적은 더 하락세였다. 77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2할2푼4리(219타수 49안타)로 부진했다.  
지난해 가을 염 감독과 서건창은 재회했다. 누구보다 서건창을 잘 알고 있는 염 감독은 서건창의 재기를 기대했다. 오프 시즌부터 과거 좋았을 때의 타격폼으로 돌아가고,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서건창은 시범경기 타격 1위(타율 3할6푼2리)에 오르며 성과를 내는 듯 했다. 개막전 톱타자 2루수로 출장했다. 그러나 개막 첫 3경기에서 16타수 2안타(타율 1할2푼5리)에 그치며 하위타순으로 내려갔고, 이후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건창은 5월 중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율 2할7리(87타수 18안타), 2루 수비에서는 당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9개)을 기록했다. 
LG 염경엽 감독이 서건창에게 타격 조언을 하고 있다. / OSEN DB
LG 염경엽 감독이 서건창에게 타격 조언을 하고 있다. / OSEN DB
2군에 내려간 서건창은 9월 확대엔트리가 되어서야 1군에 복귀했다. 복귀 후 주로 대타로 출장했는데, 9월 1군 복귀 이후 23경기에서 타율 1할7푼4리(23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2할(110타수 22안타) OPS .542를 기록했다. 
서건창은 2군에 있는 동안 LG 2루수 자리는 신민재가 깜짝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대주자로 시즌을 시작한 신민재는 도루 뿐만 아니라 타격과 수비에서 점점 좋은 활약을 하며 2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2루 백업으로는 베테랑 김민성이 있다. 서건창의 자리가 없어졌다. 
서건창은 지난 10월 19일부터 시작된 합숙 훈련에 참가했다. 청백전에 출장하며 훈련을 함께 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서건창의 올 시즌 타격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좌타 대타 자리가 가능했겠지만, 냉정한 잣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LG 신민재가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 OSEN DB
염 감독은 합숙 훈련을 치르면서 야수 16명과 투수 14명으로 30인 엔트리 구상을 마쳤다. 야수는 주전 9명에다 허도환, 김범석(이상 포수), 김민성, 정주현(이상 내야수), 최승민, 안익훈(이상 외야수)를 엔트리에 넣는 구상을 마쳤다. 
야수 마지막 한 자리는 거포 유망주 이재원을 처음에 포함시켰지만, 청백전을 치르면서 대주자와 대수비가 필요하다는 코칭스태프의 건의로 손호영과 이재원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거리였다.  
염 감독은 30인 엔트리 중에서 젊은 유망주들의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1~2자리를 배정했다. 신인 포수 유망주 김범석,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재활을 마치고 서서히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좌완 손주영이 그렇게 포함됐다. 또 대수비, 대주자 등 스페셜리스트들을 위한 자리도 있다. 대주자 1순위 최승민, 외야 대수비 안익훈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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